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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빵파랑 - My Favorite Things
이우일 글.그림 / 마음산책 / 2005년 6월
평점 :
박광수 씨가 한창 날릴 때 난 동아일보를 보고 있었다. 따스함만 강조하는 것에 질리고, 가끔씩은 세간에 떠돌던 이야기들에 의존하는 것에 실망해 광수생각을 외면해오던 차에, 난데없이 나타난 ‘대한민국 도널드 덕’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기억나는 것 두가지만 얘기해 보면.
-안기부장 권영해가 소위 북풍 문제로 끌려갔다가 화장실에서 배를 칼로 긋는 자해소동을 벌였다. 그 광경을 도널드 닭은 이렇게 표현했다. “임금 왕(王) 자를 그리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쓰러질 뻔했다.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자백한 때였다. 르윈스키의 옷에 클린턴의 정액이 한방울 묻었다나 어쩐다나. 도널드 닭은 그 정액이 이렇게 말했다고 표현해 날 웃겼다. “아빠빠빠빠--”(김승우-이xx의 아이가 휴대폰으로 “아빠빠--” 하고 말하는 광고가 유행하던 시점이었다)
DJ 정부부터 갑자기 극우보수로 회귀한 동아일보에서 권영해를 비웃는 만화가 실린 건 참으로 신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유주의자 이우일은 동아일보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지승호의 ‘7인7색’ 중 이우일의 인터뷰를 보다보니 거기 관련된 얘기가 있었다. 조선일보가 ‘광수생각’을 히트시키자 거기 맞설만한 만화가를 구하던 동아일보는 이우일을 캐스팅했다. 그래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릴 줄 알았는데..썰렁하고 냉소적인 이야기로 나가니까 동아일보로서도 굉장히 불만이었어요....(자기를 선택한) 기자가 저 때문에 엄청나게 마음 고생을 했죠.”
모과양님이 주신 ‘옥수수빵 파랑’은 자유주의자인 이우일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 책이다.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정말 그렇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왔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짓는 그런 웃음 말이다. 자기 일을 정말 좋아서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이우일은 그런 분이다. 책 날개에 나온, 머리에 두건을 쓰고 밝게 웃는 그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책을 주신 모과양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