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11월 15일(화)
마신 양: 소주--> 맥주
초등학교 동창들과 술을 마셨다. 프리챌에 처음 동창회가 생겼을 때만 해도 무더기로 어울려 놀았는데, 지금은 마음 맞는 애들끼리 소모임을 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친구들 중 한명과 한번 크게 싸운 뒤부터는 거기 나가기를 꺼렸었는데, 어제 나가보니 그 친구가 있었다.
전에 돌잔치 때도 한번 마주친 적이 있고, 그 당시 내가 쭈뼛쭈뼛하니까 “너 왜그래?”라며 친절하게 해줘서 ‘시간이 그 사건을 용서하게 해준 것’이라고 지레 착각을 했었는데, 어제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1차를 다정하게 지내다가 2차 때 맥주를 마시면서 그녀와 나란히 앉게 되었다. 그녀는 그 당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난 무척이나 잘못했고, 미안해 죽겠다고 얘기했다. 그 일이라는 건 자기 얘기를 허락도 없이 내 홈피에 썼다는 거였는데, 그게 왜곡되었다며 지우라는 그녀 주장을 난 단호히 거절했었다. 그땐 잘 몰랐지만 그건 분명 그녀에게 상처였고, 그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래선 안되는 거였다. 이제 그녀 차례, 그녀는 잘못했다는 내 사과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진짜 미안했다면 도망만 다니지 말고 찾아와서 사과했었어야지!”
그게 잘 안됐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등의 말을 여러번 했어도 그녀의 화는 별반 풀리지 않았다. 내가 비교적 이른 시각인 11시 반에 홀연히 일어나 집에 간 것은 다 그 때문이다. 어릴 때라면 모를까, 나이들어 싸우는 건 역시나 회복하기가 어렵다.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 하나도 한판 크게 싸우더니 서먹한 상태고, 이십일쯤 전 내가 친 사고의 피해자인 H님, 난 여전히 그분에게 댓글 달기가 어렵다. 그러니 무조건 화를 내기전에 과연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 샘플을 가지러 모교에 갔다가 무슨무슨과의 L 모 교수님을 만났다. 내가 움찔하며 기가 죽은 표정을 짓자 L 교수는 “왜그래? 어깨도 좀 펴고 당당하게 다녀야지.”라고 하셨는데, 사실 여기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몇 달전에 낸, 날지 못하는 헬리콥터를 변명해놓은 책에서 난 L 교수를 맹렬히 비판했던 것. 난 그 책에서 비타민 C의 전도사가 되어 비타민 C를 매일 몇그램씩 먹으라는 강연을 하고 다니시는 선생님을 언급하면서, “그 사람은 비타민의 전문가도 아니다. 교수는 논문으로 말해야 하는데 거기 관한 논문이 한편도 없는 사람이 무슨 전문가냐?” “비타민 C는 많이 먹으면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뿐 하나도 효과가 없다.”는 식으로 비판을 해놨던 거다. 비록 과를 틀리게 하고 대학도 K 대학으로, L 교수는 S 교수로 바꾸었지만, 보면 누군지 다 알 수 있는 거였으니 어찌 내가 주눅이 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 교수의 태도로 보아 다행히 내 책을 아직 읽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알든 모르든 난 그저 죄송했다. 내가 비판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
* 요즘 메트로에 그 교수님이 매일같이 글을 쓰신다. 그걸 읽으면 비타민 C가 무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