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세트 - 전2권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이승수 옮김 / 서교출판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사고 싶은 책을 주는 선물도 의미가 있지만, 필경 사지 않았을 책을 줌으로써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야말로 책선물의 기쁨이리라. 별사탕님이 주신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을 읽는 사흘 동안 무척이나 즐거웠다. 뻑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신부 돈 까밀로와 그의 호적수 뻬뽀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은 어릴 적 보던 <톰과 제리>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처럼, 정치적 사상의 차이 때문에 사사건건 대립하는 신부와 빼뽀네-뻬뽀네는 공산주의자로, 가톨릭을 부정한다-는 마음 속으로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예컨대 돈 까밀로가 긴 의자를 휘둘러 공산당원들을 위협하자 그들은 주교에게 부탁, 돈 까밀로를 다른 곳으로 전근시킨다. 그러나 까밀로가 영 그리웠던 뻬뽀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새로 온 신부를 괴롭히고, 급기야 다시금 주교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저희는 전임 신부님이 돌아올 때까지 절대로 성당에 나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결과 돈 까밀로는 다시금 돌아오는데, 돌아오자마자 까밀로와 뻬뽀네는 티격태격을 시작하고, 급기야 뻬뽀네는 이런 말을 한다.

“누가 당신을 돌아오게 했는지 모르지만 벼락이나 맞아 죽어버렸으면 좋겠소!”


공산당이 선거에서 이긴 김에 돈 까밀로를 1번으로 하는 살생부를 만들었을 때, 뻬뽀네는 잽싸게 신부에게 와서 이렇게 말한다. “어서 몸을 피하시오! 아무 데러도 좋으니 이 집을 떠나시오!”

그 혼자만 그런 게 아니라, 그의 부하들 역시 하나씩 하나씩 신부를 찾아와 같은 말을 한다. “신부님,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빨리 피하세요”

이 소설이 재미와 더불어 흐뭇함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런 대목 때문이리라.


“대화와 타협의 백미를 보여주는 소설”이라거나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 할 지혜과 감동이 교차하는 책”이라는 신문들의 서평에는 별반 동의할 수 없었지만, 이 책이 나로 하여금 종교를 더 가깝게 느껴지게 했다는 건 확실하다. 너무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신부 돈 까밀로를 보며, 그리고 원칙에 얽매이기보다 “진리에 이르는 길은 사람마다 다르단다”라고 설파하는 예수님(까밀로의 예수님)을 보니 우리나라의 종교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어느 책에 보니  예수님은 오래 전, 휴일에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는 사람들을 종교가 탄압할 때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사람을 위해 안식일이 있는 것이지, 안식일을 위해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종교는 지금 ‘사람’을 위한다는 본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까. 

 

*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별사탕님께 감사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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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0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받았습니다. 마태님^^

마태우스 2005-10-0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별사탕님이다! 화들짝! 그게 벌써 갔군요!

sweetrain 2005-10-0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마님.

sweetrain 2005-10-0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런데 마님, 전희라니 너무 야해버리잖아요. ㅡ.ㅡ

가을산 2005-10-0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게 언제적 책이더라~~?
잔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마음을 따뜻하게 하지요. ^^

2004년? 아닌데,,,,,,.... 다시 검색을 해서 보니 1984년.
맞다! 저때였어. 혼자서 씨익 웃었습니다.

그때는 정치적 냉전으로 더 '살벌할' 때였는데....
현실적으로도 그 책대로 될 수 있으리라 순진하게 생각했었는데......
사회인이 된 지금..... 우리 사회와 정치에도 이와 같은 관용이 조금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아이스맨~~~ ! 어김없이 분위기를 다운시켜주는~! ^^
이러니 '원로' 소리를 듣지......

날개 2005-10-09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로 5편까지 읽었습니다..^^
저도 이 두 사람 너무 좋아해요.. 더불어 예수님까지~

이네파벨 2005-10-1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다시 나왔네요. 반가와라!
이름의 어감부터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귀엽죠? 뻬뽀네..라든지 돈까밀로 라든지...
내용도 정말 잼있고 사랑스러웠던걸로 기억해요.

이 책도 조만간 지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요즘 어린 시절 좋아했던 책들을 슬금슬금 사모으는게 취미예요.
소년 한길에서 나온 무민 시리즈를 아이 읽힌다고 사놓고 (7살짜리에게는 당근 어렵더군요.) 저 혼자 틈날때마다 너무너무 잼있게 읽고 있지요...
또...지름신의 계시를 받아 신문을 펴보니 완간된 "초원의 집" 광고가 떡 하니 절 유혹하더군요.

가계부 빵꾸가 심히 큰지라 신의 부름에 속히 응하지 못할뿐...조만간 회개하고 지름신 앞에 무릎꿇게 될 듯 하여요.

암튼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5-10-1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같은 분이 예수님을 믿어야 이 나라의 종교계가 바뀐답니다.
멀리서 비판 하시지 말구요, 직접 뛰어 들어서 느끼고 경험하고 바꿔주세요 :)

chika 2005-10-1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까밀로 신부님이 믿는 예수님이 바로 제가 말한 그 예수님이 맞다니까요? 흐흐~

모1 2005-10-1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재밌죠? 어렸을때 읽고 너무 재밌었던 기억이....참..전 꼬마 니콜라도 좋아요. 나이 들어 읽으면 약간씩 느낌이 틀린데요. 그래도 재밌다가 결론이더라구요. 모모도 그랬도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도 그랬고 등등...

엔리꼬 2005-10-1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려서 성당다닐 때 이 책을 만화로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야 뭐 주의나 이즘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재미있어서 읽었지요..

마태우스 2005-10-1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만화로 읽어도 재미있나보죠? 으음, 그렇구나...
모1님/어릴 적에도 재미있었다니, 서림님이나 님이나 좀 조숙하셨던 게 아닐까 싶네요...
치카님/아아 그렇습니까. 저도 믿고 있습니다^^
고양이님/전 원래 예수님 믿었어요. 교회를 안믿어서 그렇지...^^
이네파벨님/초원의 집에 가슴이 설레시는 걸 보니 혹시 저와 같은 세대가 아닐까 싶네요..세상이 그다지 즐겁지 않아서 그런지 즐거운 책을 만나면 기분이 좋더이다.
날개님/저와 부리를 합치면 모두 다섯명을 좋아하시는군요!
가을산님/아이스맨이라뇨 님은 연로하신 분답지 않게 너무도 귀여우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타협과 관용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정치는 그래서 안될 것 같습니다..
단비님/님이 아니었다면 에로리뷰가 될 뻔...^^

가을산 2005-10-1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연로하신 분답지 않게"" 라는 말로 확인사살 하시다니........ ㅠㅜ
하긴.... 함께 연로해지는 중인데요.... 뭐.....

마태우스 2005-10-1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어머 왜 저를 같이 끌고 들어가시는지요^^

maverick 2005-10-2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책 정말 대단하죠 중학교때 읽었는데..
그 후로도 여러번 다시 읽었습니다. 종교,이념 이두가지가 정말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도 행복하게도 하는 것이죠...
종교(돈까밀로)와 이념(빼뽀네)의 갈등속에서도 인간이 더 중요하다는걸 보여주는
이책은 정말이지 최고의 책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특히 예수님 멘트들이 예술이죠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