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7시쯤, 난 친구들과 올림픽코트 테니스장에 있었다. 비가 오고 천둥까지 쳤지만 거기엔 실내코트가 있었으니까. 코트장 열쇠를 갖고있는 직원이 나오지 않아서 기약 없이 기다리기만 하는데, 7시 반이 넘자 하나둘씩 포기하는 팀이 생겼다. 직원이 나오든지 비가 그치던지 둘중 하나만 되도 좋았을 테지만,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직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8시가 넘어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코트를 떠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비가 그쳤는데, 왜 꼭 테니스를 칠 시각에만 비가 오는지 원망스러웠다.
어제 난 학교를 가지 않았다. 휴강을 했고, 학교 일은 다음주부터 열심히 하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 어제 같은 날 어설프게 천안에 갔다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학교에 안가는 대신 난 오랜만에 내가 속한 클럽에 테니스를 치러 갔다. 아침 6시 10분쯤 집을 나서서 산뜻하게 두게임을 치고 집에 왔는데, 그 중 한게임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훌륭한 게임이었다. 스트로크에서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위력적인 스트로크를 날렸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진라면을 먹은 뒤 수서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 갔다. 아주머니들이 많은 그 코트 말이다.
연습경기 두 경기를 하고난 뒤 곧 경기가 시작되었다. 남자와 여자의 숫자가 얼추 비슷해서 남녀가 한팀이 되어 풀리그로 경기를 했는데, 운이 좋게도 난 최고의 미녀와 한편이 되었다. 다들 우리를 보고 “최약체팀”이라고 했지만, 난 미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미녀 또한 착실하게 뒤를 받쳐 3승1패로 2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어제 아침부터 내가 뛴 경기수는 총 여덟게임, 테니스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경기였다. 힘들지 않았냐고? 죽는 줄 알았다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일곱 번째 게임부터는 팔을 휘두르는 게 어려웠고, 서있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대충 하면 좋을 텐데 내 파트너인 그 미녀는 미모만큼이나 승부욕이 많아서, 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시시때때로 표출했다. 할 수 없이 난 여덟 번째 게임에서도 사력을 다했고, 이기긴 했지만 오후 세시 반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을 때 다리에 쥐가 나려고 했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난 뒤 술을 마시러 갔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무 바쁜 것 같다. 난, 테니스 맨이다!
* 내 이름이 100위 안에 없다는 걸 알고 무척이나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테니스만 갔다온 뒤 저녁 약속이 있는 다섯시까지 하루종일 글만 쓰려고 했다. 리뷰 하나에 페이퍼 열개쯤? 그런데 망했다. 남동생네가 왔기 때문이다. 나와 노는 데 맛이 들린 조카는 “큰아빠 심심해요!”를 외치면서 내 글쓰기를 방해하고 있다. 오늘은 조카랑 레고나 해야겠다.
* 조카 녀석이 자기 얘기를 쓴다고 뭐라고 한다. 이 녀석, 글씨를 모르는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