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8월 9일(화)
누구와: 이사람 저사람과
마신 양: 고량주--> 맥주-->소주
화요일, 약속이 두 개 겹쳤다. 부득이한 일이 없을 땐 약속을 겹치게 잡지 않는데, 화요일의 약속은 둘 다 내 의사와 무관한 것이었다. 학장이 주관하는 모임(중국집)과 지도교수가 주도하는 ‘화요모임’(횟집). 고민이 시작되었다.
1. 학장 모임에 가야하는 이유
-학장이 더 무섭다. 아쉬운 얘기도 해야 하니 말 잘들어야 한다
-내가 돈을 안내도 된다.
-학장이 술을 안좋아하셔서 맨정신으로 집에 올 수 있다. 2차도 없다. 이걸 좋다고 하는 건 내가 알콜중독이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다.
-점심을 굶었더니 중국음식이 땡겼다.
2. 학장모임의 불리한 점
-아무래도 재미가 덜하다. 학장님 말씀을 주로 들어야 하고, 내가 유머를 구사할 여지가 별로 없다.
-참석하는 사람들끼리 친하지 않다. 즉 편한 분위기는 아니다.
3. 지도교수 모임에 가면 좋은 점
-거기 가면 내가 서열 2위다. 즉 내가 거침없이 말할 수 있다.
-선후배고 오래 봐온 사람들이니 편하다.
-술을 돌린다. 즉 공평하게 마시니까 많이 먹어도 안억울하다.
-좌우지간 친정이 좋다(그날도 뭔가를 얻었다)
4. 지도교수 모임의 불리한 점
-1, 2차 중 내가 한번은 내야 한다(서열2위니까)
-2차로 꼭 노래방에 간다. 난 요즘 노래부르는 게 그다지 안땡긴다. 근데 거기선 춤까지 춰야 한다. 으....
-멤버 중 외국인(인도네시아?)이 있어 영어를 써야 한다.
5. 결과
그래서 난.
-학장 모임에 가서 중국음식을 맛나게 먹었고(+3점)
-이상하게도 한명이 고량주 두병을 가져와 열심히 돌렸다. 알딸딸했다(-2점)
-지도교수 모임에선 계속 2차라도 오라고 메시지를 보내왔고(-1점)
-그래서 피곤을 무릅쓰고 대학로로 갔다(-1점)
-도착하니 노래모임은 끝난 뒤였고, 남은 맥주만 내가 처리했다(+3점)
-내가 오기 전엔 폭탄주도 돌렸단다(+1점)
-교수님은 가고 나랑 내 동기가 주동을 해서 감자탕집으로 3차를 갔다(-1점)
-술국과 감자탕을 놓고 소주를 마셨는데, 이상하게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가 않았다(+2점)
-집에 들어오니 1시였는데, 그때까지 안주무시던 엄마와 한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2점)
-그런데 엄마가 전화번호 적어준 여자와 왜 맞선을 안보냐고 다그쳤고(-2점)
-난 얼떨결에 0.1% 미녀랑 수요일날 만나기로 했고, 사귈 거라고 둘러댔다(-1점)
화요일 술자리를 종합하면 +3점, 0을 넘으면 양호한 편이니 대체로 무난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