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조선시대 것(350년 전)으로추정되는 미이라 한구가 나온 적이 있다. 어떻게 그런 미이라가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회를 바른 밀봉된 관에 들어있던 그 미이라는 수분을 다 빼앗겨 바싹 마른 상태로 오늘날까지 보존된 것이다. 그 미이라를 가지고 벌써 논문 두편이 나갔고, 세 번째 논문을 쓸 팀이 구성되었다. 나도 얼떨결에 그 팀의 일원이 되었는데, 이유인즉슨 그 미이라의 장을 검사해 기생충에 감염되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함이다. 다른 미이라를 가지고 고대에서 한 연구에 의하면 기생충이 나왔다고 하니, 이번에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기생충이 있든 없든, 연구팀은 이 미이라를 가지고 CT도 찍고, 장기 검사도 할 예정이며, 내시경도 한단다.
미이라를 봤다. 나이어린 아이의 미이라를. 두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가린 채로 누워있는 미이라. 물기가 없어 거죽이 늘어졌지만, 보존상태는 꽤 좋았다. 머리카락도 있고, 이빨도 다 있다. 이 아이의 나이가 5세 6개월인 것을 알게 된 것은 다 이빨 때문이다. 좋은 관에 들어간 것으로 보아 양반이었고, xx 윤씨 문중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외상은 없지만 기관지에서 피가 응고된 걸 현미경으로 확인했으니 결핵 같은 것이 사인일 수도 있겠다.
미이라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착잡했다. 어쩌자고 미이라가 되어 다시금 고생을 하는가 싶어서. 6살도 되지 못하고 죽은 것도 억울한데, 몇백년이 지난 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시달림을 받아야 하다니. 장기를 검사하기 위해 등 뒤에 구멍이 뚤려야 했고, 그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을 CT와 내시경을 찍혀야 한다. 양반으로 태어나 그래도 잘 살던 애고, 많은 이의 애도를 받으면서 좋은 관에 묻혔는데 그게 이렇게 화를 부를 줄이야. 그런 생각을 하니 그 아이의 얼굴이-비록 눈과 코는 없지만-슬퍼 보였다.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 일만은 아닐지 모른다. 살아생전에는 꿈을 펼치지 못했지만, 죽은 후긴 해도 미이라로 남아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그 시대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연구재료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그냥 죽어서 세균에 의해 분해되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더 보람있지 않겠는가? 이번 연구가 끝나면 박물관에서는 원형을 복원하여 전시를 한다고 하니 후대까지 이름을 날릴 수 있다. 신은 모든 인간에게 사명을 줬다. 알라딘을 하면서 내가 받은 소명을 이해한 것처럼, 그 아이의 소명은 바로 이런 것이었는지 모른다. 비록 난 그 아이의 장을 꺼내면서 미안해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