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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맨의 부부 감정 치유 - 상처 난 부부 관계를 회복시키는 가트맨식 '신뢰의 과학'
존 가트맨, 낸 실버 지음, 최성애 옮김, 조벽 감수 / 을유문화사 / 2014년 2월
평점 :
작년에 책을 냈던 을유문화사에서 <가트맨의 부부 감정치유>를 줬다.
책을 받았을 때 약간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라는 생각에서였다.
방송 나가서는 맨날 “아내가 제일이지요”라고 하곤 하지만,
책을 받기 사흘쯤 전에 아내와 말다툼을 진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이, 한번 싸우고 나면 이삼일 정도 말을 안해 버리며,
화해를 위한 노력을 거의 안한다는 데 있다 (이게 제 정체입니다 ㅠㅠ)
더 놀라운 건 이게 많이 나아진 거라는 점.
자라면서 남동생, 여동생과 2-3년씩 말을 안하고 지낸 적도 허다하다.
베란다쇼에서 이 말을 했더니 다들 “무섭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그렇다.
그런 면에서 <부부감정치유>는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이 책은 내 특기인, 삐져 가지고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게 그리 좋지 않다는 얘기였다.
저자는 이런 행위를 ‘바퀴벌레 숙소’라고 칭하면서 “불행한 부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그런 거라고 한다.
즉 바퀴벌레 숙소는 비난과 경멸, 방어, 담쌓기 등이 어우러진 최악의 결과물이며,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이라고 얘기하는 저자는
바퀴벌레 숙소로 가기 전에 노력을 하라고 얘기한다.
우선, 불만을 얘기할 때 부드럽게 얘기해야지, 비아냥거려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나쁜 예: 여보, 입을 옷이 없잖아! 집구석에 있으면서 빨래도 안하고, 뭐하는 거야!
좋은 예: 여보, 오늘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서 그냥 빤스 바람으로 출근할게. 사랑해.
이 구절을 읽고 아내에게 실험을 해봤더니, 효과가 제법 좋았다.
말다툼을 할 뻔한 위기를 부드러운 말로 몇 번 넘기자 아내는 날 기특해했고,
내가 그 책 얘기를 하자 이렇게 날 격려했다.
“흥, 그게 며칠이나 가겠어?” (난 아내의 이런 점이 좋다)
이 책을 읽다보면 불륜의 정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잠자리만 안하면 뭔 짓을 해도 불륜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긴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성을 만나는데 그 얘기를 배우자에게 하지 않는 것도 불륜이라고 한다.
괜한 오해를 살까바 얘기를 하지 않는 거라지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그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그는 분명히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가 비키(이성친구)에 대해서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124쪽)
오옷, 불륜의 기준이 이렇게 엄격하다니!
좀 너무한 게 아닌가 하다가, 저자의 말에 수긍을 하게 됐다.
모든 균열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면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난 게
돌이킬 수 없는 파탄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여러 모로 필요한 책인 것 같아 아내한테 이렇게 말했다.
“여보, 내가 다 읽고나면 여보도 한번 읽어봐. 큰 도움이 돼.”
아내는 말씀하셨다.
“너만 잘하면 돼!” (아, 난 이런 박력있는 아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