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만에 영화보다
꽤 오랫동안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일단 생각나는 게 ‘술’이다. 그래, 4월, 그리고 5월 초반부까지 퍽이나 많이 마셨다. 보고픈 영화가 없었던 것도 이유가 된다. <댄서의 순정>은 아주 오랜만에 보고 싶어졌던 영화였다.
2. 문근영
<어린 신부>를 보고 실망을 했었다. 문근영의 귀염성에만 기댄 그런 영화였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로 문근영은 내게 배우로 각인되었다. 난 두시간 내내 웃다울다 했다. 문근영이 붉은 색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마지막-은 아니지만 하여간-장면에서는 눈물이 났다.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슬퍼 보였다. 이 말은 곧 연기를 잘했다는 말이다. .

문근영의 눈은 복어 모양이다. 보통 사람들의 눈이-내 눈 말고-위아래로 둥근 데 반해 문근영의 눈은 아래가 볼록한 반면 위는 평평하다. 문근영이 귀엽고, 때로는 슬퍼 보이는 건 그런 이유도 있다. 귀염성이 뛰어나서 그런지 그녀가 즐거운 표정을 지으면 나도 즐거웠고, 그녀가 울면 나도 슬퍼졌다. 이 말 역시 연기에 대한 칭찬이다.
귀염성만을 내세운 그녀가 나이들면 섹시한 배우로 탈바꿈할까? 이 영화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나름대로 뭐, 그 정도면. 하지만 역시나 그녀의 컨셉은 귀여움이다. 최진실이 그랬던 것처럼 문근영은 나이가 들어도 귀여움이 어필하는 그런 배우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문근영이 워낙 귀엽다보니 그녀에게 “떼쓰지 말라”고 하는 세관원, 그리고 그녀에게 춤을 가르쳐 주지 않겠다고 버티던 남자 배우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어떻게 그런 귀여운 여인에게 퉁명스럽게 대할 수가 있을까. 부엌에서 파를 들고 춤을 출 때, 크리스마스 즈음에 노래를 부를 때, 그리고 남자와 춤을 추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귀염성이 특히나 돋보였다.
3. 춤
난 춤을 워낙 못추고, 춤추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서 배우들이 춤추는 걸 보니까 부러웠다. 나도 춤만 좀 잘췄으면 이러고 있지 않는 건데. 근데, 남녀가 춤을 같이 추면 좋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춤 배우러 가볼까. 미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4. 영화
유치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겐 딱이었다.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영화. 유머 면에서는 별 다섯개를, 감동 면에서는 별 네 개 반을 주겠다. 뻔한 스토리 대신 내 예상과 다른 결말을 보여줘서 신선했고, 그 과정에서 저질러진 오버도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비열한 역으로 눈이 작은 사람을 쓴 것은 유감이다. 안그래도 눈 작은 사람이 ‘비열하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터에, 영화에서마저 그런 편견을 증폭시켜서야 되겠는가. 그것만 빼곤 대체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