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동생 둘째는 천방지축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밥을 먹어도 의자에서 안먹고, 계속 돌아다닌다. 할머니가, 혹은 애보는 사람이 따라다니며 밥을 먹여야 한다. 녀석이 하는 짓궂음은 그것만이 아니다.
-접시에 제수씨가 해온 전이 잔뜩 담겨 있었는데 갑자기 컵에 있는 물을 거기다 부었다. 난 물먹은 전을 먹어야 했다.
-귤을 까달라고 하더니 마루바닥에 던졌다.
-러닝머신 안전 스위치를 어디엔가 숨겼다 (그거 없으면 못뛰는데..)
-언니 얼굴을 손톱으로 할퀴었다.
-테니스 라켓으로 내 머리를 때렸다. 아파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조카에게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직 네 살밖에 안되어 선악의 판단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기 때문.
신생아에게 가혹행위를 한 간호조무사들. 그녀들은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자기 싸이에 올렸다. 그걸 보면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아무런 죄의식이 없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수만명의 네티즌들이 항의를 한 뒤에야 자신들이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을게다. 몰라서 저지른 죄임에도 비난이 빗발치는 것은 그녀들이 성인이고, 신생아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라고 월급을 받으면서 신생아에게 그런 가혹행위를 했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자기 싸이의 방문자를 올리기 위해 신생아를 이용하다니, 좀 너무하지 않는가? 성인의 행동은 단순히 “몰랐다”고 면책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터넷으로 스포츠뉴스를 보다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기 위해 댓글을 볼 때가 있다. 이런 댓글을 봤다. <혈의 누> 범인 xxx, <남극일기> 범인 xxx. 이 댓글을 보는 순간 힘이 쭉 빠졌다. 정말 나쁘지 않은가. 미스테리 스릴러인데 범인을 알고 보면 얼마나 맥이 빠지는가. 범인의 행동은 다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복선으로 생각이 되니까. 이런 기억이 난다. 비슷한 상황에서 <아이덴터티>의 범인이 xxx라고 쓴 걸 봐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난 그 영화를 보기로 했었다. 영화를 보는 와중에 난 제발 그 말이 틀렸기를, 다른 사람이 범인이기를 바랐지만, 제기랄, xxx가 범인이 맞다. 난 누구인지 모르는 그 인간을 속으로 저주했다. 동일범은 아니겠지만 그 사람 덕분에 두 영화를 볼 마음이 사라졌다 (하지만 어느 분이 쓴 리뷰에 의하면 동기와 맥락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범인을 알고 본다 하더라도 별 상관이 없단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남에게 욕을 먹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짓을 하는 이유는, 변정수님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해서라도 관심을 받고자 하기 때문이란다. 그런 방법이 아니면 관심을 받을 수 없기에. 비슷한 예로 “박지성 골 장면 있습니다”라면서 자기 싸이 주소를 적어놓는 애들도 무진장 많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기 싸이의 방문객 수를 늘리기 위해. 그런 식으로 방문객이 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싶겠지만, 그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기 주소를 남긴다. 그게 과연 효과가 있는지 의문스럽지만.
정리하자면 이렇다.
| 주제 |
피해정도 |
동 기 |
전 망 |
| 내 조카 |
3 |
몰라서 |
크면 나아질 것 |
| 간호조무사 |
4 |
몰라서 |
동일범죄는 안(못) 저지를 것 |
| 그 네티즌 |
2 |
관심을 끌려고 |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다. |
과연 가장 나쁜 것이 어느 것일까. 모르고 행한 간호조무사? 아니면 관심을 끌려고 나쁜 짓을 한 네티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