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 27일(수)

마신 양: 소주--> 맥주

 

작년에 후배 병원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았다. 간호사는 내 입속을 들여다보며 연방 감탄을 했다.

“잇몸이 너무 안좋으세요”

“잇몸이 정말 안좋거든요”


후배는 내게 잇몸치료를 권했다.

“매주 한번씩 한달간 하는데, 그 동안에 술 마시면 안되요”

겁도 났지만 스케줄상 한달은 불가능했다.

“내가 4월에 큰 술자리가 두 번 있으니 그거 지나면 할게”

하지만 큰 술자리는 계속 있었다. 일년 내내. 그래서 난 6개월마다 스케일링을 하는 대신, 잇몸치료는 안받기로 했다.


하지만 스케일링으로 버티기엔 내 잇몸이 너무나 안좋았다. 엊그제 치과에 갔을 때, 후배는 내게 이랬다.

“당장 수술해야겠어요. 이러다 틀니하면 어떡해요”

사실 4월 들어 자발적 출혈이 심심치 않게 있어왔고, 불안해진 난 사리돈 탁스를 사먹으면서 버티려고 했다. 그런데, 그건 별 효과가 없었다. 아니, 약으로 치료하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던 거다. 기가 죽은 난 다음주 금요일에 예약을 했다.

후배: 앞으로 4주간 술 마시면 안되요

나: 안주는?

후배: 그건 상관없죠. 근데 치료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안먹게 될 거예요. 잇몸도 고치고, 술도 끊고, 살도 뺄 수 있으니 일석삼조죠.


내가 그토록 안빼고 버티던 사랑니 4개도 이참에 다 뺀단다. 사랑니만 빼도 죽을 것 같은데, 사진으로 보니 잇몸치료는 더더욱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남은 여생을 튼튼한 이로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따지고보면 다 내 업보다. 작년에 했으면 좀더 편했을텐데 치과라는 곳은 언제나 막판에 몰린 후에 가게 된다.


후배와 술을 마시던 도중, 난 만남을 미뤄왔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원빈(가명)아, 너 담주 수요일 괜찮냐? 나랑 그날 술 좀 마셔줘야겠다”

그러자고 하는 원빈에게 난 이 말을 덧붙였다. “몸 만들어 와라. 그날 많이 달려야 한다”

후배와 술을 마시는 동안, 난 술집 인테리어와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광경, 그리고 참이슬 병을 한참동안 둘러봤다. 다음주 금요일부터는 그 광경을 오랫동안 보지 못할 것이기에. 목요일 전까지 술약속을 하나씩 채워나가고 있는 중인데, 지금의 심정은 무서워 죽겠다. 내가 그동안 떠받쳐 왔던 우리 경제는 이제 어떻게 하나? 겨우 살아나는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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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4-2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국경제 큰 걱정이네요... 마태님 한몸 아니 한잇몸 희생해서 계속 우리 경제를 떠받치셔야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paviana 2005-04-2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는 밥만 먹으면서도 경제를 살릴 수 있어요...글구 지금 치료받아야 앞으로 더 오래동안 즐겁게 마실 수 있잖아요..

인터라겐 2005-04-2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독수리오형제가 떠난 지구는 아직까지 끄덕도 안하고 있습니다..
걱정붙들어 매놓고 치료열심히 받으세요... 훗날을 도모하심이....

노부후사 2005-04-29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리돈 탁스가 아니라 파로돈 탁스 아닌가요?

로드무비 2005-04-2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태우스님이 더 걱정인데요?
수술 전날까지 드시다가 날짜 까먹으실까봐!
사리돈 탁스...너무 웃겨요.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시는군요.^^

하이드 2005-04-2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앞에서 마시고 그거 구경만 하세요. 냄새만 맡는건 괜찮을꺼에요.

2005-04-29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5-04-2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리돈 탁스라는 약이 정말로 있는 줄 알았는데...

마태우스 2005-04-2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그게 파리돈인가요? 저 진짜 몰랐어요
속삭이신 분/저 말 잘듣고 착하게 살께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하이드님/냄새만 맡는다...캬, 아쉬운데 그거라도...
로드무비님/그거 유머 아닌데.... 호호, 하여간 어떤 경지에 이르면 의도하지 않아도 웃기게 된다니깐요^^
인터라겐님/님만 믿고 걱정 안하겠습니다. 우리 경제, 책임져 주세요!
파비아나님/그래도..경제는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구요!
줄리님/님이 어서 귀국하셔야겠어요^^

날개 2005-04-2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료받는 4주동안 술유혹을 못끊는다에 한 표..!^^

클리오 2005-04-2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 고조기시더니, 요즘은 몸이 별로시군요.. 빨리 괜찮아지시길 빕니다.
앗! 그런데 다음 주 금요일이라구요? 청주 번개는 어찌하라고... 차 마실까요? ^^;

비로그인 2005-04-2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큰일 났다.
잇몸치료 그거 무지 아파요.
저 해봤는데.
길에서 만나면 죽여버리고 싶어졌어요
차라리 틀니를 하고 싶어질꺼예요.

플라시보 2005-04-2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저도 아직 사랑니 안뽑았는데 님은 무려 4개나 뽑고 하날리 말씀에 의하면 죽음과도 같은 고통의 잇몸치료를 받아야 한다니... 무사히 살아나시길 기원합니다.^^

마냐 2005-04-2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제목과 내용의 기기묘묘한 조화임다. 내참......글구 걱정 마세요. 제가 마씨가문의 깃발을 들고 마태님 몫까지 마셔드리죠, 까짓거. 뭐...흠흠.

마태우스 2005-04-30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님만 믿겠습니다. 마씨 가문의 명예는 이제 마냐님의 갸냘픈 어깨에...^^
플라시보님/무섭습니다...
하날리님/아아 안그래도 무서운데 으윽...
클리오님/차 마시는 화목한 번개가 되선 안되겠죠?? 방법을 강구해 보리다
날개님/전 끊는다에 두표! 마태랑 부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