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졌을 때, 아니면 누군가를 좋아할 때 옆에서 코치랍시고 하는 애들이 있다. 그들은 마치 연애의 도사라도 되는 듯 훈수를 둔다.

“그러니까 으슥한 곳으로 몰아넣고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하지만 그 말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훈수꾼들은 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코치를 해주지만, 사람은 인구 수만큼이나 다르며, 그래서 모든 사랑은 다 개별적이고 특수하다. 사랑의 일반적인 법칙 같은 거, 난 그래서 믿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을 각각 일반화한 <화성에서> 어쩌고 하는 책도 당연히 난 싫어한다. 1권까지는 이해해 주겠는데 그말이 그말인 책을 4권까지 내는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


세 쌍을 결혼시키면 천당에 간다는데, 내가 소개해 줘서 결혼한 커플은 지금까지 딱 세 쌍이다. 3쌍을 성공시킨 사람으로서 소개에 관한 지론을 얘기하자면 이렇다. 만나게만 해주고 그 다음에 일체 간섭하지 않기. 어차피 사랑은 둘이서 만들어 가는 것이고, 괜히 잘 되게 하려고 끼어들다간 역효과만 나니까. 말이라는 게 직접 듣는 것과 한 다리를 건너서 듣는 게 차이가 나며, 그 과정에서 숱한 오해와 음모, 암투가 벌어질 수 있지 않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중매장이들은 당장의 성과가 급해서 그러는지 중간에 끼어 갖은 간섭을 한다. 작년에 여자를 소개시켜 준 이모라는 분은 “이번 추석 때 내가 인사를 간다고 했다”는 거짓말을 신부 쪽에 하고, 나한테는 “신부 집에서 추석 때 인사 오란다”고 하는 식의 말들을 해대는 바람에 여간 짜증이 났었다.

 


불간섭주의를 표방하는 나와 달리 <미스터 히치>라는 영화는 남자가 여자를 사귈 때 치밀한 전략과 코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랑이 시작되려면 남자가 여자에게 주목을 받는 과정이 필요한데, 코치가 없다면 평생 주목받을 일이 없기 때문. 주인공 히치는 숱한 아이디어로 남녀를 연결시켜주기 바쁜데, 그 아이디어들이 정말 기발해서 보는 내내 유쾌했다. 유머와 멋을 겸비한 윌 스미스의 연기도 만족스럽고, 마지막의 춤 경연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남녀는 혼자서보다는 둘이 같이 있음으로써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불간섭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소중한 교훈을 던져준 좋은 영화다. 나도 내일부터 작전을 짜볼까 보다. 공짜표를 구해줘 나로 하여금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준 어느 분께 감사드리며, 스카라극장 옆에 있는 손짜장도 참 맛있었다는 말을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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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05-04-23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손짜장 위에 있는 김치찌개도 맛있어요.. ^^;

플라시보 2005-04-23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한번 볼까 했었는데...재밌을것 같아요. 음...그리고 그 사랑할때의 코치. 저 꽤나 많이 했거든요. 흐흐. 물어보면 나름대로 대답을 열심히 했던것 같은데 지금 되돌려 생각해보니 과연 얼마나 어필했었나 싶어요.^^

▶◀소굼 2005-04-2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그 책 뭐 그리 많이 나왔답니까.
요즘 정말 코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긴 많아요. 아니, 필요하다고 외치는 사람들. 뭐든 물어보는 사람들;

인터라겐 2005-04-2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으론 슬픈얘기같아요..혼자서는 못해서 옆에서 일일이 코치를 받아야 하는가 싶잖아요...ㅋㅋ 너무 깊이 생각했나요? 전 요즘 아이들이 뭘하든 엄마한테 물어보구요 이렇게 말하면 짜증이 올라와요...엄마가 대신 살아주는 인생이 아닌데 말예요..
최소한 전 하고 싶은데 부모님의 의견을 먼저 듣고요 라고 말할수 있는...자신의 의사를 먼저표현할줄 아는 그런 사람이 많아지길 바랄뿐이랍니다..
저 영화평은 좋던걸요....불법을 좋아라하는 저희 부부 오늘도 이영화 찾아 삼만리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stella.K 2005-04-2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심정적으론 마태님과 같은 생각인데, 이론가들의 말에 솔깃해지기도 해요. 어쨌든 이 영화로 인해 마태님 생각이 바뀌셨다니 괜찮은 영환 것 같습니다.^^
스카라 극장 옆 손자장면집 저도 데려가 줘요. ㅋㅋ.

울보 2005-04-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어요,
저 흑인 배우좋아하거든요,,,

전 사랑을 잘몰라서 코치해준적이 없지요,,ㅎㅎ

야옹이형 2005-04-2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밋게 봤어요. 중간에 좀 지루했지만 윌 스미스 보는 맛에 그냥 넘어갔답니다. 느끼하지 않은 섹쥐함과 쾌적한 장난질. 뭘 해도 밉지가 아너요. 윌스미스, 개구장이~

kleinsusun 2005-04-2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는 자주 코치가 된답니다.후배들이 연애 상담을 자주 해서...
근데 그 상담이란게 제 경험에 근거한거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 밖에 없죠.
하지만...코치도 가끔은 필요하다고 봐요.
왜냐면 콩깍지가 씌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경우가 많으니깐요...
객관적 충고가 필요할 때도 있긴 있는거 같아요.
음....선수 앞에서 까불었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클리오 2005-04-2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섭하지 않는게 제일 좋은거 같아요.. 두 사람이 상담해올때까지는요. 사귀는 남녀 사이에 잘못 끼면 바보되는 경우도 많구요.. 예전에 남녀를 소개시켜줬다가 두 사람 만나는 동안 무슨 일만 생기면 저에게 달려오는 통에 힘들었다니까요.. --;

2005-04-23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23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4-2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복x님/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젊고 아름다우신 님께서 그런 말을 하시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속삭이신 님/어머 어떡해... 약속 생겨 버렸는데...
클리오님/간섭 안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관심을 가지고 진행상황을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죠. 그 얘기를 썼어야 하는데....
수선님/제가 선수라뇨 무슨 말씀을.... 조언이 필요한 경우도 사실은 있습니다. 제 글이 좀 극단적이었죠. 코치와 불간섭 중에서 양자택일을 하라면 후자라는 거였어요.
야옹이형님/안녕하십니까. 제가 별명이 고양이라, 제 형이시기도 하네요. 좀 말이 안되는 내용도 물론 있었지만 윌 스미스는 참 연기를 유쾌하게 잘하는 것 같더이다. 근데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 이해가 안가요
울보님/비디오라도 보시면 유쾌해지실 겁니다^^ 사랑에 성공하신 분이 무슨 코치를 찾고 그러십니까^^
스텔라님/그죠? 영화 보니까 저도 솔깃하더라구요
인터라겐님/호호, 보셔도 후회 안할 거라고 장담합니다
소굼님/자기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진정 어필하는 방법이고, 잘된 후에도 계속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제 소신이었는데요, 어필할 기회조차 찾지 못하는 사람에겐 코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게 영화의 주제였죠. 일리가 있더이다
플라시보님/님이 곁에 계시면 저도 물어볼 것 같은걸요 님이 주는 신뢰감 때문일 테죠 아마.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필요한 건 코치보다는 어쩌면 자기 말을 들어줄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는..
스노우드롭님/맞아요 다들 짜장 대신 찌게를 먹더군요. 담에 가면 저도 찌게 먹을래요 역쉬 미식가!

스파피필름 2005-04-2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이 가면 전 손짜장 하나에 찌게 하나 이렇게 먹는데.. 둘다 맛있더라구요.. 오묘한 조화이지요? 흐. (안녕하세요.. 마태우스님 자주 들렀었는데 인사는 처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