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졌을 때, 아니면 누군가를 좋아할 때 옆에서 코치랍시고 하는 애들이 있다. 그들은 마치 연애의 도사라도 되는 듯 훈수를 둔다.
“그러니까 으슥한 곳으로 몰아넣고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하지만 그 말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훈수꾼들은 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코치를 해주지만, 사람은 인구 수만큼이나 다르며, 그래서 모든 사랑은 다 개별적이고 특수하다. 사랑의 일반적인 법칙 같은 거, 난 그래서 믿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을 각각 일반화한 <화성에서> 어쩌고 하는 책도 당연히 난 싫어한다. 1권까지는 이해해 주겠는데 그말이 그말인 책을 4권까지 내는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
세 쌍을 결혼시키면 천당에 간다는데, 내가 소개해 줘서 결혼한 커플은 지금까지 딱 세 쌍이다. 3쌍을 성공시킨 사람으로서 소개에 관한 지론을 얘기하자면 이렇다. 만나게만 해주고 그 다음에 일체 간섭하지 않기. 어차피 사랑은 둘이서 만들어 가는 것이고, 괜히 잘 되게 하려고 끼어들다간 역효과만 나니까. 말이라는 게 직접 듣는 것과 한 다리를 건너서 듣는 게 차이가 나며, 그 과정에서 숱한 오해와 음모, 암투가 벌어질 수 있지 않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중매장이들은 당장의 성과가 급해서 그러는지 중간에 끼어 갖은 간섭을 한다. 작년에 여자를 소개시켜 준 이모라는 분은 “이번 추석 때 내가 인사를 간다고 했다”는 거짓말을 신부 쪽에 하고, 나한테는 “신부 집에서 추석 때 인사 오란다”고 하는 식의 말들을 해대는 바람에 여간 짜증이 났었다.
![](http://210.116.113.228/movieinfo/image/photo/maxhitch07.jpg)
불간섭주의를 표방하는 나와 달리 <미스터 히치>라는 영화는 남자가 여자를 사귈 때 치밀한 전략과 코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랑이 시작되려면 남자가 여자에게 주목을 받는 과정이 필요한데, 코치가 없다면 평생 주목받을 일이 없기 때문. 주인공 히치는 숱한 아이디어로 남녀를 연결시켜주기 바쁜데, 그 아이디어들이 정말 기발해서 보는 내내 유쾌했다. 유머와 멋을 겸비한 윌 스미스의 연기도 만족스럽고, 마지막의 춤 경연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남녀는 혼자서보다는 둘이 같이 있음으로써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불간섭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소중한 교훈을 던져준 좋은 영화다. 나도 내일부터 작전을 짜볼까 보다. 공짜표를 구해줘 나로 하여금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준 어느 분께 감사드리며, 스카라극장 옆에 있는 손짜장도 참 맛있었다는 말을 덧붙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