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4월 8일(금)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소주, 겁나게 많이
수요일에는 일하다 밤 12시 반에 들어갔고, 목요일에는 술을 마시다 새벽 두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갔다. 금요일엔 6시에 일어나 표진인을 차에 태우고 천안까지 운전하고 갔다 왔으니, 얼마나 피곤했겠는가. 그러니 금요일 저녁으로 예정된 술자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두부김치와 파전을 안주삼아 소주 한병여를 비웠을 때만 해도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싶었다. 더구나 같이 마시던 미녀 둘이 모두 달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지라, 소주 한잔 받아놓고 십분씩 버티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다. 그래, 죽자. 이런 생각으로 몇잔을 들이켰을 때, 난 내 몸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윤택 같으면 ‘그분이 오셨어요’라고 얘기할 만한 그런 상황. 소주가 달게 느껴지고,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12시쯤 일어나 한명을 보낸 뒤 근처 술집에 가서 2차를 했다. 그때도 난 아주 멀쩡했고, 거뜬히 한병을 비웠다. 한시 반이 넘어 집에 가서는 곤히 자는 다른 친구를 전화로 깨우는 심술을 부린 뒤에야 잠이 들었다.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어제가 처음은 아니다. 술을 오래 마셔본 사람이라면, 또 나처럼 온몸을 던져서 마시는 사람이라면 서너번, 혹은 너댓번 그런 경험을 한단다. 내가 전에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은 십년쯤 전 지도교수와 술을 마실 때였다. 그때 난 갑자기 초인이 된 것 같았고, 원샷을 여러 번 했지만 끄덕도 없었다. 소주 주량이 다섯병인 지도교수는 내게 넘기 힘든 벽이었지만, 그날의 난 달랐다. 평소 주량이 두병이 못되지만 그날은 나 혼자서 세병은 넘게 마셨던 것 같다. 교수님은 그 다음날, 힘들어 죽겠다며 방문을 잠그고 오전 내내 주무셨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했다. 그리고는 그분이 날 떠났다가 어제 홀연히 나타난 것이다. 무려 십년만에.
여기서 이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라. 열과 성을 다하면 그분은 오신다’
이왕 오신 거, 좀 오래 머물면 좋겠다. 오늘 난 역시 피곤하고, 저녁에 미녀 둘과 술 약속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