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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류시화의 인도여행기 <지구별 여행자>를 읽었다. <하늘호수..>를 주셨던 분이 선물해준 건데, 처음 책과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읽었다. 책선물은 어찌보면 강요일 수 있다. 알아서 책을 잘 찾아읽는 사람에게는 선물받은 책이 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분의 선물이 아니었다면 많은 분들이 읽고 감동한 이 책과 만날 기회가 없었을 것, 그래서 책 선물은 필요한 법이다.
책에 나온 주옥같은 일화들 중 둘만 소개하자면
-류시화는 버스에서 만난, 전문적인 스토리텔러라는 노인에게 20루피를 주고 이야기를 듣기로 한다. 돈을 받은 노인은 옆에 앉은 다른 남자에게도 돈을 낼 것을 요구했다. 귀머거리가 아닌 이상 자기 이야기를 들을 테니까. 그들의 반응이다. “노 잉글리쉬, 노 머니!” 영어를 못알아들어 돈을 한푼도 낼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인도는 30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나라, 학교만 다녔으면 영어를 할 줄 알고, 그들 역시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보였다. 노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옛날 고대 인도의 왕국에 한 왕자가 태어났소....”
석가모니, 즉 고타마 싯타르타 왕자의 얘기다. 류시화는 노인의 말을 막았다. 그런 얘기쯤은 다 안다고. 노인은 당황했고 이자가 어떻게 그 얘기를 아는지 놀란 표정으로....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보고 있으니까 주인이 화를 낸다.
“사람이 메뉴를 먹을 수는 없는 일!”
알았다고 몇가지를 시키니까 주인이 또 화를 낸다.
“세상에 전시된 모든 것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메뉴판도 그렇다. 오늘 종업원들이 결혼식에 다 갔는데 혼자서 어떻게 그 많은 음식을 만드냐?”
누가 화를 내야하는지 모르겠다. 류시화가 물었다. 그럼 되는 게 어떤 거냐고. 주인의 대답이 정말 명언이다.
“그걸 구분하는 게 바로 삶의 지혜 아니겠소?”
말도 안되는 상황을 멋진 명언으로 받아치는 인도 사람들, 그들은 하나하나가 성자고 시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구걸이 하나도 처량해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인도 사람들이 워낙 말이 안되서이기도 하지만, 류시화의 빼어난 글재주가 더 큰 이유임은 다들 알 것이다. “마치 황금이라도 캐듯 열심히 코를 후볐다”라는 표현을 보라!
좋은 글은 영혼에서 나온다고 믿는 나는 류시화가 그토록 빼어난 시와 산문을 쏟아낼 수 있는 비결을 15년간에 걸친 인도 여행에서 찾는다. 그럼 나도 인도에 가면 글을 잘쓰게 될까? 아닐 것이다. 설령 잘쓰게 된다 해도 류시화를 따라했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원래 인도에서 갈라진 나라, 그래서 인도 사람들과 여러 모로 비슷한 나라인 파키스탄에 가보는 게 어떨까 싶다. 그래, 파키스탄에 가자. 가서 영혼을 살찌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