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 반쯤 가출을 했다. 맛없는 분식점에서 카레덮밥을 먹고, PC방에 가서 글을 썼다. 어제 하루동안 내가 쓴 글이 무려 여덟편, 물론 ‘지갑’처럼 왜 썼는지 모르겠는 글도 있지만, 하여간 하루에 쓴 편수로는 최고다. 시간을 보니 7시가 다 되어가기에, 슬슬 술을 마시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술 마시는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나 울적해!”라고 말하면 달려와 같이 술을 마셔줄 친구가 셋 정도는 있었으니까.


그런데, 파란여우님이 내가 전에 쓴 리뷰에 댓글을 다셨다. 그걸 읽으러 갔다가 내가 거기 달린 댓글에는 하나도 답을 안했다는 걸 깨달았다. 난 댓글의 처음부터 하나씩 읽어내려갔다(댓글의 일부만 발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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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 시종
역시 효자이십니다, 마태우스님. 그에 비하면 저는......  2005-02-16 10:55 삭제
 
플라시보
님은 제가 보기에 효자입니다. 진짜 불효자들은 자기가 불효자라 말하지 않거든요^^ - 2005-02-16 11:11 삭제
 
dsx
마태님 효자 맞는것 같아요. 아니시면 효자 되시구요. 나중에 후회하시면 어떻게요 효자 아니었던것에 대해서요... - 2005-02-16 12:50 삭제
 
멍든사과
류시화에 대해서 말하자면, 오호..다 돈이 있어서 저렇게 살아볼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못된 말이 튀어나오지만 그 류시화씨의 책을 효의 선물로 탈바꿈하신 마태님의 효심은 정말 칭찬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_<
그래도 어제 늦게 와서 팔 주물러 드리셨죠? 마태님은 존재하시는 것 자체가 효도라고요 :) - 2005-02-16 13:23 삭제
 
클리오
늘 부모님께는 해드리지는 못하고 마음 아픔은 있는 것 같아요.. 중략- 2005-02-16 13:49 삭제
 
작은위로
진짜 마태우스님은 효자에요, 저는 그러지 못하거든요. - 2005-02-17 13:12 삭제
 
인터라겐
어머님이 상당히 세련되셨나봐요...어떤분은 이책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시는 분도...암튼 기쁘신한편 마음이 찡하셨지요? - 2005-02-20 23:29 삭제
 
갈색빵
정말 고마우신 분같아요..그렇게 존 책을 선물하신 분이니..더군다나 어머님이 읽고 좋으셨다니..- 2005-02-24 15:30 삭제
 

파란여우
리뷰를 보니까 이상하게 님과 언제 술로 한판 붙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 2005-03-01 17:33 삭제

 

대부분의 댓글은 내가 효자임을 주장하고 있었다.효자라, 내가 효자? 집에서 매제랑 조카들 좀 상대해 주면 어떻다고, 엄마가 속상하게 집에서 도망가버린 내가 어찌 효자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안마실 술을 마시는 걸 늘 속상해 하시는 어머님인데, 내가 코가 비뚤어지게 헬렐레해져가지고 집에 가면 얼마나 마음이 아파하실까.  “아니면 효자 되시구요”라는 dsx님의 댓글도 가슴에 콕 박혔다. 술을 마셔야겠다는 내 마음은 어느새 정화가 되었고, 난 나에게 달려온다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저녁 7시, 난 집에 들어왔다. 어머님은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마워하셨고, 난 낮에 하다만 운동을 겨우 하고 저녁을 먹었다. 낮에 먹은 카레덮밥보다 훨씬 맛있는 저녁을. 내 방황을 종식시켜준 알라디너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그래, 형제들하고도 잘 지내자. 애 좀 봐주면 어떠냐,는 생각은 그러나 금방 사라졌다. 우유를 마시려고 했는데 우유가 하나도 없는 거다. 이상하다. 분명히 두 통 있었는데. 엄마 왈, “그거 누나가 가져갔다” “아니 우유를 왜?” “그 집에서는 슈퍼가 멀단다” 아니 슈퍼가 멀면 배달시켜 먹으면 되지, 엄마 집에서 우유까지 가져가나? 말이 났으니 말인데 누나와 동생은 늘 빈손으로 와서 음식을 싸그리 가져간다. 어제도 청국장, 불고기, 장조림 등을 싹 쓸어갔단다. 당분간 난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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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3-0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파란여우님의 댓글은 제가 임의로 변조한 것임을 밝힙니다. 화내지 않으시겠죠?

▶◀소굼 2005-03-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변조한거군요;;왜 파란여우님만 그러신가 했어요^^그러실 분이 아닌데;
그러고 보니 플라시보님 댓글도 멋진데요: )

울보 2005-03-0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왜 웃음이 나지요..
어제는 일찍 컴백홈하셨군요..
원래 딸은 다 그래요...님도 장가를 가세요 그러면 아마 부인이 그럴걸요..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그렇게 되더라구요.
또 친정엄마는 딸이 안스러워서 다 싸주시고,,,그런데 며느리가 되어서 시댁에 가서는 그게 안되요..갈때 하나라도 사가면 사가게 되지 가져오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이것도 잘못된거지만 그래도.........
님 님은 효자 맞는것 같아요,,,장가만 가면 그리고 술만 조금 줄이면....

마태우스 2005-03-0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딸은 다 그렇습니까? 정말 그래요? 그렇다면 딸을 낳는 건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도움은 안되고 빼앗아 가기만 하고. 글구 저 효자 아닙니다. 술만 마시고 혼자 살고 있으니깐요.
소굼님/아, 변조는 했지만 파란여우님은 그러실 수도 있는 분입니다. 유머 감각이 아주 뛰어나시거든요^^ 여우님, 제가 좋아하는 거 아시죠?<---일 저지르면서도 사랑받는 비결...^^

울보 2005-03-02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그렇다고 딸을 낳지 않으면 안되지요..
아빠에게 있어서 딸이란 존재가 얼마나 큰 존재인데..
그리고 엄마에게도 딸은 꼭 필요합니다.
지금 님이 엄마 곁에 계시지만 그래도 속이야기 할수 있는사람은 딸이 더 편할걸요.
그리고 이다음에 고부간에 문제가 생겨도 님보다는 딸들이 더 좋은 조언자나 힘이 될걸요..

마태우스 2005-03-02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글쎄요.... 아들보다야 딸이 더 좋긴 하겠지만, 전 딸을 잘 키울 자신이 없어요. 사실 전 무자식 상팔자주의랍니다. 이게 한 열다섯 살 정도부터 갖게 된 생각이니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 같네요

갈대 2005-03-0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몰라도 청국장은 좀 용서하기가 힘든데요. 저도 올해는 부모님 생각 많이 하면서 살아보렵니다^^

울보 2005-03-0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이기적인분....
2020년이면 인구 부족이래요..
그것에 한 보탬을 하시는군요..
전 그래도 한명을 낳았는데......

책읽는나무 2005-03-0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이는 효자 맞아요..^^
우리민이도 얼마나 효심이 지극한데요..ㅋㅋㅋ

니르바나 2005-03-02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가족중에 싹쓸이파 조직이 있군요.
이 조직은 영화 '나홀로 집에' 1편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아주 한심한 조직인데요. 일당은 달랑 2명.
한국에도 드디어 상륙했군요. 분점마냥 ㅎㅎㅎ

플라시보 2005-03-0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들은 다 시집가면 도둑이라더니... 어머님 연세도 있으셔서 장보기 힘드실텐데 그걸(우유두통. 뭐 밑반찬들이야 그럴수 있다 치고) 홀랑 가져갔군요. 적어도 누나와 여동생에 비해 님은 확실한 효자입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길..^^

플라시보 2005-03-0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빛님. 마태우스님이 효자라고 하는 이유는요. 아마 제 생각에는 딱히 효자 노릇을 했다기 보다는 스스로 항상 불효함을 느끼고 반성하고 하신다는 점에서 알라디너들이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알라디너들의 생각을 일일이 다 아는건 아니지만요. 제 짧은 생각에서는 그런점을 좋게들 보셔서 그런거라 생각이 됩니다. 좋게 봐주자구요^^ 자꾸 우리가 효자 효자 하면 진짜 효자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흐흐.

부리 2005-03-03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어맛 답변까지 해주시고... 계속 효자라고 해주시는군요^^
겨울빛님/콩깍지 씌워진 거 맞구요, 여기 분위기는 다들 덕담해주는 분위기라서 그래요. 아니면 플라시보님말씀대로 계속 효자라고 하면 진짜 효자 될까봐....
니르바나님/맨날 우리집만 털어가요TT 님 댁에도 한번 보내볼까봐요^^
책나무님/희한하네...나무님이 저희 이모 같아요!!
울보님/인구도 인구 나름이죠. 제가 막키워서 올바르지 못한 애를 낳으면 사회에 해악이 되는거죠
갈대님/오오 님은 청국장을 좋아하시나봅니다. 청국장 맛있게 하는 집 아는데...

하얀마녀 2005-03-04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마태우스님 효자하세요. ^^

책읽어주는홍퀸 2005-03-0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왜 효자라고들 하실까..? 거 희한하네~~ㅋ 제가볼땐 아닌데..아,가끔 효자스러울때도 있어뵈긴하지만서도..넘 냉전한가...? 사실,,효자긴하죠..술만빼면...넘 솔직했나..? ㅎㅎ 근데 정말 마태님의 여자형제들은 좀 심하네요..글쎄 제 주위에 그런여자가 없어서그런가..전 솔직히 이해가 안되어버려요..제 언니도 그렇고 제 주위에 결혼한 여자들은 친정에 뭘 못갖다줘서 안달이던데...전 아직 결혼안했어도 뭐 맛있는거먹거나 쇼핑하다가도 엄마생각나서 사뒀다가 가지고가느라 손이무겁던데...뭐 글타고 제가 효자는 절대 아니지만서도..말은 지지리도 안듣거든요..ㅋ암튼..그냥 엄마라는 존재는 생각만해도 괜히 가슴한구석이 저리지않나요..?물론 안그런분도 계시겠지만서도요..암튼 마태님여형제분들도 엄마께 올때는 두손무겁게! 갈때는 양손가볍게! 가는날이 오길 바랄께요..^^ 아,효자는 알라디너님들!! 일찍귀가를 선택하게한 고마운분들이니께요~~그쵸? 마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