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기 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은 2002년 월드컵 이래 처음이었다. 유시민과 전여옥, 그 대결은 내게 있어서 한국과 독일이 맞붙은 준결승에 필적할 긴장감을 선사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전여옥의 헛소리는 여전했지만, 유시민은 거기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 말을 아예 무시해버린 것. 그럼 그 대결은 전여옥의 기권승일까? 그건 아니다. 나머지 사람들이 희한하게도 상식적인 말을 많이 한 탓에 전여옥의 천박성이 여지없이 드러나 버렸으니까. 토론 내내 난 전여옥이 ‘웃찾사’의 ‘미친소’로 보였을 뿐이었다. ‘OK'를 ’야‘라고 하고, 'call'을 칼슘 11%가 든 우유라고 우겨대는 그 미친소. 그녀는 100분 동안 미친 듯 울부짖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 편은 아무도 없었다.


전여옥은 그가 잘쓰는 ‘미숙’이란 단어로 토론의 포문을 열었다.

“노무현도 2년을 회고하기가 괴로울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더 괴로웠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박정희 논란이 일 때마다 공과를 따지자고 말하는 전여옥의 균형감각은 왜 노무현에는 전혀 발휘되지 않을까.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말에 대해 그녀가 한 말은 가히 예술이다.

“대통령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탄핵을 한 겁니다”


다크호스는 서경석이었다. 손석춘과 김호기가 워낙 상식적인 사람이라, 서경석은 전여옥의 편을 들어줬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최근의 관심사인 북한문제를 제외하곤 이상하게 상식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다.

“이번엔 제가 유의원 편을 들어야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것도 있습니다”

1대 4의 토론, 전여옥은 미친 듯이 대통령을 물어뜯었지만, 그에게 호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여옥: 노무현은 역사상 가장 강한 대통령입니다. 지지언론도 만들어냈지 않습니까?

난 노무현을 지지하는 언론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건 김영삼 때까지 우리 언론들은 대통령의 나팔수를 자임했었다는 것, 그리고 DJ 이후부터 한국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조선과 동아는 한나라당의 기관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유시민의 답변, “한나라당은 지지언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런 걸 할 능력이 없습니다”


전여옥과 잠깐이라도 싸워준 사람은 유시민이 아니라 김호기였다.

사회자: 노무현의 개혁에 대해 평가해 달라.

전여옥: ...강남 사람들 미워하고, 남상국 사장 모독해서 죽게 한 것을 보라. 개혁이 왜 꼭 무서워야 하느냐. 왜 피곤해야 하느냐.

김호기: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자꾸 사례만 얘기하는데 전체적인 걸 봐야...

전여옥: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는 게 왜 나쁘냐. 너는 대학교수라 허황되고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는데...

아이구, 너 잘났다.

작심하고 나온 듯 대통령을 욕하던 전여옥, 결국 이런 주장까지 한다.

“이번에 주일대사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망언을 한 것도 노무현 때문이다”

왜? 얼마 전 노무현이 일본 신문하고 회견을 할 때 ‘다케시마’라는 말을 썼다는 것. 아,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이은주가 죽은 것도 노무현 때문이라고 하지 그래?


전여옥은 노무현을 욕하기 위해 평소 비난에 비난을 서슴지 않던 DJ마저 찬양한다.

“DJ에게 배웠으면 좋겠다. DJ는 이러이러한 점은 정말 훌륭했다”

박근혜를 그렇게 욕하다 지금은 그 입이 되어 있는 전여옥, 그녀의 얼굴 두께는 어느 정도나 될까 궁금하다.


오늘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다 또다른 전여옥을 발견했다. 일본의 극우 국회의원인데, 그가 손석희와 했던 말은 대충 이와 같았다.

손석희: 독도가 왜 니네 땅이니?

극우: 1600년에 나온 역사책을 보면 우리 어민이 독도에서 굴을 딴 적이 있다고 써있다.

손석희: 우리 기록에 보면 그보다 천년 앞선 512년에 독도가 우리 영토라고 나와있다. 1400년 역사책에도 기록이 있다.

극우: 역사논쟁은 하고 싶지 않다(누가 먼저 했는데?) 국제법상으로 독도는 일본 땅이다.

손석희: 국제법의 어느 부분이 그런가?

극우: 하여간 그렇다면 그런거다.

손: 지금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데?

극우: 그건 불법점거하고 있는 거야. 독도는 하여간 일본땅이야.


말도 안되는 걸로 우기기만 하는 것, 바로 전여옥의 특기 아닌가.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전여옥을 독도 관련 토론회에 내보내는 생각. 전여옥이 그 극우랑 붙으면 환상의 매치업이 될 것 같지 않은가?

전여옥: 독도는 우리 땅이야.

일본극우: 싫어, 우리 땅 할래.

전여옥: 어흥! 내가 우리 땅이라면 우리땅인 거야.

일본극우: 싫어. 일본 땅이야!

전여옥: 독도가 두글자지? 그러니까 우리 땅이야.

일본극우: 다케시마는 네글자잖아. 그러니까 일본 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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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5-02-25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두문장 최고군요:)

깍두기 2005-02-2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어제 100분 토론 시청률 꽤 됐겠는데요, 마태님도 보고 저도 보았으니^^
하지만 좀 맥 빠지는 승부였어요. 어찌보면 전여옥과 유시민이 손석춘을 같이 상대하는 듯한 때도 있었고....현 정권이 점점 더 기득권층으로 기운다는 증거인가...
그건 그렇고, 빨리 와서 책 고르란 말예욧!(아니, 이건 부리에게 할 말인가....)

marine 2005-02-2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나라당은 왜 전여옥을 내보내는 걸까요? 좀 더 합리적이고 분석적이며 수준있는 토론을 할 의원이 그렇게 없는 걸까요? 전여옥을 보면 싸움닭 같아요 말은 무지하게 빠르고 많은데 정작 내용은 하나도 없어요 정책 문제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야지 않을까 싶어요

sooninara 2005-02-2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두줄...정말 미치겠습니다.웃겨서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어주는홍퀸 2005-02-2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기대만큼 실망이 큰뱁..넘 기대를 했나봐요..정말 넘 싱겁고 잼없었어요..보다 잤어요..전여옥은 왜 그렇게 횡설수설하는지..아,서경석목사는 어젠 좀 제정신이더만요..그래도 싫어요..종교인은 그냥 종교에만 충실했음 좋겠어요..토론에 나오는거 별로 보기 안좋은데 자꾸 나와서 시러요..근데 개그맨 서경석은 어떻게 볼까 궁금..같은이름인게 아무래도 껄쩍지근허겠죠??

로드무비 2005-02-25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쾌합니다. 추천이오!^^

줄리 2005-02-2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여사에 대해 더이상의 분석은 없다 라고 할만하군요. 마지막 단 두문장만으로 그녀의 토론스타일을 완벽히 표현해 내셨습니다. 저두 추천할래요!

BRINY 2005-02-2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다 잤어요.

미완성 2005-02-2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시민도, 전여옥도, 서경석도..모두 싫어요. 까다로운 시청자이지요. 하지만 마태님의 글을 보는 건 너무 즐거워요. 마태님이 다시 TV에 모습을 드러내셔서, 까다로운 시청자인 저를 오랜만에 TV 앞으로 끌어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

울보 2005-02-25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보지는 못했는데 님때문에 아니 많은 서재지기님들덕에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치를 뭘알겠습니까만은 그래도 할말 못할말은 아는데..
그렇지 못한이가 정치를하니..
정말로 뒤에 두문장에 저도역시 한표....

진진 2005-02-25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플라시보 2005-02-2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이 독도에서 땄다고 주장하는게 굴이 아니라 전복이며 물개도 잡았다고 했어요^^ 우리도 조상중에 일본가서 전복따거나 물개잡은 사람들을 찾아내서 대마도가 우리땅이라고 함 우겨보면 어떤 얼굴들을 할지 궁금합니다.

마태우스 2005-02-2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어맛 전복이랑 물개군요. 그래도...넘어가주면 안될까요^^
모해짐님/뭡니까 그 웃음은....??? 좋은 뜻으로 해석할께요
울보님/정치는 하는 일에 비해 그 중요성이 너무나도 지대한 종목이죠. 우리 세상사가 알고보면 다 정치랍니다. 마태생각.
사과님/님은 유시민, 서경석이 싫다고 하지만, 전 사과님이 제일 좋습니다.
브리니님/그죠. 소문난 잔치에 비하면 먹을 건 없었죠^^
dsx님/자꾸 이러심 우리 관계를 남들이 눈치챌 겁니다...^^
로드무비님/아이 부끄럽게 왜그러십니까. 우리 서로 추천하는 사이인 거 남들이 몰라야 할텐데...
갈색빵님/아니 서씨는 방송에 나오면 안됩니까?????????????? 괜한 딴지^^
수니님/너무 오랜만에요. 반가워요!! 수니님 댓글에 추천.
나나님/님의 일목요연한 토론회 정리에 비하면 허접한 글이죠. 나나님을 토론장으로!!!!!
깍두기님/아니 부리가 뭐 이벤트라도 됐습니까?????? 화들짝.
소굼님 아니 피라님/부끄럽습니다^^

마냐 2005-02-27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감사드림다. 엄청 기대했음에도 못 봐서 아쉬웠는데.....마태님의 기막힌 관전평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슴다. ^^

maverick 2005-02-2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청 기대했었는데 맥빠지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여옥은 대변인으로서 논평내는것에 재미들렸나봐요. 토론 나와서 카메라 쳐다보면서 논평내고 앉았더라구요. 솔직히 좀 불쌍하기도 하더라구요. 능력에 비해 과한 자리에 앉혀서 억지부리게 만든 한나라당이 너무하더군요

샤크 2005-03-0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너무 압축시켜 놨네요. 그래서 마태님 글을 보면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곡해할 소지가 다분해요

마태우스 2005-03-01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크님/그렇죠? 그게 늘 문제죠. 앞뒤 문맥 잘라서 인용하는 거...
매버릭님/계속 싸움을 거는데 한쪽이 피해 버리니 전여사도 맥빠졌을 겁니다. 토론을 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마냐님/부끄럽습니다. 기막힌 관전평이라뇨^^
새벽별님/하하, 님도 '어흥'을 좋아하시는군요

하얀마녀 2005-03-04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금 지난 방송 보기로 봤는데 복장이 터지더군요. 마지막 가상 토론 정말 최고에요. 크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