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시집을 잘 읽지 않는다. 읽어도 이해가 안가니 읽은 것 같지도 않아서 말이다. 탁월한 번역가이자 내는 시집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류시화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9년 전에 내 생일이라고 우겨서 어거지로 받았던-그녀는 그날 산 시집을 얼떨결에 내게 줬다-‘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도 내 책꽂이에 그대로 꽂혀 있다, 아니 있을거다. 시인이 썼다면 산문도 외면했다.


그러던 중 내가 바르게 살기를 바라는 어느 고마운 분으로부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란 책을 선물받았다. 무려 58쇄나 찍은 초베스트셀러, 그래도 선물받은 책은 다 읽는 나는 어느날 그 책을 집어들었고, 단숨에 읽고 말았다. 그때, 생각보다 팔이 안붙어 고생하시는 어머님이 읽을 책을 좀 달라신다. 난 책꽂이에서 박완서, 김주영, 은희경 등의 책을 빼서 류시화의 책과 함께 어머님께 갖다 드렸다. 어머님은 다른 책은 다 재미없다고 밀어놓으시고, 류시화 책만 읽으셨다. 어머님의 웃음소리가 수시로 들렸다. 어머님은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처음이라신다.


어머님은 여행을 좋아하셨다. 하지만 우리 넷을 키우느라, 그리고 그 당시 아버님들처럼 우리 아버님도 가부장적인지라 여행을 거의 다녀온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는 여행에 대한 갈망을 갖고 계시고, 신문에 근사한 관광지 사진이 나면 오려서 보관한다. 가보고 싶은 곳이라며 스크랩해놓은 곳이 노트로 몇권은 될 터, 어머님이 류시화 책에 흠뻑 빠져든 까닭도 그 책이 인도 여행에 관한 책이라서였을거다. 지금 어머님은 아까 그 고마운 분이 선물한 인도여행 2탄 ‘지구별 여행자’를 읽고 계시다. 난 지금까지 뭐했을까. 어머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니지는 못한다해도, 여행 관련 책이라도 사드렸어야지 않을까(이런 자책 속에 오늘 아침 한비야의 책들을 몇권 주문했다. 로렌초님 이벤트 상품도 그걸로 골랐다).


어찌되었건, 류시화란 사람은 참 기인이란 생각이 든다. 외모나 행동이나 딱 우리가 상상하는 예술가의 모습이 아닌가. 지도에서 점을 하나 찍어 여행을 가자고 해놓고선 정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곳에 간다든지 하는 건 보통 사람은 흉내낼 수 없는 것이리라.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그랬지만, 난 인도여행을 갈 마음은 전혀 없다. 외국음식을 못먹는 내 특성도 이유가 되지만, 연착이 상설화된 기차를 타고 몇십시간을 달리는 것도 싫고, 사람이 앉아있는 좌석에 끼어앉으면서 양해의 말도 구하지 않는 그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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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2-1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효자이십니다, 마태우스님. 그에 비하면 저는...... 으흙흙. 그래서 한비야님의 책을 고르신거군요. 한권으로 어머님과 마태우스님이 같이 읽으신다니, 선물해드리는 제가 더 기쁘네요......

마태우스 2005-02-1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의 시종님/정말 감사합니다. 글구 저 효자 아닙니다. 어제도 엄마가 일찍 와서 팔 좀 주물러 달랬는데, 영화보고 늦게 왔어요. 술도 한잔 걸치구요...

플라시보 2005-02-1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이 여행기를 좋아하시나봐요. 이 참에 제대로 효도하시게 여행기를 추천받아서 어머님께 사드리면 어떨까요? (그리구요. 님은 제가 보기에 효자입니다. 진짜 불효자들은 자기가 불효자라 말하지 않거든요^^)

줄리 2005-02-1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그책 재밌게 봤어요. 거기 나왔던 좋은 글을 적어서 책상 유리밑에 깔아두고 보았었던게 아마두 10년전쯤인것 같은데... 다시 보고 싶네요. 그런데 한국 엄마집에 두고 왔어요. 제대로 있나 모르겠네요. 지난번에 갔을때 남 준거 같기도 하고요.
마태님 효자 맞는것 같아요. 아니시면 효자 되시구요. 나중에 후회하시면 어떻게요 효자 아니었던것에 대해서요...

미완성 2005-02-1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시화에 대해서 말하자면, 오호..다 돈이 있어서 저렇게 살아볼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못된 말이 튀어나오지만 그 류시화씨의 책을 효의 선물로 탈바꿈하신 마태님의 효심은 정말 칭찬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_<
그래도 어제 늦게 와서 팔 주물러 드리셨죠? 마태님은 존재하시는 것 자체가 효도라고요 :)

클리오 2005-02-1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부모님께는 해드리지는 못하고 마음 아픔은 있는 것 같아요.. 느지막에 여행이라도 다니시면 좋으련만 마태님이 어머님을 모시고 다니기도 그렇고, 누구랑 함께 다니실 분이 계시면 딱 좋은데... 사실 부모님이 다 살아계셔도 그 문제가 해결되진 않더라구요. 두분이 서로 함께 여행다니시는 걸 싫어하시거든요.. --;;

작은위로 2005-02-1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도... 인도 가보고 싶어요 ^^
배낭여행을 한다면, 꼬옥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인도랍니다. ^ㅡ^
어머니가 즐겁게 웃으셔서 좋은 일이었네요. 진짜 마태우스님은 효자에요, 저는 그러지 못하거든요.

인터라겐 2005-02-2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책이 좋은거겠죠..대리만족...
저 알라딘을 알기전엔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곤했는데 그때 서점아저씨가 적극추천해준 책이 바로 하늘 호수로 떠난여행이었죠.
그 서점아저씨 참 낭만있게 사셨는데 1년에 한번씩은 세상없어도 가족과 여행가기...거의 배낭여행 수준으로다.... 어머님이 상당히 세련되셨나봐요...어떤분은 이책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시는 분도...암튼 기쁘신한편 마음이 찡하셨지요?

책읽어주는홍퀸 2005-02-2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마우신 분같아요..그렇게 존 책을 선물하신 분이니..더군다나 어머님이 읽고 좋으셨다니..저는 책선물받을때가 젤 기뻐요..아,돈 빼구요..ㅋㅋ
인터라겐님! 그 낭만아저씨 서점 어디예요? 저 이제 거기가서 책 살래요~~ㅎㅎ

파란여우 2005-03-0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류시화 책을 다 읽는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어요. 부리도 이 사실을 알까요?^^

마태우스 2005-03-01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정말 신기하죠? 부리는 모를 겁니다. 워낙 특이한 녀석이라...근데 류시화랑 저랑 코드가 안맞아 보이나요??
갈색빵님/그러게 말입니다. 담에 만나면 고기를 푸짐하게 대접하고 싶어요
인터라겐님/어머님이 여행을 좋아하셔서요. 마음이 찡하고, 죄송하죠. 여행 보내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드려서요
작은위로님/제가 무슨 효자입니까. 작은위로님이 효자죠. 글구 인도, 미녀에겐 위험하니 조심하셔야 할거예요.
클리오님/그니깐요. 제가 모시고 가는 건 싫다고 하고... 제가 결혼하면 그때 간다고 저를 협박하더이다^^
사과님/아아 사과님. 사과님의 존재로 인해 알라딘이 밝게 빛난답니다
dsx님/효자 될께요. 사실 오늘 술먹고 늦게 갈까 했는데, 어머님 속상해하시니 조금 있다가 들어갈래요.
플라시보님/불효자인 걸 알면서 안하는 게 더 나쁜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