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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병을 고친 의사들
고영하 지음 / 학민사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애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훌륭한 의사들의 삶에 대해 배우려고 <세상의 병을 고친 의사들>이란 책을 샀다. 다 읽고 난 교훈은 책 제목에 ‘의사’가 들어간다고 무조건 사서는 안된다는 거였다. 글자 크기로 보나, 깊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내용으로 보나 이 책은 어린이들이 읽으면 족할 위인전이었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계모들에게 시달림을 받았어요. 하지만 신데렐라는 지혜로운 여자여서, 유리구두로 왕자를 꼬셔 결국 잘 되었답니다. 자, 여러분. 정말 재밌죠?]
왜 이런 책이 나왔을까. 2004년 2월에 서둘러 나온 이 책은 고영하라는 사람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기 직전, 뭔가 있어 보이려고 쓴 책이다. 노먼 베쑨, 쉬바이쳐, 게바라 등 쟁쟁한 사람들이 나오지만 진정한 영웅은 아무래도 저자인 것 같다. 다음 구절을 보자.
[‘당선시켜 주겠다. 돈을 내라’는 그들의 제의에 ‘법을 어길 수 없다’고 대답했다. 결국 나는 세상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라는 비웃음 속에 쓰라린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19쪽)]
[패배가 확인된 순간 나를 도왔던 많은 사람들이 책망하듯 나를 바라보며 ‘조금만 현실과 타협하면 되었을것을...(20쪽)]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 않는가. 그뿐이 아니다.
[대선 이후 주변에서 참여정부의 공직을 권유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러한 모든 제의를 일축했다. 더 가까운 곳에서 민의를 느껴야만 내가 추구하는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24쪽)]
내가 정치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정치를 하게 되면 자신이 잘한 것을 남들에게 떠벌려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과장.날조도 서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나 훌륭한 놈이라는 걸 남들에게 떠들 생각을 해보라. 얼마나 낯이 간지럽겠는가? 거짓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우겨보기도 하고 (돈을 받은 게 사실이면 정계은퇴를 하겠다!) 절친하게 지낸 상대방을 부당하게 공격하기도 해야 한다(저놈은 빨갱이입니다!). 그래서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며, 웬만큼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 어찌되었건 난 한 정치인이 경력쌓기를 위해 낸 책을 덥썩 사버린 우를 범했는데, 이 책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후보 경선에서 패배해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배울 게 없었던 건 아니다. 다음 구절을 보라.
“당시 서른 네 살이었던 그는 스물 두 살의 프란시스와 결혼에 골인하였다(69쪽)”
훌륭한 의사로 추앙받는 노만 베쑨이 열두살 연하와 결혼했다. 이게 훌륭한 의사의 필수조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억할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