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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독서 -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읽기
이현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보자.
있는 집답게 우리 집 서재에는 세계문학전집이 풀 세트로 꽂혀 있었다.
하지만 그 비싼 책들은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채 방치되다 결국 버려지는 운명을 맞았다.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읽으라고 사준 건데 우리가 책읽기에 뜻이 없었으니, 그리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내가 읽은 부분은 <여자의 일생> 일부분, <채털리 부인의 연인> 일부분, 그리고 <데카메론>이 고작이었다.
여기에 변명을 해보자면 당시 책은 위에서 아래로 읽어야 했고,
글자도 작아 어린애가 읽기엔 여러 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는 내가 책을 손에 들기만 하면 야단을 치면서 빼앗아 버렸고,
책을 사놓고 못읽게 한 아버님의 이 알 수 없는 철학은 나로 하여금 이십여년간 책을 멀리하게 만들었고,
책의 바다에 빠져든 서른살 이후에도 고전을 읽지 않았다는 열등감에 시달려야 된 한 가지 이유였다.
로쟈님은 고전을 ‘너무도 유명하지만 아무도 안읽은 책’으로 정의한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이 죄다 고전을 안읽었다면 내 열등감이 많이 상쇄될 수 있었겠지만,
나랑 매주 테니스를 치는 친구는 고전을 죄다 읽었다면서 말을 할 때마다 나한테 “그건 니가 전쟁과 평화를 안읽어서 그래” 같은 식이어서
열등감은 줄어들기는커녕 증폭됐다.
게다가 나와 결혼한 아내도 고전에 해박해서 나한테 이런 식으로 아쉬움을 말한다.
“여보가 고전을 읽었다면 정서적으로 훨씬 도움이 됐을 텐데”
내가 뒤늦게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을 읽기 시작한 건 다 그들의 자극 덕분이다.
하지만 읽어야 할 책들을 읽지 않은 폐해 중 하나가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것,
그 고전들을 읽고 난 뒤 남는 건 그저 “숙제 하나를 해치웠다”는 것뿐,
그 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주 사적인 독서> (이하 아사독)는 로쟈님이 고전 7권을 가지고 일반 독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묶은 것이다.
이 책의 훌륭한 점은 고전을 읽어야 하는 동기부여를 해준다는 거다.
로쟈님에 따르면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어 독자들에게 계속 읽히는 책,
즉 고전은 시대를 망라한 인간정신의 총아 정도로 표현해도 될 수 있을 테니,
고전의 위대성과 더불어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할 것 같다.
거기에 <햄릿>의 주인공이 우유부단한 이유, 내가 일부분만 읽은 <채털레부인의 연인>이 내가 아는 그런 책이 아니라는 것 등등을 아주 친절하게 말해주는데,
진즉 아사독을 읽었다면 좀 더 일찍 고전의 세계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사독은 1) 나처럼 고전을 건너뛴 청소년기를 보낸 것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는 분,
2) 학교숙제 때문에 억지로 고전을 읽어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분,
3) 좋은 책이 없어서 안읽는다고 핑계대면서 책을 멀리하는 분,
4) 책을 많이 읽은 이성친구 때문에 속성으로 지식을 습득해야 할 분 등이 읽으면 좋을 것이다.
강의한 걸 글로 풀어낸 거라 술술 읽힌다는 점도 아사독의 매력이며,
이 책의 저자와 한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지도 깨달을 수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구매하시라. 뒷일은 내가 책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