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휴대폰을 찾으니 보이질 않는다. 바로 전화를 걸어보면 될 것을, 여기저기 찾는다고 이불을 들쑤시고, 소파 밑으로 들어갔나 들여다보기도 했다. 마루를 뒤지던 중 갑자기 소리가 났다. 느낌이 이상해서 이불을 들춰보니 이불이 접힌 곳에 휴대폰이 있었다. 모니터 액정이 깨진 채로. 그러니까 그 뚝 소리는 내가 히프로 이불을, 그리고 그 사이에 있던 휴대폰을 깔아뭉갤 때 난 소리였다. 10년 전에는 휴대폰 화면을 난방이 한창인 방에다 향하게 하는 바람에 액정이 나갔었고, 7년 전에는 배에다 깔고 엎드려 자다가 액정을 망가뜨렸다. 앞의 두 번이야 그렇다 쳐도, 히프로 살짝 깔아뭉갠 걸 가지고 액정이 나가다니 그렇게 약해빠져서야 어찌 휴대폰이라 할 수 있는지 장탄식을 했다.

 

 

 

 

 

 

 

 

 

 

 

 

 

  

안그래도 할 일이 많은 오전을 심통이 난 채로 보냈다. 전화가 오면 대체 누가 했는지 알 수가 없고-그러느라 사랑합니다 고객님으로 시작되는, 스마트폰을 무료로 준다는 전화도 받아버렸다-스케쥴 알람이 울리면 대체 이 시간에 무슨 일을 해야 했는지 머리를 굴려야 했으니까. 안되겠다 싶어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총알처럼 먹은 뒤 휴대폰을 고치러 나갔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고치러 갈 건데, 같이 안갈래? 재미지게 이야기도 하고 말이야.” 아내는 흔쾌히 응했고, 잠시 뒤 난 아내와 강아지 한 마리를 싣고 천안의 삼성전자 AS센터로 향했다. 천안이 경이로운 도시인 것은 월요일 1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AS센터의 대가지 수가 다섯명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서울 살 땐 이대 앞 센터를 주로 갔는데, 어느 시간에 가나 늘 대기자 숫자가 30명 이상이었다.

 

   

 

 

 

 

 

 

 

 

 

 

휴대폰이 수리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점심을 못먹어서 배고프다는 아내에게 천안에서 제일 맛있는 광명만두를 사다줬고, 그래도 휴대폰이 수리가 안되서 1층에 있는 삼성전자 대리점에서 멋진 노트북과 스마트TV, 그리고 갤럭시노트를 아이쇼핑했다. 이 세상에는 사고싶은 전자제품이 왜 이렇게 많은지, 빨리 로또가 좀 됐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는 사이 휴대폰이 다 됐다는 연락이 왔고, 아내와 강아지를 집에 데려다 놓은 뒤 학교로 향했다. 말끔해진 휴대폰을 손에 들고서. 액정이 깨진 건 분명 안좋은 일이었지만, 그 덕분에 아내와 만나 재미지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이게 천안으로 이사온 보람 중 하나다-광명만두를 먹였으며, 돈을 벌어서 아내한테 갤럭시 노트를 사줘야겠다는 결심을 했으니, 액정 덕분에 보람 있는 하루라 할 수 있겠다. 오전과 달리 학교로 돌아가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덤이고 말이다. 참, 내 전화는 스마트폰이 아니고, 액정값은 3만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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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12-1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고쳐서 다행이긴 한데 액정 고치는 값이 만만치 않게 나오셨겠네요.

마태우스 2012-12-11 01:13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댓글 보고 잽싸게 한줄 추가했어요. 스마트폰이었다면 이렇게 훈훈한 글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 일반폰이라 3만원이었답니다.

비연 2012-12-11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 액정 나가면... 보험 들어도 5만원은 내야하는데.
3만원이라니 그래도...^^;;;; 덕분에 와잎과 데이트도 하고..좋은 결말이네요^^

마태우스 2012-12-11 13:45   좋아요 0 | URL
저도 한 5만원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3만원이라서 2만원 번 느낌이어요^^ 뭐, 결말이 좋았으니 다행입다

Mephistopheles 2012-12-1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쳐폰을 수리해주는군요.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라 은근 압박이 심할텐데..

마태우스 2012-12-11 13:46   좋아요 0 | URL
안팎으로 압력이 심하죠. 근데 전 스맛폰 정말 별로예요.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 저일 겁니다 근데 제 걸 피처폰이라고 하나봐요? 첨알았어요 피처는 맥주 아닌감요

Mephistopheles 2012-12-11 21:14   좋아요 0 | URL
피처 폰(feature phone)은 스마트폰(smartphone)보다 낮은 연산 능력을 가진 저성능 휴대 전화를 설명하기 위한 용어이다 라고 하네요..

pitcher:미국·영국 [pítʃər] 영국식 1. (귀 모양의 손잡이와 주둥이가 있는) 물주전자 이게 혹시 맥주에서 말하는 그 피쳐가 아닐까 싶네요.

마태우스 2012-12-13 10: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친절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피처폰이란 말도 스마트폰 나온 다음부터 대중에게 유포된 듯..

blanca 2012-12-11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훈한 페이퍼네요. 광명만두의 맛이 궁금해집니다.^^ 저도 액정 나가서 한번 유상수리 받았어요. 스마트폰이긴 하지만 2년이 넘어간답니다.

마태우스 2012-12-11 13:47   좋아요 0 | URL
스마트폰도 액정 나가면 수리해주나요? 그거 무지 비쌀 것 같은데...그것도 2년 전에 받으셨다니 어얼리어댑터신가봐요. 광명만두 맛은, 이것은 만두가 아니라예술이다,입니다

지나다 2012-12-1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뚝'소리가 났다고 쓰셔서 스마트폰 유저가 아니신 걸 알았습니다. 액정 수리비 3만원에 아리따운 부인과 데이트도 하시고... 여러모로 선방하셨네요^^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라는 압박에 굴하지 않은 동지가 여기도 한 분 계셨군요!

마태우스 2012-12-11 13:47   좋아요 0 | URL
아 스마트폰은 히프로 깔아뭉개면 다른 소리가 나나봐요? 한번 아내거 깔아볼까요 호호호. 위에도 썼지만요 전 마지막까지 버틸 거예요. 지금 폰이 훨씬 더 편해요!

moonnight 2012-12-1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아내분에 대한 애정이 훈훈한 페이퍼네요. 돈벌어서 갤럭시 노트 사줘야겠단 결심에서 (흐뭇해서) 웃었어요. ^^ 저는 스마트폰이긴 한데 초기모델이라 안 되는 게 많아요. 갤럭시 노트 갖고 싶은데 (스스로;) 열심히 돈 벌어야겠어요. ^^;; 그나저나 광명만두 맛 저도 궁금해요! >.<

마태우스 2012-12-11 13:49   좋아요 0 | URL
1) 말만 그렇지, 아내한테 못해주는 구석이 많습니다. 집에 와서도 맨날 일만 한다는...ㅠㅠ
2) 갤럭시노트라도 사줘야 아내한테 덜미안할 것 같은데, 연말에 돈들어올 구석이....별로 없다는 슬픈 소식.
3) 달밤님은 노트 사시면 정말 어울릴 것 같아요. 원래 그게 미녀한테 어울리잖아요^^
4) 광명만두 맛은요 서울엔 왜 이런 만두를 안파는지 갑자기 화가 났어요.

saint236 2012-12-1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벌어서 아내에게 갤럭시 노트를 사줘야겠다는 말이...눈에 밟히네요. 전 돈도 못벌었는데 일단 질렀습니다. 그 덕에 아내가 카스에 빠졌고, 카스엔 전혀 관심도 없는 제게 들어와서 글남기라고 협박을 하네요. 그래도 전 굴하지 않고 얼굴책만 하고 있습니다.

마태우스 2012-12-11 13:50   좋아요 0 | URL
사실 일단 지른 다음에 허리띠 졸라매는 게 정답이죠. 근데 제가 올해 좀 질러서-특히 티비-더 졸라맬 허리띠가 없사옵니다ㅠㅠ 글구 카스가 뭔가요? 맥주밖에 떠오르는 게 없네요?

마태우스 2012-12-11 13:50   좋아요 0 | URL
하나 더 여쭙습니다. 노트 사주시고나면 부부간의 금술이 어떻게 되나요? 사모님께서 노트만 하고 그러느라 금술이 안좋아질까 걱정...!

Mephistopheles 2012-12-11 16:22   좋아요 0 | URL
카스= 아마 카카오 스토리인가 봅니다. 카카오톡은 메신저라면 카카오 스토리는 일종의 SNS겠고요. 그리고 스맛폰의 피해 중 가장 큰 건 부부간 연인간 친구간에도 대화가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서로 마주 앉아 있는데도 스맛폰 화면만 쳐다본다고 하네요...

saint236 2012-12-12 17:04   좋아요 0 | URL
저희는 애들이 어려서(5살 4살이요) 부부가 대화할 시간이 없습니다. 한 마디 말이라도 할라치면 애들이 자기들하고 말하자고 해서...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사준건데요. 카톡과 카스를 하면서 친구들끼리 연락하고 그럽니다.

마태우스 2012-12-13 10:15   좋아요 0 | URL
메피님, 카스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감사드립니다. 카카오스토리군요. 저도 많이 봤어요 연인 혹은 친구끼리 나란히 앉아 스맛폰만 보는 광경... 그걸 보고 있으면 좀 쓸쓸해지더라고요.

마태우스 2012-12-13 10:17   좋아요 0 | URL
saint님, 애들이 한창 자랄 시기군요. 정말 바쁘시겠다... 근데 애들도 대화를 거부하다니, 휴. 저희 땐 말할 사람이 부모님밖에 없어서, 어머니랑 많은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스맛폰의 폐해네요.

2012-12-11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3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2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3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하하 2012-12-1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처, 카스, 근데 부부금슬 아닐까요? 금술이 아니라ㅋㅋ
술이 젤 먼저 연상 되시는...^^

마태우스 2012-12-13 10:23   좋아요 0 | URL
어머나...그렇군요. 사실 까맣게 모르고 있었어요. 제가 원래 잘 모르는 단어는 검색도 해보고 그러는데....알려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