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런영화는 만들지 맙시다’

‘한국 영화의 수치다’

‘정말 짱납니다.. 시간아까웠어요’


<여고생 시집가기>에 올라온 관람소감이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이 영화의 별점평균은 5.66, 그나마도 별점평에 참여한 사람이 워낙 적다보니 별 다섯을 준 작전세력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한 결과다. 시놉시스는 안봐도 뻔하고, 가수를 하다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 은지원의 연기 역시 직접 확인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낭만자객>, <내사랑 싸가지>, <해피 에로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이 영화 또한 한국 영화의 수준을 끌어내리고자 만들어진, 좀 심하게 말해서 헐리우드의 음모가 아닐까 싶은 영화이리라. 도대체 임은경은 뭐가 아쉬워 이런 영화에 나온 걸까?


TTL 광고로 일약 스타가 된 그녀의 데뷔작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었다. 데뷔부터 연기를 잘하기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겠지만, 그 영화에서 임은경의 연기는 매우 후졌었다. 물론 시나리오가 허접해 제 아무리 연기의 대가라 해도 그 영화를 흥행시키기는 어려웠겠지만 말이다.


그다음 <품행제로>, 이건 그래도 임은경이 나온 영화 중 흥행에 가장 성공한 영화다. 난 이 영화를 극장에 가서 봤는데, 그건 순전 류승범 때문이었다. 영화 역시 별 내용도 없고 류승범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한 그런 영화였는데, 그걸 보면서 시나리오가 없이 개인의 출중함에 의해 영화가 이렇게 좋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임은경은 공효진과 함께 류승범을 놓고 다투는 역으로 나왔는데, 역할은 아주 미미했다. 그나마도 임은경은 여전히 TTL 소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색한 연기만 거듭했을 뿐이다. 하지만 다른 네티즌들은 그녀의 연기가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했다. 하기야, <성냥팔이...>보다 더 연기를 못할 수는 없겠지.


올 여름에 개봉했던 영화 <인형사>, 별점평균 5.87, "영화 볼 돈으로 인형하나 사세요" “공포영화가 실패하면 코메디가 된다는 걸 몸소 보여준 영화”라는 네티즌의 40자평대로 별반 영양가는 없었나보다. 이 영화는 김유미 등 여자 다섯이 나오는데, 임은경은 엄밀히 말해서 주연은 아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여기서도 어떤 네티즌은 그녀의 연기가 “이전보다 나아졌다”라고 말했는데, 여기에 대해 생각을 좀 해볼 필요가 있다. 심은하처럼 데뷔작에서부터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사람도 있고, 장동건처럼 작품을 하면서 연기가 나아지는 수도 있다. 황신혜만 해도 데뷔 초에 비해 지금의 연기는 얼마나 완숙한가. 그러니 처음부터 연기를 못한다고 너무 몰아붙일 일은 아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기가 연기 연습을 하는데 왜 우리가 들러리를 서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임은경의 연기가 몇작품 한다고 갑자기 좋아질 그런 수준은 아니지 않는가? 그 한 배우를 키우기 위해 몇편의 영화를 더 망쳐야 할까? 그녀 나름의 딱한 사정이야 있겠지만, 난 그녀가 영화보다는 CF 모델로 생계를 잇는 게 어떨까 싶다.


그다음 출연한 건 <시실리2km>다. 이것 역시 흥행에 실패했지만, 7.29의 별점평이 말해주듯 나름대로 재미있는 영화였던 것 같다. 이건 순전히 임창정 덕분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가수보다는 연기를 훨씬 더 잘한다. 임은경은 어땠을까. 무비스트에 올라온 영화평 중 임은경이 언급된 대목을 하나 발견했다.

“가장 별로인 배우는 귀신역할의 임은경.. 어딘지 어리버리한 귀신이란 설정이 꽤 참신함에도 그걸 충분히 살려내진 못했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도 임은경의 연기는 별로였나보다.


연기를 그리 못해도 출연섭외가 계속 들어온다는 것도 능력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고생 시집가기>는 해도 너무한다. 도대체 임은경에게는 매니저도 없는 걸까. 왜 그런 영화에 출연시켜서 그녀를 소모하는 걸까. 어차피 톱 배우들은 나오지 않을 영화니 그런 데라도 출연시켜 연기 경험을 쌓게 하려고? 그 과정에서 임은경의 가슴에 쌓이는 상처는 어떡하구? 그녀 역시 귀가 있고 눈이 있으니 자신이 나온 영화에 대해 남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을거다. 꼭 주연이 아니면 어떤가. 조연이라 할지라도 시나리오 괜찮고,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에 출연하는 게 훨씬 더 득이 되지 않을까. 그런 허접한 영화에서, 더구나 같이 나오는 은지원에게서 배우는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초등학교 1학년 책만 수백번 본다고 학력이 나아지는 게 아니듯, 허접한 영화에 100번 출연한다 해서 연기력이 느는 건 아닐 것이다. 이번 영화는 버렸다 치고, 다음번엔 제발 그럴 듯한 시나리오를 가진 영화에 출연했으면 좋겠다. TTL 소녀의 가슴에 상처주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 그녀도 알고보면 딱한 사람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얀마녀 2004-12-26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도 안 보고 흉만 보는데 마태우스님은 걱정까지 해주시는군요. 임은경은 마태우스님 덕분에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요? ^^

비로그인 2004-12-2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품선택하는 복이 참 없는 건가봐요.

이젠 나이도 어느 정도 먹었을텐데...

로렌초의시종 2004-12-26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찍어도 말아먹을 수 밖에 없는 이런 포맷을 생각해낸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진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어린신부면 됐지. 도대체 몇걸음이나 더 나가려고......

마태우스 2004-12-26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의 시종님/제말이 그말입니다.... 거기 돈 대는 사람도 이해가 안가구요

고양이님/그니까 옆에서 매니져가 관리를 좀 해줘야 하는데, 전혀 아닌 것 같더군요.

마녀님/아이구, 아닙니다. 여고생 시집가기 때문에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듯 싶어요. 저도 뭐, 영화도 안봐주면서 말만 많은 그런 사람이어요.

▶◀소굼 2004-12-2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좋은 역할을 잘 소화해 내리라 믿고 싶어요.

노부후사 2004-12-2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틀리셨어욧!

심은하의 영화 데뷔작인 <아찌아빠>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데뷔작으로 아셨지요? ㅋㅋ
글구 <시실리 2km>는 200만 가까이 관객을 끌어모았는데 이 정도면 꽤 성공한 편인걸요.

하이드 2004-12-2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화를 보셨단말입니까? 은지원의 빠순이들을 겨냥한 영화로 알고 있었는데, 아, 그리고 인형사에 나오는 인형들은 '구체관절'이라고 백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인형입니다.

니르바나 2004-12-27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참에 마태우스님께서 사랑하시는 임은경양을 위한 멋진 시나리오 한 편 쓰심이 어떠하신지요. 그런데 워낙 바쁘시니까 시간내시기가 어려우시겠지요. 마태우스님

마태우스 2004-12-2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바쁜 게 아니라 그럴 능력이 안되옵니다. 글구 전 임은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제겐 26세 미녀 뿐이라구요^^

하이드님/물론 안봤지요. 본 사람들의 감상문을 봤을 뿐입니다. 그 구체관절 인형, 제 친구가 갖고 있는 거 봤어요. 참 잘 만들긴 했더군요.

에피님/그, 그래도 심은하는 데뷔 때부터 연기는 잘했잖아요. 시실리 2킬로는 흥행을 했군요. 으음, 제 글의 기초가 왕창 흔들리네요.

소굼님/글쎄요. 제 생각으로는 연극무대에 가서 열심히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nugool 2004-12-2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이 신비소녀를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2004-12-27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4-12-2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기로는 임은경 같은 급의 배우들은 시나리오 선택은 물론 CF까지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는건 거의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초반부 TTL소녀였을때 너도나도 임은경을 대려가려고 계약금을 높게 부르더니 생각보다 임은경의 비주얼로 먹고들어가는 세월이 빨리 끝나자 저런 영화라도 출연시켜 최대한 투자금액을 뽑아내려는게 아닐까요? 그녀가 그녀의 목소리를 내려면 연기력과 더불어 흥행력이 어느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런 상태로 가다가는 언젠가 수술대위에 누워서 가슴좀 키운다음 누드 찍어서 이판사판이 될지도 모르죠. 이제 더이상 배우로의 생명력은 없으니 누드라도 찍어서 평생 먹고 살 돈을 벌자는 심산에서요. 물론 기획사가 꼬시겠죠. 이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