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 존스 1편을 난 비디오로 봤다. 극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같이 볼 사람이 없었던 탓, 집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비디오로 보기엔 미안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편은 26세 미녀와 손을 꼭 붙잡고 봤다.


재미는 있다. 웃기려고 아예 작정을 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웃음만을 원했다면 ‘웃찾사’를 보지 굳이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었을까? 1편에서 느꼈던 전복성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웃음을 위해 말도 안되는 설정들이 이어지는 영화, 브리짓 존스 2편 역시 속편들이 대부분 가는 길을 가고야 말았다.

* 주연 배우가 이 영화 때문에 살을 많이 찌웠다고 하더군요. 자유 자재로 뺐다 쪘다를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브리짓은 애인인 마크 주변을 얼쩡거리는 22세의 롱다리를 성가셔한다. 젊음과 미모로 무장한 롱다리에게 뱃살이 출렁거리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그럴 때는 마크가 알아서 오해를 풀어줘야 하건만, 그런 노력 따위는 하나도 없다. 그러니 브리짓이 질투를 할 만하다. 그 오해는 아주 나중에 풀리는데, 정말이지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왔다. 1편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는 상황에서, 속편이 나오는 건 무리였는지 모른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짜낸 게 겨우 이런 수준일까 싶지만, 나라도 이거 이상 가는 속편을 만들었을 자신은 없다. 1편보다 더 나은 속편이 몇 개 있긴해도, 속편은 되도록 안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백투더 퓨쳐>나 <반지의 제왕>처럼 영화 한편에 이야기를 다 담지 못할 때라면 모를까.


영화에서 브리짓이 물에 흠뻑 젖어 마크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사무실에 앉아 있던 나이든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How can I help you, young lady?"

33세인 브리짓을 레이디, 그것도 젊은 레이디라고 불러주는 그가 참으로 친근하게 느껴졌다. 서른만 넘으면 대충 ‘아줌마’로 통일되는 우리나라의 호칭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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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12-13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속편이 나왔으니 영화도 나오지 않았을까요??

모든 것이 대충 첫번째 것에서 모든 독자(이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2,3분정도 머리를 쥐어 뜯었었어요.... ㅠ.ㅜ... 관객이니.. 독객도 아니고.. 책읽는 사람을 뭐라고 하더라?? 그런 단어가 없나? 있긴 한거냐... 이러면서... ㅠ.ㅜ 다행히 생각이 났어요...)나 관객에게에게 새로운 소재나 재미를 다 주어서 기대치가 올라간 상황에서 속편이 성공하기는 힘들지요.. 그냥... 그렇게 1편의 아쉬운 재미로 남겨지는 편이 더 좋을 때가 훨씬 많지요.

진/우맘 2004-12-1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구나.....그럼, 난 1편을 못 봐서 재미있었나? ^^;;;

실망하셨다니, 제 칭찬에 기대치가 올라간 탓도 있으리라고 책임을 통감합니다. 통감만...^^

미완성 2004-12-1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다운받아볼까 했는데, 마음 접어야겠군요. 1편 초반에 처절하게 열창하던 브리짓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건만..*.*

제작진도 1편만 하기에는 섭섭했나봐요. 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하이드 2004-12-1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편은 정말 재미있었는데, 사실 책도 속편은 별로였어요. 태국가서 마약범으로 잡히고 어쩌고 하는 설정이 좀 과장되었다 싶었거든요.

nugool 2004-12-1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편이 더 나은 영화가 거의 없으니 정말 희안하죠? 며칠전에 르네 젤위거가 한국에 왔었더군요. 티비화면에 비치는 그녀의 얼굴.. 정말 평범하고 짜글짜글.. 진짜 우리나라 여자들이 예쁘다니까요. ^^ (마태님도 절실히 느끼고 계시죠?^^)

2004-12-13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2-13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明卵 2004-12-1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저도 재밌게 봤는데, 진우맘님처럼 1편을 못 봐서 재미있었나?

플라시보 2004-12-1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무척 기대를 했었는데 별로인가보군요. 아직 안봤는데 영화관에서 보길 포기하고 그냥 비디오로 볼까봐요^^

연우주 2004-12-1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편이 훨훨 재미없더군요. 어제 봤는데요, 넘 별로더라구요!

마태우스 2004-12-1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어머 우주님 반갑습니다. 미모는 여전하시죠??

플라시보님/아니 뭐 영화로 보는 게 더 재밌긴 하지만... 전복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거거든요. 아이, 전 몰라요!

명란님/저도 재미있게 보긴 했어요. 그래도 그 막판에 레베카가 변신하는 건 너무 말이 안되잖아요??

우주님/아, 그렇군요... 흑흑.

너굴님/저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죠. 어쩜 그리 미녀인지 호호.

하이드님/맞습니다. 정말 무리한 설정이었어요...

사과님/다운받아서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다만 제가 기대가 좀 컸었죠.

진우맘님/아닙니다.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으니 책임지실 필요 없어요. 그 대신 이벤트 하세요!!

실론티님/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도 이왕 만들 거, 여고괴담처럼 전혀 색다른 속편이 나온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