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 존스 1편을 난 비디오로 봤다. 극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같이 볼 사람이 없었던 탓, 집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비디오로 보기엔 미안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편은 26세 미녀와 손을 꼭 붙잡고 봤다.
재미는 있다. 웃기려고 아예 작정을 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웃음만을 원했다면 ‘웃찾사’를 보지 굳이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었을까? 1편에서 느꼈던 전복성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웃음을 위해 말도 안되는 설정들이 이어지는 영화, 브리짓 존스 2편 역시 속편들이 대부분 가는 길을 가고야 말았다.
![](http://210.116.113.228/movieinfo/image/photo/Maxbrigetsteel04.jpg)
* 주연 배우가 이 영화 때문에 살을 많이 찌웠다고 하더군요. 자유 자재로 뺐다 쪘다를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브리짓은 애인인 마크 주변을 얼쩡거리는 22세의 롱다리를 성가셔한다. 젊음과 미모로 무장한 롱다리에게 뱃살이 출렁거리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그럴 때는 마크가 알아서 오해를 풀어줘야 하건만, 그런 노력 따위는 하나도 없다. 그러니 브리짓이 질투를 할 만하다. 그 오해는 아주 나중에 풀리는데, 정말이지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왔다. 1편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는 상황에서, 속편이 나오는 건 무리였는지 모른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짜낸 게 겨우 이런 수준일까 싶지만, 나라도 이거 이상 가는 속편을 만들었을 자신은 없다. 1편보다 더 나은 속편이 몇 개 있긴해도, 속편은 되도록 안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백투더 퓨쳐>나 <반지의 제왕>처럼 영화 한편에 이야기를 다 담지 못할 때라면 모를까.
영화에서 브리짓이 물에 흠뻑 젖어 마크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사무실에 앉아 있던 나이든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How can I help you, young lady?"
33세인 브리짓을 레이디, 그것도 젊은 레이디라고 불러주는 그가 참으로 친근하게 느껴졌다. 서른만 넘으면 대충 ‘아줌마’로 통일되는 우리나라의 호칭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