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결과를 보는 날.

작년 위내시경 결과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 탓인지 아내는 따라가겠다고 했다.

용종 한 개를 떼고 조직검사를 하긴 했지만

뭐 별일이야 있겠나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외래 진료실에 들어갔다.

“별 이상한 소견은 없고요...”란 말에 그나마 버티던 일말의 불안감도 날아갔다.

 

 

그런데...의사가 보여준 첫 번째 화면에 난 그저 아연했다.

“이곳이 항문이고요...”

아니, 남의 항문 사진은 대체 왜 찍었으며, 그걸 보여주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아무리 아내지만, 부끄럽단 말이다.

언젠가 초음파를 해주던 여자 동료는 내가 “보라색 팬티를 입었다”고 소문을 내더만,

내가 봐도 징그러운 항문사진을 대체 왜....?

 

 

게다가 난 완전한 정상은 아니었다.

게실(diverticulum)이라고, 대장벽이 약해져서 주머니처럼 튀어나온 건데,

그게 나이에 비해서 좀 많단다.

학생 때 게실에 염증이 생겨 혈변을 봤던 환자도 봤던만큼

게실이 많다는 건 좀 기분나쁜 소식이다.

 

하지만 항문사진에 비하면 그건 약과였다.

진료실을 나온 아내는 이렇게 날 놀렸다.

“털도 났지요.”

울다가 웃으면 그곳에 털이 난다는데, 나도 그래서 그렇게 된 걸까?

그 의사가 작년의 위기에서 내 생명을 구해준 건 고맙지만,

오늘 일로 점수 깎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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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9-04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하여간에, 건강하시다니 천만다행이에요. 사진 정도야, 애교로 봐주세요. ㅋㅋ^^

마태우스 2012-09-06 09:41   좋아요 0 | URL
아 네...그럴게요^^

야클 2012-09-0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제법 무성한가요?

마태우스 2012-09-06 09:41   좋아요 0 | URL
그, 그렇진 않소!! 전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조선인 2012-09-05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실이 많은 거면 뭔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가요? 건강 조심하세요.

마태우스 2012-09-06 09:42   좋아요 0 | URL
아주 많으면 그 부분에 속하는 장을 잘라내기도 하던데, 그정돈 아닌가봐요 여러가지로 감사

saint236 2012-09-0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울다가 웃으면...XXXㅎㅎㅎ

마태우스 2012-09-06 09:42   좋아요 0 | URL
제가 좀 그랬죠 하하.

blanca 2012-09-0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네요. 저도 소화기가 안 좋아서 위내시경을 많이 했어요. 대장 내시경은 남겨 두었지요. 자신의 소화기관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주치의가 있는 마태우스님이 부럽습니다.

마태우스 2012-09-06 09:43   좋아요 0 | URL
아유 젊으신 분이 어째 소화기가 안좋을까요 전 소화기가 좋았는데 혹사를 많이 시켰지요. 술먹고 고기많이 먹구... 근데 주치의를 부러워하시다니, 뭔가 오해가 있네요. 제 주치의라기보다 제가 찾아가서 진료받는 사람을 말하는 거랍니다.

김명주 2012-09-0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 대장내시경 하셨군요..저두 해야하는데 두려움이 앞서는게 한두가지 이유가 아니네요...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