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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보는 눈 - 세상을 읽는 눈 ㅣ 세상을 읽는 눈
홍은주 지음 / 개마고원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경제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경제를 알면 돈을 벌 수 있어서? 그건 아니다. 그럼 왜? 경제부 기자로 재직 중인 저자는 경제학이 “실생활 전반에 걸쳐 평생 동안 응용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과 사고의 기술을 가르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합리적 선택과 사고’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경제에 대해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엊그제 "노무현 정부는 반시장적, 좌파적“이라고 했던 손학규 씨를 보자. 대개의 경우 좌파는 분배를, 우파는 성장을 추진하는데, 그의 말이 맞다면 노무현 정부 들어 분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기조는 이전 정권보다 심해진 것 같고, 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비루하다.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할 정도인데, 어떻게 현 정부가 반시장적, 좌파적일까? 비슷한 말을 하는 다른 정치인들이나 전경련 같은 애들도 무식하긴 마찬가지다. 그런 발언이 나올 때마다 1면 톱에다 기사를 써주고, 노무현과 그 측근들을 좌파로 모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조선일보도 경제에 대해서는 쥐꼬리만큼도 모른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식의 늪에 빠져 사는 조선일보.한나라당 연합군도 자신들이 지금껏 헛소리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다음 대목을 보자. 사회적 부의 불평등분배를 해소하는 한가지 방법이 누진세처럼 조세에 의해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 하지만 김대중 정부 때(2000년),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클수록 불평등하다)는 0.374이고, 세금을 뺀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는 0.358, 거의 차이가 없다. 조.한 연합이 좌파라고 열심히 비난해 마지않았던 김대중 정부 하에서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그러니 그보다 더 신자유주의에 충실한 노무현 정부에게 ‘좌파’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헛소리다. 조.한 연합군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의 무식을 깨우쳐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경제학은 어렵지 않냐고? 아니다. 진정한 전문가는 독자들에게 아주 쉽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법, 경제학과는 별 상관이 없는 나도 이 책을 아주 쉽게 읽었다. 고등학교 때 경제를 배운 사람이라면 “이거 너무 쉽잖아!”라고 투덜댈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합리적인 사고와는 전혀 거리가 멀고, 언어해독 능력이 심각하게 처지는 조선일보 애들도 이 책을-전부야 힘들겠지만-읽는다면 앞으로 현 정부가 좌파라느니 하는 헛소리를 그만둘지 모르겠다.
이 책은 재미도 있지만 유익하기도 하다. 예컨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려는데 애인이 만나자고 한다. “나보다 시험이 중요해?”라면서. 이런 경험은 누구나 겪었을 테지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을 거다. 앞으로는 이렇게 말하면 된다.
“물론 자기가 시험보다 훨씬 중요하지. 그렇지만 시험을 앞둔 오늘 저녁의 추가적인 세시간에 한정해서 볼 때는 생물학 시험이 자기보다 더 중요할 수 있어”(83쪽)
생산자나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 총 비용보다 한계비용이듯이, 전체 가치야 애인이 더 높지만, 한계가치는 내일 닥칠 시험이 더 높다는 얘기다. 이렇게 멋드러진 설명을 해준다면 애인의 사랑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나야 26세 미녀가 만나자고 하면 시험이고 뭐고 당장 달려나갈 건데, 그건 총가치는 물론이고 한계가치 또한 그 미녀가 높기 때문이다.
쉽고 유익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웬만한 헛소리에는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장담한다. 이 책과 더불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제정임의 <경제뉴스의 두얼굴>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