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아들 말고, <달의 몰락>을 부른 가수 김현철과 두 번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8년 전엔 김현철은 10시부터 12시까지 FM 방송을 진행하고 나서 거의 매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곤 했었다. 그런 바쁜 삶을 살면서 어떻게 새 음반이 계속 나오는지, 김현철은 정말 천재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때였다.
한신포차에서 가진 두 번의 술자리에는 당시 내가 나가던 케이블 방송 관계자들과 김현철의 매니저가 동행했다. 그 매니저, 김현철보다 더 어려 보이는 그는 김현철의 일정관리 등 자질구레한 일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차 운전까지 했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김현철이 술을 마시며 밤을 샐 때마다 차 운전 때문에 술도 못마시고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게 안쓰러웠다는 거다. 남들은 소주잔에다 당시 유행했던 ‘참나무통 맑은소주’를 따라 마실 때, 그는 자기 잔에 콜라를 채워가며 새벽을 밝혔다. ‘안주라도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 사람이 있겠지만, 술이 동반되지 않는 안주는 맛이 하나도 없는 법이다. 우리는 하나둘씩 취해서 웃고 떠들고 했지만, 그 매니저는 언제나 구석 자리에 앉아 콜라가 든 소주잔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제, 학교에서 워크숍이 있었는데, 진주 경상대에서 올라오신 분-이하 알파-이 강의를 하셨다. 혼자 올라오기 심심하니 그 아래 있는 선생-이하 베타-이 그를 수행해서, 쉽게 말하면 운전을 하고 왔다. 강의가 끝나고 뒷풀이가 있었다. 평소 잘 못먹던 등심이 나왔다. 우리 학교에 친구, 동문 선후배가 많은 알파는 호탕하게 얘기를 해가며 술을 마셨지만, 베타는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어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다. 심심할 때 술이라도 마시면 도움이 되련만, 베타는 차운전 때문에 술 대신 물컵을 놓고 등심을 먹었다. 고기 좀 드시라는 내 말에 베타가 대답한다.
“술이랑 같이 먹으면 많이 먹겠는데, 고기만 먹으려니 몇점 안먹었는데 배가 부르네요”
그럼 난 어제 술을 많이 마셨을까? 아니다. 오늘 회의 때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해서, 술을 거의 안마신 채 내게로 오는 잔만 처리했다. 바지가 꽉 조이는 거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술과 더불어 먹지 않는 등심이라 나역시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평소 같으면 내게 잔을 주는 사람에게 “한번 해보자는 거냐”면서 죽음의 레이스를 했겠지만, 테이블 위에 떠있는 술들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나도 그랬지만, 베타 역시 그 술자리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1차가 끝나고 집으로 향한 나와는 달리 베타는 술이 벌겋게 올라 기분이 좋아진 알파에 의해 2차로 끌려갔다. 술을 잘하나 못하나 술자리에 앉아만 있는 것처럼 불쌍한 것은 없는데, 아마 베타는 어제 술을 양동이로 마시는 꿈을 꿨을거다. 불쌍한 베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