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책의 제목은 본문 내용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벤지가 아픈 바람에 난 지난 한주간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 그렇게 열심히 집에만 있었던 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른 생활을 한 것. 그 덕분에, 그리고 벤지를 걱정해준 지인들 덕분에 벤지는 다시 건강을 되찾은 듯싶다.
건강하던 시절, 벤지는 매일같이 내 팔에 매달려 자위를 했다. 처음에 그랬을 땐 나도 몹시 놀랐다. 몸집에 비해서 너무 큰, 산만해진 녀석의 그것이 내 팔을 찌르고 있었으니 놀랄만도 했다. 그래서 “야---!” 하고 소리를 지르며 팔을 치웠다. 무안해진 벤지의 얼굴을 보면서 내가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구성애가 그러지 않았는가. 아들이 그러는 모습을 보면 무작정 야단칠 게 아니라 “좋은 휴지를 쓰도록 하여라”고 말해 주라고.
그 후부터 난 벤지의 자위를 적극 도왔다. 팔을 내밀고 벤지가 자위를 하는 동안 책을 읽었다. 5분이 지나면 벤지는 팔에서 떨어져 만족한 얼굴로 길게 기지개를 켰다. 바닥엔 2-3미리 쯤 되는 벤지의 분비물이 고여 있었고. 몸이 안좋은 날도 자위를 거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내가 집에 오면 벤지가 좋아하는 게 그런 목적 때문이 아닐까 의심한 적도 있고, 개 자위나 시켜주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 적도 있다. 하지만 벤지에게 이쁜 배필을 구해줄 게 아니라면 그렇게나마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게 아빠의 도리가 아닐까.
벤지를 장가보낼 생각을 안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신뢰하는 가축병원 의사는 그걸 말렸다. “한번 맛을 보면 집에서 기르기가 힘들어지죠. 집을 나가려고 할걸요?”
말을 듣고보니 그럴 법도 해서, 난 그 이후에 벤지 장가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벤지는 인간화가 되버려, 암컷 개를 만나도 별반 감흥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물론 냄새를 맡는 등 호기심을 보이긴 해도, 이내 내 곁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녀석은 오직 내 팔에만 흥분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벌써 십육년, 기력은 쇠잔해졌어도 자위를 거른 적이 없던 벤지가 내 팔에 흥분하지 않게 된 것은 십일 전부터다. 그 때문에 걱정을 하던 차에, 수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내가 얼마나 심난했겠는가. 하지만 그 다음날은 상태가 조금 나아졌고, 밥도 잘 먹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 벤지는 드디어 내 팔에 매달려 자위를 했다. 지난 월요일에 울고불고 난리를 친 게 쑥스럽지만, 벤지는 조금 더 오래 살려나보다. 벤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팔 정도는 얼마든지 대줄 수 있다. 건강하게만 살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