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수영을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다. 크롤, 접영, 배영, 평영 등 4가지 영법 중 오직 크롤-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유형-밖에 못한다. 이게 유리한 점은 있다. 배가 뒤집어졌을 때, 남들이  떤 영법으로 헤엄을 칠까 고민하다 물에 빠지는 동안 자유형밖에 모르는 나는 그걸로 유유히 헤엄을 치며 뭍으로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나도 다른 영법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최소한 평영이라도 할 수 있다면. 수영이란 사실 고독과 싸우는 거다. 수영장에 가면 언제나 늘씬한 미녀가 기다린다고 생각하지만, 가본 사람은 안다. 미녀는커녕 ‘아줌마’들만 득실댄다는 걸. 미녀들은 수영을 하기엔 너무 바쁘니까. 그러니 다른 곳엔 눈 안돌리고 25미터짜리 풀을 하염없이 왔다갔다 하는 수밖에 없다. 한 20번 왕복하면 1킬로, 최소 그 정도는 해야 운동이 된다. 그 긴 거리를 왔다갔다 하는 건 정말이지 지겹다. 다른 사람들은 그래서 자유형으로 갔다가 평영으로 오고, 배영으로 갔다가 접영으로 온다. 나? 매번 자유형으로만 왕복을 하니 지겨움이 한층 더하다. 내가 수영에 취미를 붙이지 못했던 건 그래서일게다.


내가 수영에 자질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어릴 적 어머님은 우리 세 형제에게 수영을 가르쳤는데, 한달간의 과정이 끝났을 때 난 형제들 중 유일하게 ‘금붕어급’을 받았을 정도 (누나와 동생은 올챙이급. 그리고 수강생 중 금붕어급은 30%도 안됐다). 하지만 난 스승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 날 가르쳐 준 선생은 유난히 날 미워했는데, 한번은 내가 자기가 가르쳐 준대로 따르지 못하자 화가 났는지, 솥뚜껑같은 손으로 내 머리를 물 속으로 열 번이나 집어 넣었다. 결국 난 그 선생이 싫어 수영을 안배우겠다고 얘기했고,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영을 못한 채로 살아갔다.


고교 졸업 후, 난 다시금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3주만에 자유형의 호흡법을 마스터하고 배영을 배우는데, 다른 사람들은 저절로 물에 뜬다지만 난 그게 유난히도 안됐다. 그 와중에 수영 선생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수강료까지 챙기고, 그것도 부족해서 엄마들에게 돈을 빌려서 도망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돈이 탐나서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난 속으로 내가 죽어도 배영을 못할 것 같아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와 같이 시작한 여동생이 배영과 평영까지 마스터를 한 걸 보면, 내가 문제가 있긴 있다.


올 여름, 친구들과 유명 수영장에 갔다. 거기 모인 수많은 미녀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때 수영 선생이 도망만 안갔으면, 수영 가르쳐 준다는 핑계로 접근해서 화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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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0-0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수영 못하는데, 절 가르쳐 보시죠?(이 페이퍼 괜히 썼다는 생각이 들죠? 히히히)

부리 2004-10-08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 깍두기님.....-.-

starrysky 2004-10-0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같은 경우는 피아노 선생님이 도망가시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피아니스트가 못 됐다는 거 아닙니까~ 인생이 바뀔 기회였는데 아쉬워요~ 케케.

부리 2004-10-0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오오, 마태같은 사람이 많군요^^ 피아노치는 스타리님, 생각만 해도 멋져요! 꺄!!! 언니!!!

비로그인 2004-10-0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동생은 물에 아예 안떠요.

한달 배웠는데도 물에 안떠서 결국은 강사가 체지방이 좀 있어야 우선 물에 뜨겠다
고 진단했답니다 -_-;

sweetmagic 2004-10-0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수영 배울 때 수영 선생님이 장난 치신다고 절 들고 수영장에 확 던지셨는데요 그때 잘못 푸닥거리다가 다리를 확 심하게 긁혔어요. 그리고 물속에서 허부적 거렸는데 그떄 이후로 수영이 싫어요. 그떄 상처가 아직 남아있다는.... 그리고 수영장 물속에 사람들의 몸 이랑 뽀르륵 거리는 기포...가 아직 눈에 선해요... 으........

하얀마녀 2004-10-09 0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물에 뜨긴 합니다만 마치 시체가 떠다니는 듯한 꼴이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손발을 움직이면 가라앉습니다. 흐....

노부후사 2004-10-0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개헤엄치는 걸로 만족하고 살랍니다.

플라시보 2004-10-0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수영선생 정말 엽기네. 물속으로 애 머릴 집어넣다니..

마태우스 2004-10-1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엽기죠? 저 그때 얼마나 서러웠는데요. 10번이나 그러다니!!
에피메테우스님/아닙니다. 수영은 꼭 배우셔야 합니다...
하얀마녀님/음... 손발을 움직이면 가라앉는다...특이하신 분이네요^^
스윗매직님/알라디너 분들 중 수영 못하시는 분이 왜이리 많습니까. 과거의 상처일랑 다 잊어버리세요. 님은 더구나 바닷가에 살지 않습니까.
쥴님/님도 수영을 못하시다니.... 알라딘배 쟁탈 수영대회라도 개최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체셔고양이님/남동생 분이 날씬한가봐요? 부럽다...

2004-10-11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누발바닥 2004-10-11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영 배우고 싶어요...근데 물이 너무 무서워요~~
그래서 엄두가 안나네요....물에 빠져 즐을까 젤로 걱정입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