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스토커에게 시달렸다. 그는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왔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니 도끼를 들고 협박을 했다. “신고하면 넌 죽어!” 도대체 원하는 게 뭘까? 여자면 좋으련만 그 사람은 남자, 한참을 괴로워하다가 잠에서 깼다. 꿈이라서 다행이다.


어제 술을 마시기 직전, 난 굉장히 피곤했다. 집에 가서 샤워도 해봤지만 피로가 전혀 가시지 않은 상태, 하지만 소주 첫잔을 들이키자 피로가 금방 가셨다. 이런 맛에 내가 술을 마시는 게 아닌가.


추석 연휴건만 ‘기찻길 왕갈비’는 미어 터졌다. 종업원 대 손님 비율이 1: 50에 가까운 아비규환 속에서 거의 셀프 서비스로 고기와 소주를 먹었고, 2차로 ‘보보스’라는, 내가 좋아하는 술집에 갔다. ‘보보스’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술값이 싼 곳, 병맥주가 2천원, 밀러가 2천5백원인 그곳에서 우린 3만여원짜리 양주를 하나 시켜서 폭탄주를 돌렸다. 혹자는 왜 폭탄주를 마시냐고 묻지만, 짧은 시간 안에 취해서 집에 빨리 갈 수 있는 경제적인 술이 바로 폭탄주가 아니겠는가. 테니스를 치던 친구들인지라 주제는 “누가 테니스를 더 잘치냐”, 난 내가 제일 잘친다고 우겼고, 다른 친구는 각자 자신이 잘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했던 말들.

“발은 내가 제일 빠르잖아!”

“스트로크 나만큼 잘치는 얘 있어?”

“서비스는 약해도 서비스 포인트는 내가 제일 많잖아!”

“승률은 내가 제일 높잖아!”

그래도 수긍하지 못하는 내 친구들, 하여간 이것들은 말로 해선 안된다. 이번주 토요일, 실력으로 내가 최강임을 입증하리라.


2차에서 벌써 한 친구가 잠이 들었고, 3차에서는 또다른 친구가 잠을 잔다. 막판까지 버티던 다른 친구도 끝내 잠이 들어, 정신이 멀쩡한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하나씩 택시를 태워주고 집에 가면서 생각했다. “테니스는 모르겠지만 술은 내가 제일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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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09-3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등했다 ~!!

마태우스 2004-09-3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등....

하얀마녀 2004-09-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등인가요?

갈대 2004-09-3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에 이기셔서 술도, 테니스도 1등이란 걸 보여주세요!!
그리고 4등...

비로그인 2004-09-30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겨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 기형도 - 그집 앞 >

언젠가 술이 마태님을 마셔버리면 어쩌나 하는 슬픈 생각이...


sooninara 2004-09-30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하고 먹을때는 일등으로 없어지시던데요^^

starrysky 2004-09-3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는 오늘이 월요일인 줄 착각하고(긴 연휴 끝에 흔히 오는 착각이죠?) 서재의 달인 순위 1등 하셨다는 줄 알고 축하드리러 왔어요. ^^
술 마시기 1등은.. 음.. 축하드려야 하는 사안 맞나요?

플라시보 2004-09-3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님이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오래 술을 마시고 또 우리들도 오래 오래 재미난 술일기를 읽을테니 말입니다. (정기검진은 꼭 하고 계시는거죠? 믿어요. 흐흐)

마태우스 2004-09-3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운동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제 일등한 것도 사실 열심히 운동한 덕분이라는 설이...
스타리님/뭐든지 일등하면 좋죠. 사실 제가 옛날엔 제일 먼저 쓰러지곤 했거든요. 어젠 기분이 좋더이다.
수니나라님/그, 그 유쾌하지 못한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시길.. 그땐 컨디션이 나빴다구요!
체셔고양이님/님이 슬프다니 저도 슬퍼요. 흐흐흐흐흑.
갈대님/4등은 메달 없습니다. 토요일날 테니스 한번 열심히 쳐보겠습니다. 아자아자!
마녀님/3등 축하드려요^^
매직님/언제나 제 페이퍼를 빛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빈수레(空手來) 2004-10-0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테니스는 모르지만 술은 일등입니다' ㅋㅋㅋ
몇주 전 아파트 앞 테니스장에서 샤르포바를 연상케 하는 여인이 테니스 강습을 받고 있더군요. 고등학교 때 잠시 살던 아파트에 테니스 코드가 있어, 학교 체육수업시간에 잠깐 배운 어쭙지않은 테니스 솜씨로 야구(?)를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요즘 자주 타던 인라인스케이트가 싫증이 나서 다른 운동을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어째 맘처럼 행동이 따라주지 못하네요. 아파트 앞에 레슨받던 그 샤르포바는 아직도 테니스를 치고 있을지...오늘 저녁 잠깐 훔쳐봐야 겠습니다. ㅋㅋㅋ

maverick 2004-10-0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찻길 왕갈비는 혹시 신촌 기찻길에 있는 그 고기집인가요?
아니면 다른 동네에도 그런 브랜드가 많은건가요... ^^;
신촌에 있는 곳은 맛있긴 합니다만.... 연기 배출이 너무 안돼서 힘들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