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 마법사는 아니지만....
잠이 너무 부족했던 이번주, 이따 6시쯤엔 나가야 하지만 한나절의 휴식은 내게 꿀맛같다. 하지만 번번히 잠을 깨우는 휴대폰, 물론 할만하니까 하는 거겠지만, 전화 때문에 잠을 깨고 나면 자기 전보다 더 피곤한 느낌이다. 오늘 두차례나 시도를 했었는데, 결국 20분도 자지 못했다. 그런데 두 번째의 잠에서는 꼭 전화 때문에 깬 건 아닐 것이다. 꿈이 너무도 생생했고 마음 아팠기에 전화가 없었더라도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누나에게는 세명의 아들이 있는데, 미모로 따지면 세째가 제일이지만 붙임성과 귀염성을 종합해 성적을 매긴다면 단연 둘째다. 내가 누나집에 갈 때마다 가장 반가워하는 것도, 집에 간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보채는 것도 그녀석이다. 눈작은 패밀 리가 다 그렇듯이 녀석은 날 좀 닮았다.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 녀석에게 더더욱 정이 간다. 꿈의 주인공은 바로 녀석이었다.
매형도 잠깐 나왔고, 누나의 얼굴도 봤던 것 같다. 하지만 꿈의 주인공은 녀석이었다. 꿈에서 녀석은 화상을 심하게 입은 상태였고, 그래서 얼굴 반쪽이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손과 팔에도 화상의 흔적은 흉하게 남아 있었다. 내가 누나집에 온 것을 알자 녀석은 내게 다가갔고, 내 뺨에 입을 맞췄다. 녀석을 보자 너무 마음이 아팠던 난 내 한쪽 빰을 내밀었긴 했지만, 녀석을 제대로 바라보진 못했다.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을 때와 동시에 전화벨이 울렸고, 난 잠에서 깼다. 7시 반까지 늦지 말고 xxx로 나오라는 친구의 전화. 어제 갔던, 여자 나오는 술집이다. 겁나게 비싸기까지 한. 가기 싫다.
걱정이 된 나머지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xx이 지금 뭐해?” "오늘 수련회 갔는데 왜? 내일 와“ 순간 난 시랜드 화재사건을 생각했다. 많은 생명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죽어갔던 그 참혹한 사태가. 소를 잃으면 그래도 외양간을 점검하긴 하는, 그래서 소를 잃을 확률이 조금은 줄어드는 우리나라지만, 안전에 관한 한 아직도 미흡한 구석이 너무 많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참사가 벌어지는 것도 다 그래서가 아닌가.
누나는 왜 전화를 걸었냐고 물었다. 거짓말로 둘러댔어야 했는데 자다 깨서 머리도 잘 안돌아가고 해서 “xx이가 다치는 꿈을 꿨어”라고 했다. 누나는 괜히 걱정되잖냐고 투정을 부린다. xx이는 필경 아무 탈없이 내일 집으로 갈 것이지만, 내 전화 때문에 걱정이 된 누나는 xx이가 오는 순간까지 마음을 놓지 못할 것이다. 인솔교사의 전화를 아니까 연락은 취할 수 있겠지만, 누나가 “안전에 주의하세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안전도가 높아질까는 의문이다. 그러니까 난 괜한 말을 했다. 꿈이 반대기를, 그래서 조카가 무사히 귀환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