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9월 13일(월)

장소: 어느 분의 집에서

마신 술: 스카치블루, 그리고 맥주 약간


1. 서론

사람들은 내가 ‘주간 서재의 달인’에 집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냥 평소에 열심히 살다보니 금요일쯤 되면 순위가 20위권대에 올라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조금만 더 하면 5천원을 타겠구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내가 집착이 강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어려운 말로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평소에 성실하게 사는 것, 난 그걸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참고로 지난주에 9위를 해서 3주 연속 탔다. 한자리 등수는 정말 오랜만이다. 음하하)


2. 사건

어제 아침, 한 남자가 불쑥 들어와 상자를 전해준다. 요즘 내게 책을 보내주는 분이 하도 많아 책이려니 했다. 하지만 내용물이 물컹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뭘까?” 하고 뜯어보니 세상에 술이다. 그것도 내가 양주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스카치블루. 게다가 고급 육포까지 들어 있다. 난 떨리는 손으로 동봉된 편지를 읽었다.

[..서재를 통해서 좋은 분들 너무나 많이 만났는데요, 마태우스님도 그런 분들 중 한분이십니다....술 많이 드시고 꼭 우리 경제 살려 주세요! -천사드림-]


생각을 했다. 이 아름다운 술을 누구와 마실까? 내게 늘 은혜를 베풀어주던 한분이 떠올랐고, 그분에게 전화를 했다. 그분의 대답이다.

“좋지!”


3. 그래서...

집에서 소주를 마실 땐 참치캔을 먹는다. 맥주 안주는 김, 양주도 김이다. 그 집에 갈 때 난 육포와 더불어 겁나게 맛있는 우리집 김을 싸가지고 갔다. 조그만 상을 펴놓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가 한잔을 먹으면 난 두잔을, 두잔을 마시면 여섯잔을 마셨다. 난 알았다. 내가 그동안 김을 좋은 안주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주위에 육포가 없어서라는 걸. 천사가 보내준 육포는 너무도 맛있어, 난 가져간 김을 바라보기만 했다. 한시간여만에 스카치블루는 바닥을 드러냈고, 난 긴 혀를 이용해 병에 붙어있는 술방울들을 핥았다. 열시도 안되어 난 집에 갔고, 열시 반도 안되어 잠이 들었다. 요즘 너무 피곤해 기차만 타면 자곤 했는데, 술먹고 하루를 푹 잤더니 오늘 아침은 무진장 개운했다. 이게 다 천사 덕분이고, 천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 천사분께 어떻게 답례를 해야 할지 생각 중이다.


* 참고로 천사의 편지에 삽입된 “경제를 살려 주세요”는 ...제가 지어낸 말이어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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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9-1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 명 남았다!

sunnyside 2004-09-1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주 한 병을 다 드시고 담날 아침 개운하시다니... 무진장 부럽습니다. 역시 천사의 술인가봐요. ^^

stella.K 2004-09-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카치블루가 마태님에겐 꿀이었나 봅니다. 긴 혀를...개운하셨다니 정말 기분이 좋으셨겠는데요. 만약에 정말 만약에 제가 마태님께 선물을 한다면 책은 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ceylontea 2004-09-14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과.. 안주라... 정말 꼼꼼히 챙긴 선물을 받으셨군요.

2004-09-14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09-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양주에 육포- 종합선물셋트군요! 어느 분이신지 몰라도 정말 마태님을 아끼시나 봅니다.
마태님, 행복하시겠어요- ^^*

starrysky 2004-09-1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정말 멋진 선물. 맘속 피로까지 말끔히 날려주는, 천사님이 직접 빚은 천상의 술인가 보아요. ^^
선물 드린 님도, 또 그걸 좋은 님과 나눠 드시는 마태님도 모두모두 멋지십니다!!

하얀마녀 2004-09-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까지 육포를 모르셨다니. ^^

2004-09-14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nugool 2004-09-14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어머님께서 항상 김을 재워 두시나 봅니다. 그거 엄청 손가는 일인데... @@;;;

마태우스 2004-09-1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굴님/사실...김 사가지고 가위로 자르기만 하면 됩니다. 세일할 때 왕창 사오셨어요...
하얀마녀님/육포는 알았는데 그리 맛있는 건 몰랐어요. 천사님이 보낸 육포가 너무 맛있었답니다. 이런, 남은 거 그집에 두고왔다..
스타리님/그걸 멋지게 봐주시는 스타리님도 멋지세요
판다님/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죠. 하하. 어제 아침, 그리고 저녁 참 행복했답니다.
실론티님/그러게요. 안주까지 보낸 걸 보면 천사가 맞다니깐요
스텔라님/아네요. 책도 주세요!!! 그리고 저 혀 안길어요!!
서니사이드님/원래 양주가 뒤끝이 좋기도 하구요, 제가 전날 술은 전날로 끝이라는 주의라 다음날은 늘 멀쩡해요^^

연우주 2004-09-15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선물을 좋아하셨군요.^^ 기억해두겠습니다. 그런데 전 마태우스님 건강이 걱정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