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읽어봐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노무현의 국가보안법 폐지발언 이후 사회가 시끄럽다. 이런 걸 보고 어느 분은 “경제가 어려운데 왜 하필 이때..”라는 말씀을 하신다. 하지만 경제가 어렵다고 정치인까지 공장에 뛰어들 수는 없는 일, 지금까지 아무 일도 안했던 노무현이 드디어 밀린 숙제를 할 모양이다. 물론 모양새는 지극히 좋지 않다. 개정이냐 폐지냐를 놓고 싸우던 열린우리당의 당론이 대통령의 한마디로 갑자기 통일이 되어 버렸으니까. 하지만 그건 민주화가 진전되어도 권위적 대통령에게 휘둘리던 관성이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해석할 일이지, 그게 국보법 폐지의 정당성을 훼손시킬 수는 없다. 최근 벌어진 몇차례의 토론회를 보면서 느낀 점을 써본다.
1. 누가 북한을 찬양하는가
국보법 폐지론자(이하 폐지론자)는 우리와 북한이 국력 차이가 너무 나서 게임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실이 그렇다. GNP는 굳이 비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일년에 쓰는 국방비도 우리가 북한의 다섯배 이상이다(5년 전 우리 150억불, 북한 30억불). 게다가 주한미군까지 주둔해 있는데 뭐가 걱정이람? 하지만 국보법 사수론자(이하 사수론자)들에게 북한은 아직도 무서운 적국이다. 어제 KBS 토론에 나온, 아주 대단한 방청객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이 국력이 약해서 베트남에게 졌습니까?... 북한의 정신력은 아주 뛰어납니다”
70년대 초, 졸다가 북한으로 넘어갔다 돌아온 어부는 사람들에게 “북한에도 높은 건물이 있더라”라는 말을 했다가 북한을 찬양했다는 이유로 구속이 되었다. 북한의 정신력과 국력을 높게만 보는 사수론자들, 그들이야말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단죄되어야 할 사람들이 아닐까.
2. 자유민주주의의 적은 누구인가
중대 법대 교수라는 제성호는 각종 토론회에 나와 한나라당 편을 드는데, “북한은 합법 정부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하는 걸 보니 한나라당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것 같다. 그의 말이다.
“국보법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법이고, 북한의 통일전선전술과 친북세력에게 불리한 법이다”
참으로 희한하게도 사수론자들은 대개가 군사독재 시절 자유민주주의를 짓밟는 데 일익을 담당한 사람들이고, 폐지론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애쓴 사람이 많다. 한나라당 애들의 면면을 보라. 대표부터 시작해서, 쿠테타로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전두환, 박정희를 지척에서 모시던 애들이 몰려있지 않는가. 이런 점을 의식해서 그런지 어제는 서경석 목사가 사수론자 패널로 나왔다. 자신이 나온 취지에 맞게 서경석은 시종 자신의 무용담을 과시한다.
“내가 내란죄로 20년을 선고받았는데...”
“내가 그 당시 내란죄로 20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이어요”
“20년을 선고받은 내가 보기에도...”
이런 젠장, 20년 선고 안받은 사람은 말도 못하겠다. 폐지론자 중에서 30년, 아니 사형 정도 선고받은 사람을 내보냈다면 서경석이 조용했을까?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는 사상의 자유와 인권의 보장에 있을 것이다. 사상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국보법이 세계인권단체로부터 폐지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온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제성호는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국보법이 인권을 침해했다 그러는데, 그건 인권침해가 아니라 인권제한이다”
이 무슨 궤변이람? 그놈은 남의 빤스를 뺏어입고도 “뺏은 게 아니라 니 빤쓰를 제한한 것”이라고 할 놈이다. 그에게 묻고 싶다. “너 학교에서 왕따지??”
3. 광화문...
사수론자들의 십팔번이다. “국보법이 폐지되면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면 어떻게 처벌하냐?”
이건 극우신문인 조선일보가 늘상 하는 소리라 이젠 정말 지겹다. 왕십리도 있고, 미아리도, 포스코 빌딩 앞도 있는데 왜 맨날 광화문인가. 극우들의 상상력은 정말이지 빈곤하기 짝이 없다. 한두명이 흔든다 치자. 그게 우리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까? “예수 믿읍시다!”라고 지하철에서 떠드는 사람을 우리가 또라이 취급하듯, 광화문서 인공기를 흔드는 것에 동조할 사람은 내가 알기에 없다. 그것보다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게 국가안보에 위협적이지 않을까? 인공기 흔드는 얘들이 여럿이면 어쩌냐고? 그러면 형법에 있는 내란 예비음모죄를 적용해 처벌하면 된단다. 서울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조국 교수가 그렇다면 제발 좀 믿자. 폐지해도 아무 문제 없다잖는가.
4. 북한을 추종...
사수론자들은 말한다. 북한이 적화통일을 명시한 노동법 규약을 바꿔야 우리도 바꾼다고. 이건 정말 너무도 유치한 생각이다. 애들끼리 싸우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뭔가. 우리는 북한이 해야지 따라서 하는 그런 존재인가.
5. 왜 지금 이 시기에...
사수론자들은 이런다. “김정일 답방용이다” 너무 멋진 말이라 인용하는데, 어머님 친구분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우리나라를 김정일에게 갖다 바치기 위한 사전 준비다” 시장에서 반찬을 살 때면 깎으려고 안달이라는 그 아주머니, 그럴 땐 이성적인데 북한 얘기만 나오면 획까닥 도나봐. 그분은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걸까, 아니면 웃기려고 그러는 걸까. 폐지론자 중 어느 분은 왜 지금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간 진행된 민주화의 완성이다!”
매우 멋진 말이긴 하지만, 난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고 본다. 김대중 정부 내내 국가보안법을 개정조차 하지 못한 이유는 의석수가 부족해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열린우리당 152석, 민주노동당이 10석이다. 개혁세력이 과반수를 차지한 게 과연 얼마만인가. 현 정부의 하는 꼴을 보면 4년 뒤에 또다시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니 바로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서경석의 말이다.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사람이 없어도 도로교통법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는 사람이 아무리 없어도 국보법은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되는 사람이 속속 나오는 판에, 이게 말이 되는가? 이 사람, 하느님 믿기를 게을리하더니만 사람이 참 이상해졌다. 이 말은 이렇게 바꿔야 할 것이다.
“쓸데없는 신호등이 있어서 위반자가 겁나게 많다면 그 신호등을 없애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바로 그런 신호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