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9월 2일(목)
누구와?: 초등 친구들과, 요즘 참 자주 만난다
마신 양: 생맥주 두잔, 일본소주, 그리고 우리의 참이슬...
1. 능력
자기보다 나이어린 여자를 사귀는 걸 우린 ‘능력’이라고 한다. 그것도 어느 정도지 스무살, 심지어 서른살 아래를 데려오면 그건 ‘능력’이 아니라 ‘추태’리라. 그러니까 우리 또래가 20대 여자를 사귐으로써 능력을 과시하는 시기는 앞으로 몇 년이 고작이리라.
얼마 전 25세 여자와 손을 잡고 나타나 ‘능력있는 남자’임을 증명했던 그 친구, 하지만 그는 보여줄 게 더 있었나보다. 이번엔 82년생, 우리 나이로 23세의 꽃다운 대학생을 파트너로 데리고 왔으니까 말이다. 스물다섯의 그 여인에게서 성숙함을 느꼈다면, 23세의 그녀는 귀엽고 발랄했다. 노란 옷을 입은 게 꼭 병아리 같았고, 두서없는 농담에도 잘 웃어 줬다. 날 여러번 놀라게 하는 그 친구, 능력의 한계는 과연 어디일까.
2. 청담동
청담동에 있는 로바다야끼에 갔다. 들어갔더니 일본옷을 입은 여자가 일본말로 인사를 한다. 나도 한 일본어를 하는 관계로 대답을 했는데, 자기네끼리도 일본말을 열심히 하는 걸로 보아 일본 사람들이 모여 가게를 냈나보다. 그게 문제다. 난 고질적인 병이 있다. 일본 냄새가 너무 나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먹질 못한다는 것. 주위에서 일본말이 들린다든지, 일본노래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전생에 안중근도 아니었는데 왜 그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배가 고파 죽겠는데 먹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안주로 나오는 것들이 어쩜 그렇게 전형적인 일본 것들인지. 나중에, 일어서기 직전에 닭튀김을 하나 먹은 것이 내가 먹은 안주의 전부였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 모두 배가 고픈 듯 했는데, 일본음식이란 게 원래 양보단 모양이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값은 더럽게 비싸 1차에서만도 우리가 4만원씩 돈을 내야 했다. 2차로 간 ‘하자’라는 포장마차에서 나와 ‘98K’라는 별명을 지닌 친구는 라면을 하나씩 먹었고, 공기밥을 말아먹었다. 살 것 같았다. 오뎅과 더불어 소주를 마셨다. 마신 것 같지도 않던 일본소주-사께라고 하더만-와 달리 우리의 참이슬은 맛도 있는데다 뇌에 주는 충격이 참으로 절묘했다. 괜히 신토불이인가.
3. 대리운전
동교동에 사는 친구가 대리운전을 불렀다. 그 차를 타고 집 근처까지 편하게 왔다. 옛날만 해도 대리운전이 5만원이 넘었고, 조금만 깎자고 하면 차를 버리고 가버리기까지 했다지만, 몇 년 사이에 대리운전 가격은 2만원을 넘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먹고 사는 게 어려워졌다는 소리겠지. 2만원을 받아봤자 택시타고 다시 업소로 가면 남는 돈은 만원, 그렇게 몇탕을 뛰면 하루 벌이가 5만원을 넘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난 하는 짓거리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버는 것 같아 미안해진다. 오늘도 알라딘에는 별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