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천.신.정’으로 대표되는 개혁파의 선두주자며 매우 깨끗한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기억됐던 그가 아버님의 친일 문제로 당의장직을 사퇴했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는 연좌제가 인정되지 않는데, 그리고 박정희처럼 자신이 직접 독립군을 때려잡은 것도 아닌 터에 아버지가 헌병으로 재직한 걸 왜 숨겨야 했을까? 메이져 신문인 동아일보의 정보력이 그 정도도 알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 자신은 “때가 되면 밝히려고 했다”고 변명을 하지만, 그 ‘때’라는 게 도대체 언제인지도 의문스럽고, 어차피 밝히려고 했다면 신문에 자기 아버님의 친일 사실이 보도되었을 때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식의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 사태로 과거사를 규명하자는 정부의 의지를 뭉개버리려는 건 분명 나쁜 일이지만, 그들에게 빌미를 준 건 전적으로 신기남의 잘못이다.


지승호의 인터뷰 모음집 <우리가 이들에게 희망을 걸어도 좋은가>에서 신기남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영국에서도 잠시 살아봤는데, 서양의 정치권은 굉장히 과감하고 솔직합니다. 정치인이 개성이 없으면 생존을 못해요...솔직하게 발언하고, 받아들이고, 활발하게 토론하고. 우리도 어서 그런 풍토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나서서 그런 것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83쪽)”

하지만 그는 솔직하지 못함으로써 개혁파의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우리 나라의 숙원이었던 과거사 규명작업의 정당성마저 훼손시키고 말았다.


물론 신기남은 좋은 정치인이고, 거짓말 하나 했다고 그가 지나치게 매도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혁에 딴지를 걸고자 하는 세력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 와중에 일어난 이번 실수는 그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승호의 책 제목에 답을 해본다. “개혁파로 불리는 애들이 다른 애들보다 좀 낫긴 하지만, 너무 희망을 걸지는 말라. 맘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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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2004-08-20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태우스님은 어쩜 저렇게 토씨하나 안빼고 다 외우세요??설마 책펴놓고 치신건 아니죠??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제가 봐도 정치인들이란 걔가 개고 걔가 개같던데요.

아영엄마 2004-08-2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드시러 안가세요?

마태우스 2004-08-20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L님/어머나, 외우는 게 아니구요, 글쓰다 생각나서 책 찾아서 인용했어요. 부끄럽습니다.

마태우스 2004-08-20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단식투쟁 중입니다^^

아영엄마 2004-08-2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랑 같으시군요! ^^* 책이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네요~ 집은 아니실테고...

마태우스 2004-08-2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저 집구석이어요. 오늘 놀러가잖습니까. 근데 아침에 엄마랑 선보는 것 때문에 한바탕 다툼이 있었어요. 그래서 입맛이 없어졌고, 또 삐지면 밥 안먹는 게 제 특기인지라 안먹고 버티고 있는 중. 배고파서 현기증이 나는군요. 벤지는 몸이 안좋은지 계속 자구요.

아영엄마 2004-08-2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그래서 단식투쟁을... (서랍에 꼬불쳐둔 과자 같은 거라도 없으세요?)
그나저나 벤지가 연로하여 그런걸까요? 몸이 안좋다니... 어쨋든 오늘 드디어 놀러가신다니 즐겁게 보내다 오세요! 다행히 날이 맑아지네요..

파란여우 2004-08-2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이 무슨 정치인이라고 단식투쟁하십니까?...허긴 알라딘당에 당적을 두셨던 것을 깜빡했어요...

하얀마녀 2004-08-2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굶으셨다가 삼겹살 38점 드실거 배고픔에 58점 드시면 어쩌시려구요. 가볍게라도 드시길...

반딧불,, 2004-08-2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시길...

LAYLA 2004-08-20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울산은 국립대 약속했던 신기남 의장 사퇴로 인해 우울한 분위기 입니다.
- _ -;

2004-08-20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4-08-2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즐거운 여행되세요..

털짱 2004-08-20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께서 계속 권하시는군요, 벽면 가득히 붙어있는 미모로운 아가씨들과의 만남을..
맘 여린 님의 입장에서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그냥 만나셔도 괜찮아요..
전 그냥 공원에 쭈그리고 앉아서 좀 울다 집에 들어가면 되니까 걱정마시고 만나세요.ㅜ_ㅜ

마냐 2004-08-21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인은 다 그놈이 그놈....이진 않죠.
신기남은 그럭저럭 기대되던 인물인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거짓말을 했는지. 님의 말씀대로 광분하는 그들을 보니, 한숨만 나옵니다. '너무 희망을 걸지 말라, 맘 상한다'..아아, 어쩌라구요.

마태우스 2004-08-2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정치인은 그놈이 그놈이 아니라는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털짱 2004-08-2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사흘만 있으면 테레비에서 뵐 수 있겠네요. 아이,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