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회와 그 적들 김소진 문학전집 2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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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전에 책을 거의 안읽은 나, 뒤늦게 책읽기를 시작하고 나서 마음고생이 많다. 성장의 어느 단계에서 꼭 읽었어야 할 책을 읽지 않은 댓가를 치르고 있는 것. “너 그 사람 책도 안읽었어?”라는 말을 듣고서야 허둥지둥 그 사람의 책을 와장창 사고, 즐기기보다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들을 읽어나갔던 것 같다. 누군가 내게 김소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난 모른다고 했다. 흠짓 놀라는 그, “아니 어떻게 김소진을 모를 수가 있지?” 나만 몰랐지, 김소진은 우리 문학의 전설이었다.


-책을 덮을 때쯤에는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외면해서는 안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chika 님

-우리나라에서 단편을 가장 잘 쓰는 작가는....윤대녕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단편을 잘 쓰는 작가중에 한명을 더 선정하라면 주저없이 김소진을 들고 싶다, 흑백TV 님

-이 책의 리뷰는 귀찮아서 안 쓰는 게 아니라 쓰려니 마음이 무거워져서 그렇다, 깍두기님

-김소진 선생님 이야기를 하며 왈칵 울어버렸다. 좀 더 살아 계셨어야 했다며, 그것이 대한민국 문단을 위한 일이었다고, 해마다 4월 22일마다 혼자 소주를 마신다고..., 오즈마님


어떻게 김소진을 모를 수 있냐는 말이 마음에 걸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란 책을 샀다. 방대한 두께에 질려 일년을 묵혀두다,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맘잡고 읽었다. 두꺼우면서도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지만, 김소진의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라 책장이 쉽사리 넘겨지지 않았다. 얼핏 보면 평범한 소시민으로 보이는 주인공들은 분단, 민주화투쟁, 왜곡된 우리 사회 등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지만, 저저가 그 짧은 생애 동안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돌 한번 안들어본 내가 시위현장의 이야기를 쓸 수 없는 것처럼, 책상머리의 상상만으로 쓸 수 있는 소설은 없다. 저자가 투사들의 집결지인 한겨레에 입사한 것도 간접적인 증거가 되지 않을까. 


난 “문학은 현실에 뿌리박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소설은 현실 사회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연보라빛우주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대중들을 달래 줄 소설도 필요하겠지만, 문학이란 원래 중심보다는 주변을 지향하는 예술이 아니던가. 그런 면에서 김소진은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는 21세기에 더욱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죽고 난 다음에야 알게 된 사람이 있다. 존 레논처럼 많은 작품을 남긴 사람이야 덜 아쉽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우엔 마음이 찢어진다. 서른살이 되어 <어린왕자>를 읽으며 생떽쥐베리의 죽음을 애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를 들으며 유제하의 요절을 아쉬워하듯이, 이제는 김소진의 책을 읽으며 그의 짧은 생애를 안타까워한다. 고인은 필경 하늘나라에 가서도 소외받는 영혼들을 달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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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8-20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김소진이라는 작가분 모르는 사람이 여기 또 있습니다..@@* 유제하의 요절을 안타깝게 여기시는 마태우스님이 별 다섯을 준 책이라니 일단 보관함을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sweetmagic 2004-08-2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짧은 생을 탓하기엔 공자는 너무나 멀리있고, 가까운 듯 멀리있는 러셀과 오쇼도 안타깝고, 관에서 고대로 썩어야 했을 쉴레의 스물여덟 고운 얼굴도 아쉽지요. 그들과 소녀 사이 운명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운 죽음의 벽 !! 아 ~ 김소진님 글 읽고 또 그런 생각 들면 어쩌죠 ??
재미있을 것 같아요~ 추천!!

하얀마녀 2004-08-2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입니다. 추천. ^^

stella.K 2004-08-2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이 나의 머릿속을 뱅뱅돌고 있었는데, 님은 읽으셨군요. 저도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부끄러워라...
오늘 리뷰는 감동이 있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마태우스 2004-08-2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바람구두님 서재에서 봤습니다. 저와 바람구두님이 대결하면 제 편을 안드신다는 님의 코멘트에 충격을 받았답니다. 추천을 해주셨으니 용서해 드립죠.
하얀마녀님/아이 부끄럽게...
스윗매직님/어머나 님도 추천을... 와 신난다! 추천이 셋이에요!
아영엄마님/지금부터 알면 되지요 뭐. 사실 인생이란 먼저 안 사람이 나중 안 사람에게 자신이 아는 걸 전수하는 과정이 아니겠습니까.

stella.K 2004-08-20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답니다. 절 너무 믿지 마시옵소서. 아마도 어제의 3류소설 여파 때문인 것 같사옵니다.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사옵니다. ㅜ.ㅜ

코코죠 2004-08-2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아아, 마태님과 김소진님의 만남! 이건 정말이지 세기의 만남입니다 :) (얼른 예로 들만한 사람들이 떠오르지 않네요. 신성일과 엄앵란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니콜라스와 앨리스라고해도 이상하고;;) 제가 존경하는 분과 사랑하는 분이 만났으니 (자, 자, 마태님은 어느 쪽일까요?) 저는 이제 살이 하나도 안 빠진대도 더이상 여한이 없습니다요 :)

마태우스 2004-08-2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흑, 아무리 그래도...바람구두님에 비하면 전 너무 왜소한데...
오즈마님/하핫, 아무래도 후자 쪽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한눈치 합니다!!

stella.K 2004-08-2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털짱 2004-08-2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 경고 한번-_-+++++++
알라딘 서재미녀들께 알리오니 앞으로는 섣불리 눈짓을 건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우리 민이야.(불새 정혜영 버전)
쳇!

chika 2004-08-2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덮을 때쯤에는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외면해서는 안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chika 님

- 허거, 저 위에 적힌 사람, 접니까? 놀랬습니다~ ^^;;;;;;;

마냐 2004-08-21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끊임없이 노력하는 마태우스님....저도 김소진, 그 평가를 익히 알면서도 아직 손 안대고 있습니다...그런데 님의 리뷰는 힘이 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