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에서 소리가 나서 보니까 밑창이 떨어져 바닥에 끌리는 소리다. 전에 주차방지 턱에다 박은 뒤부터 그럭저럭 버텨 왔는데 한계에 다다른 것. 해서 근처 카센터에 맡겼다. 40분을 기다리란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그 옆에 있는 친구 회사에 들렸다. 친구는 몇 년 전부터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
매우 바쁜 듯했던 친구는 날 보자 소파에 앉으면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너 돈 좀 있냐? 8천만원만 있으면 되는데... 이번달이 고비야”
그 친구가 그렇게 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날 만날 때마다 그랬다. 작년 2월엔 2월이 고비였고, 7월엔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 그 친구가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갈 때 따라간 적이 있는데, 사업이란 게 참 어려운 거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그러면서도 우릴 만날 때는 술값을 다 내는 그 친구, 로또라도 되면 당장 도와줄 텐데..(이말은 곧 안도와주겠다는 말인가?)
어느 회사나 그렇지만 그의 회사 역시 많은 빚에 시달리고 있다. 사채도 몇천만원 빌렸다니 갈때까지 간 셈이다. 그러면서도 사업을 접지 않고 버티는 걸 보면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압박감을 받으면서 사업을 하는 이유가 뭘까? 자기 나름대로 시간을 낼 수 있고, 월급을 받는 것보단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 친구는 맨날 밤 늦게까지 사무실에 붙어있고-어제도 술먹으러 가자고 꼬셨지만 밤새야 된다고 거절함-경기 불황이라 돈도 그리 잘 버는 것 같지 않은데? 모르긴 해도 그 친구는 이번의 위기를 넘길 것이고, 내가 언젠가 찾아갈 그날 역시 “이번달이 고비야”라고 서두를 꺼내겠지.
내 다른 친구 하나는 사업을 하는 동안 아주 잘 나갔다. 내가 볼 때는 참으로 능력있던 그 친구, 하지만 한번 크게 손해를 본 뒤부터 재기를 위해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만회가 안되고 있다. 양재동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떠나 수지로 가면서 “다시 여기로 돌아올거야”라고 했지만 지금은 서울서 더 멀어진 곳에 살고있다. 지금은 아예 회사에 취직을 해버렸는데, 그건 사업자금을 모으기 위한 거란다. 자기 사업을 한다는 건 위험성이 따르기 마련이고, 경영이란 건 영 머리가 아플 것인데, 그 친구는 왜 그렇게 사업을 하려고 하는 걸까. 개업을 하던 사람이 다시 종합병원에 들어가는 게 싫은 것처럼, 혼자 모든 걸 결정하고 사람을 부리는 일에 익숙해진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밑에 들어가서 사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
사오정, 오륙도 등의 신조어가 나도는 흉흉한 판국이라 안정되어 보이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다들 사업 생각을 하고 있나보다. 회사에 다니는 내 남동생도 걸핏하면 사업을 한다고 해서 어머니와 날 불안하게 만든다. 그렇게 본다면 내가 학교에 자리잡고 있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난 결코 사업가 스타일이 아니다. 뭐하나 잘하는 것도 없을뿐더러, 약삭빠르기보단 우직하고, 담력도 없고, 경영자로서의 판단력도 거의 제로다. 그래서 난 학장님이 아무리 무섭고 괴롭히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고요한 학교에서 남은 임기를 마치고 싶다. 나도 잘릴 걱정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봤자 다른 사람만큼은 아니다. 이런 내 행운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 난 사업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