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7월 23일(금)
누구랑?: 친구들과
마신 양: 청하--> 맥주-->소주
매주 일요일마다 치던 테니스를 토요일날 치기로 했을 때, 난 매우 기뻐했다. 이번주 토요일, 그러니까 오늘 저녁에 큰 술시합이 있기 때문이다. 술을 먹고 테니스를 치는 건 그 자체가 고역이다. 술이 덜 깨서 서있기조차 힘들고, 마음은 샘프라슨데 몸은 강호동이다. 하지만 난 금요일 저녁 또 술을 마심으로써 토요일 테니스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아침 7시에 눈을 떴다. 휴대폰 전화가 16통이 와있다. 전화를 해봤더니 내가 안일어나서 다른 친구들과 먼저 코트에 갔단다. 운전할 상태가 아니라 16000원을 들여 택시를 타고 갔지만, 평소 보이던 시원한 스트로크는 하나도 날리지 못했고, 대략 조졌다.
어제 난 술약속이 두 개 있었다. 원래 하나가 있었는데 친구가 막무가내로 "너 하여간 그날 안나오면 알아서 해!"라며 협박을 해댄 탓이다. 아니다. 세 개였다. 내가 나가는 방송팀의 회식 날짜가 하필이면 어제였다. 작가의 말이다. "새벽까지 있을 거니까 늦게라도 오세요!" 게다가 동료 교수의 부친상에도 가야 했다. 난 어지간해서는 더블을 뛰지 않는다. 약속이 있다고 중간에 가버리면, 남은 사람들은 박탈감을 느끼니까. 어제도 그랬다. 난 "너 안왔다 이거지. 앞으로 우리 너 안보기로 했어"라는 친구의 협박을 애써 외면한 채, 먼저 만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 신촌에서 아산중앙병원까지의 먼 길을 택시를 타고 달렸고, 올 때도 할수없이 택시를 탔다. 그 동안 방송팀에서는 계속 메시지와 전화가 왔다. "언제 올거냐, 빨리 와라"는 내용으로.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다들 가고, 작가 혼자만 있었다. 그녀와 얘기를 하면서 소주 한병을 비웠다. 그때 시각은 한시 40분, 그제서야 난 집으로 향했고, 날 기다리다 지친 벤지의 저녁밥을 차려줬다.
잠자리에 누워 생각했다. 이런 삶을 내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하고. 술을 좀 줄이려고 노력 중이지만, 안된다. 더구나 요즘 어머님이 자꾸만 선을 보라고 강요한다. 날 기다리는 여자가 열명이 넘는다나. 급기야 이런 말씀도 하신다. "다음주부터 두 번씩 선 보거라" 일주에 하루 시간을 내기도 힘든 판에 두 번이나? 왜 그러냐고 묻자 내 점을 봤는데, 음력 6월에 귀인을 만난단다. 글쎄다. 내가 맘이 없는데 귀인을 만나면 뭐할 건가? 지금의 삶이 내게 힘이 들긴 하지만, 힘든만큼 재미도 있는데... 결혼으로 인해 이 재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학교 일도 많고, 소아과의 모 선생은 내게 작년에 했던 모기 일을 같이 하잔다. 심란해서 답을 안줬더니 오늘 또 독촉 메일이 왔다. 날씨까지 더워 힘든 7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