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신문에서는 매주 인기 연예인을 발표한다. 어느 신문이나 김정은과 박신양이 1, 2위를 다툰다. 이걸 볼 때마다 난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 회의하게 된다. 왜? 그전에는 이은주와 이서진이 1, 2위를 다투었고, 그보다 더 전에는 권상우와 최지우가 정상을 다투었기 때문에. 그게 뭐가 문제냐고? 문제가 많다. 설문조사는 분명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을 쓰시오"라고 되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한명이어야 하고, 가급적이면 자주 바뀌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가 뜨고 지는 것에 따라 순위가 춤을 추는 걸 보면, 사람들은 '가장 좋아하는'이 아닌,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을 써내는가보다.
날 보라. 실제로 투표한 적은 없지만, 만일 했다면 한결같이 '김정은'에게 표를 던졌을 거다. 영화가 망해도, 드라마가 파리를 날려도 변함없는 것, 이거야말로 진정한 팬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민주주의란 건 나같이 훌륭한 팬에게도 한표를, 시류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떠중이 팬에게도 한표를 부여하는 제도, 그러니 내가 회의를 느낄 수밖에.
<번지점프를 하다>를 본 뒤부터, 이은주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왜 내가 누굴 좋아할 때마다 훼방을 놓는지, "이은주 얼굴 다 뜯어고친 거야!'라고 하는 사람부터 "그게 뭐 이쁘냐"고 윽박지르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내게 고자질을 했다.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 혹시 내가 이은주랑 잘될까봐서?
하여간 난 그 이후부터 이은주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청순미의 상징인 손예진과 <연애소설>에서 숙명의 대결을 벌였을 때, 난 화면 가득히 넘치는 이은주의 매력에 감동했고,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은주가 더 매력있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극중에서 차태현이 마지막으로 선택했던 사람도 이은주였지 않는가. 강수연의 성장을 예견해 친구 어머니들 사이에서 족집게라고 불리던 내 눈은 여전히 정확했다. 인기 드라마 <불새>에서 이은주는 자신이 가진 매력을 한껏 발휘하면서 스타로 우뚝 섰으니까. 극본이 탄탄하고 드라마가 인기있다고 배우가 뜨는 건 아니다. 이은주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손예진이 이은주 대신 불새에 나왔다면, <불새>가 그렇게까지 높이 날 수 있었을까?
아쉬웠던 순간도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왜 이은주가 나왔을까. 장동건의 애인 역할은 그녀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았고, 그녀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괜찮았을 그런 역이었는데 말이다. 이은주의 차기작은 <주홍글씨>란다. 호오도온(맞나요?)이 썼던 그런 컨셉의 영화인 것 같은데, 연기에 물이 오른 그녀가 어떻게 영화를 빚었는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태극기>의 아쉬움을 이번 영화의 성공으로 만회하기를.
지금 현재 순위를 따지면 이렇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 1위는 김정은, 2위는 강수연, 3위 이은주. 이은주는 얼마 전에 장안을 뒤흔들었고, 김정은은 요즘 주가를 올린다. 내 소속사 애들이 잘나가니 나도 즐겁다. 옹졸한 팬은 "나만 좋아하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옹졸한 팬이 결코 아닌 난 그녀들의 팬이 느는 게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