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96번째: 사조직은 나쁜가

일시: 7월 9일(금)
누구랑?: 동창회 정모
마신 양: 일등했을걸 아마.

졸업하고 끝인 줄 알았건만, 인터넷 덕분에 동창회가 생겼고, 그 덕분에 난 잃었던 친구들을 다시금 만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년쯤 되자 동창회는 시들해지기 시작했고, 그 대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끼리끼리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나 역시 그런 사조직에 속해 있고, 그들과 만나면 항상 재미있다.

하지만 남들은 그걸 곱게 보지 않는 듯하다. 사조직 멤버 중 하나는 "사조직을 조장하지 맙시다"라는 쪽지를 받았다고 하고, 나만 해도 "니네끼리 만난다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 공연히 죄의식에 시달린다. 그래서 "아냐"라고 부인하거나 "한두번 본거야"라고 축소해서 말을 한다. 만나지 말아야 될 사람과 만난 것도 아닌데 왜 죄의식을 느낄까. 그건 내가 파벌은 나쁘다는 걸 어려서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왔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과연 그게 꼭 나쁘기만 할까. 초등학교 때도 그랬지만, 어차피 모든 동창이 다 친할 수는 없다. 그때와는 다른 이유겠지만, 동창 사이에서 끼리끼리 노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사조직을 만들어 동창회를 팽개쳤다면 비난받을 수 있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탄핵에 관한 의견차를 겪고 난 후 더 이상 그곳에 글을 쓰지 않긴 해도, 그 전까지 초등 사이트에 불을 켠 것은 나를 비롯한 우리 사조직 애들이었고, 번개를 하면 나오는 애들도 다 우리였다. 다른 애들이 사조직을 만들지 않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동창 모임은 안빠지면서 사조직을 갖는 우리에 비해, 그들은 사조직끼리만 논다. 그렇다면 우리 사조직은 매우 건설적인 게 아닌가.

아쉬운 점은 있다. 사조직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게 뭐 그렇게 나서서 떠들 일은 아니다. 난 우리끼리 만난 사실을 전체가 모였을 때, 혹은 사조직에 속하지 않는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조직 멤버들은 별로 비밀 유지에 관심이 없는지, 언젠가 갔던 여행도 이사람, 저사람에게 다 얘기를 했고, 어제 있은 동창회에서도 우리끼리의 친분을 과시하는 언행이 꽤 자주 나왔다. 당연한 결과지만, 거기 끼지 않은 다른 애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조직을 하는 애들이라면 이런 정도는 주의해야지 않을까?

엊그제, 뮤지컬 <42nd street>을 같이 본 애들도 사조직 애들이었다. 2차로 술을 마시는데, 어찌어찌해서 다른 애가 꼈다. 걔를 만나니까 굉장히 쑥스러웠다. 아무렇지도 않게 굴려고 해도 뷸륜의 현장을 들킨 것처럼 당황스러웠다. 그도 자주 만나던 내 동창 친구인데 말이다.

참고로 96번째 술 보고서는 다음과 같다.
일시: 7월 10일(토)
장소: 백양사 옆 장미원 식당, 미녀와 함께
마신 양: 소주 한병 +알파, 맥주....

좋았던 점: 너무 맜있게 먹었고, 아는 집이라 거의 공짜였다. 돈을 드렸지만 거의 대부분 돌려주셨기 때문에...
나빴던 점: 다이어트가 물거품이 되었다. 어제 5킬로 뛴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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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11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사조직 결성의 주범이기 때문에 사조직에 대한 비난에는 할말이 없네요.
근데 몇 십 명이 모여서 웅성웅성, 남들 얘기는 들리지도 않고 거의 혼자 꽥꽥 소리질러야 하는 분위기보다 좋아하는 사람 몇 명이서 오붓이 둘러앉아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하기 땜에, 욕먹는 걸 감수하고 좋아하는 애들 끌어내 따로 놀다가, 파장할 무렵 다시 돌아가 얼굴 도장 찍곤 했거든요. 그러다 선배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거의 멍석말이 당하는 분위기..;; 그래도 지금까지 기억에 많이 남고 연락하는 애들은 사조직 애들이예요.
그리고 물론 님 말씀대로 사조직에서 논 얘기를 딴 데 가서 떠벌리면 절대 안 됩니다. 그러면 정말 위화감 조성하고 전체 물 흐리는 나쁜 사람이 되는 거야요. 친구분들 입막음도 잘 하세요. ^^

진/우맘 2004-07-11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젠 정말 잘거예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리고 제가 내일부터 읽을 책은 <지구영웅전설>인데, 굉장히 후딱 읽게 될 것 같은 예감이....역전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0^

미완성 2004-07-11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사조직이 없는 이들의 어쩔 수 없는 질투아닐까요.
2. 얼마나 맛있으셨으면 맜있..-_- 오타갖고 놀리면 안되는데. 흥흥. 미녀와 먹은 음식은 무조건 맛있으므로 무효-_-b
3. 더 이상 얼마나 퍼펙트바디가 되실려고 다이어트를 하십니까. 차라리 제 미모를 대여해드릴테니 그냥 참으세요.
4. 일등! 유후~~

미완성 2004-07-11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진/우맘님 밉지않아요 ㅠㅠ

밀키웨이 2004-07-11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옆탱이는 사조직의 핵심멤버입니다.
일명 악의 축입지요.
그 악의 축!
오늘도 사조직 모임으로 인해 외박 중입니다.

진/우맘 2004-07-11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방금 이 코멘트를 올리고 나서야 제 리뷰에 달린 호전적인 코멘트를 봤습니다.
서재평정이 양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ㅎㅎㅎ 리뷰 하나만 더 써볼까? 리뷰양에 있어서는 마태님이 전적으로 불리합니다! 제게는 그림책과 화장품이라는 훌륭한 무기가 있다구요. 오호호호호~~~

진/우맘 2004-07-11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갑자기 늘어선 이 야간 서재족들의 발자취!!!

미완성 2004-07-11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스타리 스카이님이 계셨닷..! 헉, 스타리님..밉지않아욧 ㅠㅠ
아, 아까비ㅠㅠ

starrysky 2004-07-11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미워하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멍든사과님.
제가 미녀분께 1등 자리를 양보해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

다연엉가 2004-07-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좀 자요. 제발... 정말 집에 컴터를 들여 놓고 싶어라~~~~~

아영엄마 2004-07-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사과님의 일침에 가슴이 찔려서... 빠바밤...
흑흑 전 그들이 부러웠던 것 뿐이에요...ㅠㅠ
저는 계나 모임 같은 것에 들어 본 적이 없는 외롭고 슬픈 운명의 여자여요... 제가 조직이 부담스러워서 일까요, 아니면 사람들이 절 부담스러워해서 일까요? 헤~
책울타리님.. 얼릉 돈 벌어서 집에 컴하나 들여 놓으셔요!! 님이랑 수다라도 떨었으면 좋겠구만.. 우리 같은 닭띠쥬?

stella.K 2004-07-1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태님 사조직은 건설적이네요.
울 나라 사람들은 남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 못하는가 봐요.
자신도 어떤 식으로든 사조직 멤버 중 한 사람일텐데, 내가 아는 누가 사조직에 속해있다고 민감해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정치꾼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안 그러는 사람도 있지만...

미완성 2004-07-1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서재를 내 서재처럼)
스타리님, 괜찮아요. 담부턴 미녀 퍼스트정신을 잊지 말아주셔요. 님의 아름다운 미녀존중정신은 길이 빛날 겁니다.
아영엄마님, 괜찮아요. 혹시 남의 곗돈을 갈취했다던가 조직의 회비에 손댄적이 있으신 건 아닌가요. -_-++++ (미모투시광선 분석중) 알 수 없군요;;
마태우스님, 여기가 어느 분 서재인가요. 아아, 저만 보면 늘 촛점이 흐려지시는군요.

마태우스 2004-07-1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사과님/하하, 저도 한때 그런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거 굉장히 재미있어요. 좀 심해지면 자아분열 단계로 가지요.
스텔라님/그러게 말입니다. 건설적인 사조직마저 비뚤께 보고 탄압을 하니...
아영엄마님/님의 미모가 조직에 포섭되기엔 좀 부담스러웠던 게 아닐까요.
책울님/요즘 제 생활을 보면 극기훈련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 서너시간 자는 게 말이 됩니까. 고3도 아니구...하지만 술은 마셔야 하고, 알라딘도 평정해야 하니...할수없죠 뭐.
스타리님/님도 사조직의 대부시군요. 그러고보면 사조직은 인기인의 필수조건인 듯....
진우맘님/저 어제 한권 더 읽었어요. 역전 안됩니다. 글구... 여기선 주무신다고 해놓고, 다음 글에서 제가 잔다니까 배신이라면서 몸을 떠시는 건 어떤 연유십니까.
밀키웨이님/사조직엔 건전한 사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이 있지요. 부군께서는 아마도 후자 쪽이신 듯... 님이 와해시키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