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번째는
일시: 6월 30일(수)
누구랑: 딴지 사람들과
마신 양; 소주 한병 +알파

93번째는
일시: 7월 3일(토)
누구랑: 비밀이다!
마신 양: 자리를 옮겨가면서 소주만

6월까지 91번을 마셨으니, 잘하면 1차 목표였던 '연간 180회 이하'의 목표도 달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92번째 술을 마신 곳은 을지로의 한 등심집이었다. '산불등심'인가 하는 이름을 가진 이 집은 매우 작고 허름한 곳이었다. 게다가 서비스도 그리 좋은 것 같지 않았다. 고기를 먹는데 여자 종업원이 갑자기 우리 앞에 놓인 물잔을 가져간다. 자리가 반대쪽이라서, 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컵 안에 손가락을 넣어 손에 묻은 기름을 씻는 장면을. 물잔을 빼앗긴 우리는 "물 왜 가져가요? 물 주세요!"라는 요구를 했는데, 놀랄 일은 그때 벌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손을 씻은 컵에 다시 물을 담아서 우리에게 준다. 어이가 없어진 난 내가 본대로 얘기를 하면서 새컵을 가져다 달라고 했지만, 그녀는 매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새컵을 가져다 줬다. 그럼... 내 앞에 있던 친구들은 나처럼 흥분했을까? 아니다. 그들은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등심을 먹었을 뿐이다. 왜? 등심이 워낙 맛있었으니까. 젠장, 다른 때 같았으면 당장 집에 가버릴 텐데, 나 역시도 맛있는 등심에 넋이 나가 집에 갈 생각을 못했다.

아저씨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소주가 조금밖에 안남아 한병을 더시켰더니, 남은 소주병을 가져간다. 소주가 남아있는 걸 발견한 아저씨, 다시 병을 돌려주는 게 도리건만, 문 밖에 나가더니 길거리에다 쏟아버린다. 기가 막혀서 친구들한테 얘기를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등심만 먹는다. 역시 음식점은 맛있고 볼 일이다.

93번째 술자리 장소는 모 사브사브집이었다. 세인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이름을 말하건대, <샘터가든>이다. 내가 가자고 한 건데, 가기 전에 난 이렇게 주의를 줬다.
"이게 우리 동네에 있는 유일한 사브사브집이다. 맛은 별로 없지만 먹을만하다. 내가 여길 가는 이유는 그집이 손님이 늘 없어서 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에, 홍대앞에 사브사브집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넓은 주차장-차가 없어서 그렇지-과 넓직한 식당-손님이 없어서 그렇지-드물게 높은 종업원: 손님 비율, 샘터가든은 정말 훌륭한 식당이다. 문제는 맛이 없다는 것. 두당 2만원짜리 샤브샤브는 정말로 맛이 없었고, 먹을만하지도 않았다. 하도 기가 막혀 곱창전골을 2인분 시켰다. 세상에, 곱창전골은 더 맛이 없다! 양념을 갖다 달라고 해서 조리를 했지만, 그렇게 해서 맛있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는가? 먹던 걸 때려치우고 나가는데 종업원이 이런다. "아직 식사도 안나왔는데..."
2차 자리에 가서는 안주를 줄줄이 시켜가며 즐겁게 술을 마셨다. 그곳도 그리 맛있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먹을만한 정도'는 되었다. 역시 음식점은 맛이며, 친절도라든지 넓은 주차장, 화려한 인테리어는 부차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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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0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대 앞에는 정말 맛난 샤브샤브 집이 없어요. 몽골리안도 별로고, 동교동 로터리 쪽에 생겼던 유명한 샤브샤브집 지점은 얼마 안 가 망했고.. 쯥. 좋은 분들 만나 맛없는 걸 드셨다니 맘이 아프네요.. ㅠㅠ

panda78 2004-07-04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샤브샤브 먹은지 벌써 몇 년- 맛있는 샤브샤브가 먹고싶군요- 샤브 샤브----- !
정말 음식점은 맛있는 게 최고지요. 서비스는 그 다음 ;; 그래도 그 등심집은 좀 심하군요

미완성 2004-07-0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음식이 맛이 없다고 젓가락을 놓는 친구가..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알고 있는 인종들은 손들고 말리지 않으면 접시까지 씹어먹을 웬수같은 인간들이라..;;

안타깝습니다. 하필 좋은 날 개념없는 음식점을 만나시다니.....

부리 2004-07-0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쯧쯧... 그렇게 술만 마시다니, 자네란 사람은 정말....
멍든사과님/미녀님, 마태우스와 놀지 마세요. 아주 음흉한 놈이랍니다.^^
판다78님/맛있는 짜장면 한그릇이 맛없는 샤브샤브 한사발을 능가하는 법이죠.
스타리님/어떻게 할까요. 샘터가든을 살려야 할까요?? 님이 결정하시는대로 따르겠습니다.

starrysky 2004-07-0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샘터가든 샤브샤브를 못 먹어본지라 판단하기가.. 음, 일단 부리님이 사주시는 거 한번 먹어본 후에 결정해도 되겠지요? ^^

하얀마녀 2004-07-05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불등심'에서 마태우스님이 그냥 나가셨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래도 사람들이 고기만 먹었을까요? 갑자기 왜 이런게 궁금해지지... -,.-

진/우맘 2004-07-0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게, 일인분에 2만원이었다구요? 어무이......TT

sooninara 2004-07-05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부지...TT...
그래도 피가 되고 살이 되게 잘 먹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