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우리나라 남자들은 정력에 민감하다. 하고나서 여자가 만족했는지 굉장히 신경을 쓰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가 담배를 피우면서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게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이렇듯 남성들은 여자와의 잠자리를 자기 능력을 과시하는 장으로 여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정력제가 많이 팔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몇가지 정력제와 그 장단점을 잠깐 분석해 본다.

1) 곰쓸개
태국 등지에서 한국인이 야만적인 민족임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게 바로 이 곰쓸개인데,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 호스를 박아놓고 담즙을 짜내는 광경이 공분을 사는 건 인지상정이리라. 하지만 이걸 먹는 이들도 나름의 절박한 사정은 있으리라 (그런다고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은 왜 곰쓸개를 먹는 것일까. 곰은 힘이 세다. 힘=정력, 뭔가 느낌이 온다. 그렇다면 왜 쓸개람? 옛날 오월동주의 신화를 낳았던 오왕 부차는 아버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나무더미 위에서 잠을 잤고, 곰쓸개를 핥으며 복수심을 불태웠다. 오나라가 함락된 이후 월나라에서는 경국지색이라는 서시를 보내 부차를 녹인다. 결국 서시로 인해 오나라는 멸망하고 말지만, 옹녀에 가까운 서시를 장기간 상대한 것만으로도 부차는 후세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 후세 사람들은 그가 핥았던 웅담에 주목했고, 이후 웅담은 정력제의 상징이 되어 한국 남자들의 돈을 긁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웅담이 효과가 있긴 할까? 물론 아니다. 성분이야 좀 다르겠지만, 담즙은 사람에서도 얼마든지 만들어지니 굳이 곰의 것을 먹을 필요가 없다. 또한 담즙이 정력과 관계 있다는 어떠한 보고도 들은 바가 없다. 비싼 것을 먹었다는 뿌듯함 때문에 처음 한두번은 능력 이상의 거사를 치루기도 하겠지만, 그게 오래 갈 리는 없다. 참고로 말하면 오왕 부차는 쓸개즙을 먹기 전부터 엄청난 정력가였단다.

2) 뱀
뱀이 정력에 좋은 이유를 난 '굵고 길어서' 인줄만 알았는데, 모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글쓴이: 뱀맨   제목: 뱀이 정력에 좋은 이유는...
기사에 언급하셨던 길이가 길다래서가 아니구.. 바로 꼬치가 두개 있기 때문입니다..
뱀은 밤일을 할 때 그 두개를 교대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까..
누구나 꿈꾸는 쌍꼬치의 추억..그렇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뱀을 사랑하신다고 봅니다..]
두 개를 교대로 이용하는 게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고추의 개수가 많다고 정력이 세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다른 분의 의견이다.

[글쓴이: 근데   제목: 조상님들이 왜 뱀을 정력제라고 했는가?
사실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에게 들은바
뱜은 한번 빠굴(이런표현이 적당한가 ㅡㅡ;;)에들어가면 사흘밤낮을 한다구 했다....할머니가
이상한 생각 하지마라 할머니에게 직접 들은건 아니다 엿들은 거지
각설하구..조상님들이 뱜을 정력의 상징이라하는건 이런 이유라 사려된다]

또다른 독자분이 "뱀의 교미시간 때문이라고 고등학교때 생물샘(선생님)께 배운 격이 나는군요. 그래서 뱀을 먹으면 뱀처럼 오래할 수 있을거라는...그런 믿음이"이라고 적어 놓은 걸 보면 이분의 말이 그럴듯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뱀의 정력이 센 건 뱀이 사정이며, 뱀을 먹는다고 인간의 정력이 세지는 건 아니다. 아인쉬타인의 뇌를 먹는다고 그 사람이 머리가 좋아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런 걸 맹신한다. 부인을 수십, 수백 거느린 물개의 그것-해구신-을 먹는 거나, 개의 그것을 먹는 것도 속만 쓰릴 뿐, 좋아지는 건 하나도 없다.

3) 장어
네이버에 뜬 글이다.
[장어는 먹어봤습니다.- _-오우 넘좋아요~힘이 막생기고~]
[전 이렇슴다. 백숙을 먹으면 하루갑니다. 보신탕을 먹으면 3일갑니다. 장어를 먹으면 일주일감다]
보신탕을 먹으면 3일 간다고? 내 친구는 보신탕을 먹고 사흘간 설사를 하던데... 물론 이 말들이 전혀 근거없진 않을 테지만, 그건 장어=정력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의사가 처방해주는 가짜약이 병을 고치듯이. 장어가 영양이 많다는 건 동의할 수 있어도, 정력에 좋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다고 정력제라면, 뇌처럼 생긴 양상추는 머리를 좋게 하나?

4) 결론은 두엄
<달의 제단>의 한 대목이다.
[정실은 나의 체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 국사발에 담긴 액체가 좀 거무스름해 보인다 싶더니, 약간 쌉싸름한 맛이 도는 그 정력국을 먹고 나는 해도 해도 지치지 않는 사랑의 전사로 거듭났다. 도대체 무엇을 넣었기에 이렇게 약발이 잘 듣느냐는 내 물음에 정실은 자랑스럽게 두엄을 조금 섞었다고 대답했다. 땅과 식물에 보약이 되는 것이니 사람에게도 틀림없이 좋은 일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내 몸이 끝없는 정력덩어리가 된 것만은 분명했으므로 나는 군소리없이 두엄국을 들이켰다(139쪽)]
'두엄'은 다른 말로 하면 '퇴비'다. 잡초나 낙엽을 퇴적하여 만든. 그걸 먹으면 이렇게 정력이 좋아진다니, 모든 생명의 근원은 하나라는 게 사실인가보다. 근거가 있냐고? 물론 있다. 저자의 오빠에게 물어본 결과, 저자 심윤경은 매일같이 도서관을 다녔단다.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쓰려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고, 그간 수많은 참고문헌을 뒤졌던 거란다. 정력이 아쉬운 분들에게 두엄국을 먹이자. 수백, 수천을 들여가면서, 게다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어 가면서 정력제를 찾아 다니는 건 이제 그만두자. 비결은 아주 가까운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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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6-2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그 두엄국이 진짜 효험이 있긴 있나보군요. 도서관에서 자료까지 찾아가며 썼다는걸 보니. 참. 안그래도 달의 제단 재밌게 읽었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저자와 아는 사이이시더군요. 좋은 작가분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니 부럽습니다.

2004-06-25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파리 2004-06-2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훼훼훼~* 두엄국이라굽쇼~ 주거쓰...(누가?)

2004-06-25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시지 2004-06-2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력제라는 것도 미신처럼 유사성의 원리가 적용되는 군요. 그나저나 그놈의 정력이 사람과 동물 여럿을 괴롭히죠. 심윤경의 첫소설을 어제 받았았습니다. 마태우스님 리뷰가 좋아서 읽어보려구요. 그나저나 '달의 제단'덕에 우리나라 두엄이 인기를 얻으면 어쪄죠? 지금이라도 두엄상품 개발해서 홈쇼핑이라도 해야할라나..... 동업하실 분?

다연엉가 2004-06-2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의제단이 배송되었다고 하는데 기대됩니다...그나저나 저를 보면 누가 미친X이라고 하겠습니다,,,,혼자서 책상을 치면서 웃고 있으니까요...
이제 울 대한민국의 두엄은 죄다 뒤지겠습니다.... 농촌 두엄을 보호하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weetmagic 2004-06-2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또 두엄 만드는 법도 배워야 겠네..세상에 배울게 너무 많아....
메세지님 ~ 제가 두엄제조법을 터득할 터이니 저랑 동업하시죠 !!
계약조건은 홈쇼핑 두엄 모델로 저를 써주시는 겁니다 히히

부리 2004-06-25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요즘...많이 딸리나보군^^
스윗매직님/정력 모델로 미녀를 쓰는 게 효과가 있을지 생각해보겠습니다.
메시지님께만 보이기/님은 좀 어떠신지요^^
책울타리님/암요, 두엄 보호해야죠. 일단 좀 먹어본 다음에요.
이파리님/저두 궁금합니다. 누가 죽나요?>
플라시보님/감사합니다. 님의 격려는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진/우맘 2004-06-2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코멘트의 선정성이 우려되지만....하고나서 여자가 만족했는지 신경을 쓰고 열심히 정력에 좋다는 각종 혐오식품을 챙겨먹는 남자분들이 간과하고 있는 결정적인 사실이 있으니....
<힘 쎄고 오래 가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점....무슨, 건전지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