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올바른 소리만 하는 사람일수록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그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 행동 한가지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평소부터 나쁜 사람이야 웬만큼 나쁜 짓을 해도 놀랍지 않지만, 안그런 사람이 그러면 그간 했던 모든 행동들이 위선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시민. 난 그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 난 그의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고, 그가 쓰는 칼럼에 언제나 감탄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토론을 잘하는 사람으로, 내게 있어서 토론프로를 볼까 말까를 결정하는 기준은 유시민이 나오느냐 마느냐 하는 거였다. 그가 칼럼니스트일 때나 정치일선에 뛰어들었을 때나, 난 그에게 열광했고, 그의 지역구인 덕양 갑에 살고 있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난 '유빠'다. 그의 말과 글은 언제나 내게 진리였고, 그를 향해 쏟아졌던 비판들은 내게는 늘 부당한 것이었다.

1년 3개월 전 노무현이 파병을 결정했을 때, 그는 파병반대를 외치는 대열에 서서 '국회가 파병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길이 있고, 국회의원은 나름의 길이 있다고. 자기가 대통령이었으면 파병을 했겠지만, 국회의원이니까 반대를 하는 거라고. 하지만 우리 정부의 추가파병 결정으로 애꿏은 한국인 한분이 피살된 지금, 파병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퍼지고 있는데도 그는 별 말이 없다. 여야의원 50명이 파병 재검토 결의안을 냈다는 기사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나라다아 이재오의 이름이 그 안에 있는 걸 보니, 뭔가가 바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왜 자신이 말했던 '국회의원의 길'을 걷지 않는 것일까. 대통령이 탄핵에서 돌아오고 나니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1년 전, '아침편지'에서 그는 이런 허접한 논리로 대통령을 비호했다.
[저는...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 결정의 잘잘못을 가릴 때 저는 제가 가진 정보와 가치기준을 적용합니다. 적어도 가치기준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저와 비슷하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그가 제게는 없는 그 어떤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사실 대통령과 저의 정보 수준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큽니다. 그러면 그가 때로는 제가 동의하기 어려운 결정을 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의 말대로라면, 이번 파병 역시 대통령이 차마 말할 수 있는 엄청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강행하려는 것일까. 우리 국민 수십명이 희생된다 해도, 한국인들이 테러의 표적이 된다해도 어쩔 수 없는 그런 엄청난 정보는 도대체 뭘까.

유시민은 스스로를 '노빠'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노빠'를 자처한 그 노무현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에 온몸을 던지는 노무현이지, 자국민의 희생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에 충실히 복무하려는 그런 노무현은 아니었을 거다. 마찬가지로 내가 '유빠'라면, 그 유시민은 언제나 옳은 말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유시민이지, 자국민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만두사랑 캠페인'이나 참가하는 유시민은 아니었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달랑 '근조' 배너나 달아놓고 할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유시민이라면, 구태여 내가 유빠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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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6-2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로써는 아직 제가 유시민을 좋아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실망할 때는 있는 법이니까요...... 적어도 이 일이 그에게도 쉽지 않은 것이며, 그가 고민하고 있음을 믿기에.

마태우스 2004-06-2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의 시종님/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stella.K 2004-06-2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연우주 2004-06-2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에 대한 실망은, 노무현이 하는 모든 일에 찬성표를 던질 때부터 시작되었더랬지요. 전 이제 유시민 좋아하지 않습니다...

메시지 2004-06-2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씀 뭐하지만 전 진작에...... 미련도 없습니다.

호랑녀 2004-06-2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 얼마 전에 만두시식행사에서, 세상 어느 나라가 국민이 납치됐다고 철군을 하느냐고 얘기했다죠... 맞습니다. 그런 나라 하나도 없죠. 그런데 꼭 그런 얘기 그렇게 거침없이 해야 하느냐구요. 반미면 어떠냐고 거침없이 얘기했던 현재 대통령, 주한미군 철수하라고 그렇게 소리높게 외치다가, 그걸 기반으로 국회의원 되신 분들...
마음 속에 풍선바람만 빵빵하게 넣어두었다가, 구멍이 갑자기 뻥 뚫려서 미친듯 푸다닥거리다 떨어지는... 바람빠진 풍선이 지금 딱 제 모습이군요.

sweetmagic 2004-06-2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 행동 한가지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평소부터 나쁜 사람이야 웬만큼 나쁜 짓을 해도 놀랍지 않지만, 안그런 사람이 그러면 그간 했던 모든 행동들이 위선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시군요,,,,,아 갑자기 님이 무서워 집니다.

밀키웨이 2004-06-2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치라는 것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노무현대통령보고 예전의 시민변호사이던 시절의 그 패기있고 자주적이던 모습은 다 어디갔느냐 라고 묻는 것이나
유시민 의원에게 지금 너의 논리는 무엇이냐라고 비난하면서도 끝내 그들에게 등을 돌릴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자의식만 가지고 뭐든 할 수 있는 그런 위치가 아니기 때문이겠지...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갈대 2004-06-24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일을 자기 입맛대로 합리화하려는 유시민, 꼴사납습니다.
아직 그에게 완전히 등을 돌린 건 아니지만 관성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예전처럼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sooninara 2004-06-24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은 예전에 '거꾸로 읽는 세계사'란 책에서 알게 되었습니다..그책에서 유태인으로 억울한 간첩 누명으로 옥살이를 한 '드레휘스사건'을 ..그때 프랑스 지식인들의 양심고백을..에밀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인가를 침튀기며 써대던 그가..이젠 자국민의 목숨은 국익때문에 버려도 좋다라고 말한다니..참 허탈합니다..

nugool 2004-06-2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잘 모르겠어요. 벌써(아닌가요??__;;) 그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하는건지.. 저는 쉽게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편이라...

sweetmagic 2004-06-2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ugool님....저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람은 자꾸자꾸 변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면으로는 한결같기도 하잖아요. 어떻게 변해 갈지 지켜봐 줘도 될 것 같은데.... 그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 행동 한가지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평소부터 나쁜 사람이야 웬만큼 나쁜 짓을 해도 놀랍지 않지만, 안그런 사람이 그러면 그간 했던 모든 행동들이 위선으로 받아들여진다.라고 하시는 마태우스님이 너무 단호해서 무서워요,

panda78 2004-06-2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 씨에게 실망한 지 좀 된 저로서는 뭐 별로 놀랍지도 않네요. 국회의원 당선됐을 때만 해도 참 기대 많이 했었는데...

마태우스 2004-06-25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저보다 빨리 정체를 파악하셨군요.
스윗매직님/어머나, 저 무서워하시면 안되는데... 제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 민심이 그렇다는 겁니다. 예컨대 총선시민연대의 장원 씨가 성폭행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처럼요.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크다는 그런 말이거든요. 널리 양해해 주심 감사하겠어요.
너굴님/그렇다고 제가 유시민을 전여옥처럼 생각하겠다, 그런 건 결코 아니어요. 유빠, 유시민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던 걸 앞으로는 냉정하게 바라보겠다는 뜻인데...
수니나라님/많은 사랑을 받은 그인만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해 줬으면 했는데, 정말 아쉬워요.
갈대님/그니깐요....

마태우스 2004-06-25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수 있지요. 하지만 어찌되었건 실망스러운 마음은 금할 길이 없네요.
호랑녀님/풍선에 비유하신 거, 멋진 표현인 것 같습니다.
메시지님/그래도 전 그가 다른 대부분의 국회의원들보다 낫다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제 등대로 삼을 수가 없단 소리지요.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연보라빛우주님/그래도...서민은 좋아하시죠?
스텔라09님/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연우주 2004-06-2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럼요...^^

마태우스 2004-06-2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라빛우주님/부끄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