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정이라는 가수가 있다. 키크고 늘씬하고, 시원스러운 외모에 걸맞게 오토바이 타기를 즐기는 가수. "오토바이를 3대나 소유하고 있으며 스피드 마니아기도 하다" 키 173센티에 45킬로라는 건 도저히 믿기 어렵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연예인들이야 다 그런 거니 넘어가자. 다른 사람의 평가는 모르겠지만, 난 그녀가 노래도 잘한다고 생각한다. 댄스가수니 립싱크를 할 때가 많긴 하겠지만, <그녀와의 이별>은 참 부르기 어려운 노래다. 특히 후렴구가 그렇다.
[믿지 않았어 그녀의 일방적인 얘기들 ; 높다
나를 속이며 그동안 만나왔단 얘기도; 여전히 높다
너를 사랑한 그녀의 거짓말이였기를 ;여전히 높다
비참하게만 난 끝까지 어리석게 널 믿어버렸어; 끝에가서 더 높아진다
하지만 나의 마지막 기대마저도 모두 무너진거야 ; 더 높은 상태가 유지된다
술취해 또 다신 너를 찾아가 그녈 안아주는 너를 보았어; 계속 유지
지금 내눈에 흐른 눈물은 너도 모른척 해줘 : 높은 상태 유지
남겨진 미련도 없지만 모두 니가 가져버려: 끝에서 더 높아진다]
다른 노래라면 한두번 위에까지 올라갔다 오고 마는데, 이 노래의 후렴은 그야말로 개마고원이다. 보통 사람은 시도하기조차 힘든, 고음처리가 웬만큼 되지 않는다면 절대 부를 수 없는 노래, 그래서 난 노래를 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노래를 불러보라고 한다. 참고로 내 주위 사람들 중 내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단 한명밖에 없고, 대부분 은근슬쩍 노래 중간에 한옥타브를 내려 버리기 일쑤다. 아무튼 난 이 노래를 참 좋아했고, 오랜만에 괜찮은 댄스 가수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그 후에 들고나온 노래는 '그녀와의 이별'을 강력히 연상시키는 <되돌아온 이별>. 그때 난 실망했다. 아, 이 사람은 노래에 그다지 애착이 없구나. 그저 적당히 돈을 벌어 가요계를 뜰 생각이구나. <존재의 이유>를 히트시킨 김종환이 <존재의 이유2>를 냈다가 반응이 없었고, 김종찬은 <토요일은 밤이 좋아2>로 가요인생을 접었는데, 왜 가수들은 정신을 못차리고 속편에 안주하는 걸까. maxmp3 사이트에서 김현정의 곡들을 인기순위로 보면 3집에 수록된 <멍>이 1위고 2위는 6집에 나온 <끝이라면>, 3위가 <그녀와의 이별>이다. 8집이나 냈으면 최신 노래들이 인기순위 상위권을 점해야 정상이건만, 그녀는 데뷔곡 이후 별 발전이 없는 것 같다. 정경화의 노래를 다시부른 <나에게로의 초대>가 7위인 것도 눈에 띈다.
네이버를 보니 김현정이 영화에도 나온다고 한다. <마지막 늑대>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온다나. 노래 하나만 해서 먹고살기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그래서 윤도현 같은 사람도 코미디 프로에 나왔었지만, 난 그녀가 본업인 노래에만 전념해 줬으면 좋겠다. 댄스가수로서는 보기 드물게 폭발적인 가창력까지 갖춘 그녀라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다방면에 걸쳐 활동을 한다 하더라도, 좋은 판을 내고나서 하는 게 순리가 아니겠는가.
*서재 순위를 앞당기려 급히 쓴 글입니다. 말이 좀 안되도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