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6월 3일(목)
누구와?: 딴지일보 사람들과
마신 양: 맥주--> 소주, 겁나게 취했다.

부제: 인터뷰

삶에 있어서 내겐 어떤 뚜렷한 원칙이라는 게 없다. 어쩌면, 있는데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이룬 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나란 놈은 다른 사람이 궁금해할 그런 사람은 결코 아니다. 학교 와서 일 조금 하고, 인터넷에 글쓰는 거 주로 하고, 밤에는 술을 마시는 단조로운 삶에 궁금할 게 뭐가 있담? 인터뷰란 특정한 개인을 드러내는 좋은 방법이지만, 난 그리 좋은 인터뷰 상대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주엔 세 번이나-이메일 인터뷰를 포함해서-인터뷰를 했다. 매우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월요일에는 모 잡지의 '젊은 과학자' 시리즈, 목요일에는 딴지일보와 흥신인터뷰를 했고, 금요일에는 나를 좋게 봐주신 어떤 분의 추천으로 알라딘에 관한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내가 했던 말들을 대충 헤아려 적어본다.

월요일: 취재기자로 하여금 죄를 짓게 만든 인터뷰였다. 이전에 인터뷰를 한 '젊은 과학자'들이 신의 손이라 불릴만큼 연구를 잘했다면, 과히 젊지도 않은 난 실험이라고는 남들 다 쉽게 하는 것조차 결과가 안나오기 십상이었으니까. 게다가 실험실은 좀 깨끗한가. 일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아침부터 설쳤지만, 사진기자 분의 마음에 들기엔 역부족이었다.
"비이커 좀 더 갖다 놓으세요. 거기다 물도 담고..." "저 접시도 몇 개 더 있으면 좋겠는데..."
내 사진은 그렇게 조작되었다.

참고로 취재기자 분은 '서민의 법칙'에 관심을 보였다. 내가 하는 건 물론이고 일부만 참여하거나 심지어 보고만 있어도 실험 결과가 잘 안나온다는 그런 법칙 말이다. "그런 게 어디 있어!"라고 핀잔을 줬던 모 교수도 나와 일년을 같이 있더니 그 법칙을 인정했다는... 기자의 말이다. "서민의 법칙, 그거 깨셔야죠!"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을 했지만, 내 이름이 들어간 법칙을 내가 깨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목요일: 딴지일보에 나를 인터뷰해달라고 하는 요청이 이따금씩 있었단다. 계속 무시했는데 꾸준히 들어와서 할수없이 하기로 했단다. 그런 경우는 십중팔구 한명이 아이디를 바꿔가며 메일을 보내는 것일텐데, 누굴까?

원래 알던 기자가 인터뷰를 해서 아주 편안했는데, 내가 딴지에 연재했던, 그래서 책으로 출간되었던 건강동화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기자: 책은 많이 나갔나요?
나: 그럼요, 제가 한 400권 샀죠! 음하하하.
기자: 다른 작가들도 다 그러나요?
나: 여기저기 돌려야 하니, 다들 한 100권 정도는 살걸요? 그래도 저처럼 많이 사는 경우는 드물 거예요.
기자: 왜 사라고 안하고 돌리는 거죠?
나: 제 책을 누가 사겠다면 굉장히 미안해요. 그래서 그냥 제가 주겠다고 해버리죠..

금요일: 알라딘에 관한 인터뷰였다.
기자: 알라딘 마을이 여타 인터넷 동호회와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나: 인터넷을 하다보면 익명을 빙자해서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알라딘 분들은...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분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 중에는 제가 감히 범접할 수 없을만큼 글을 잘쓰는 분들도 많구요. 그분들의 글을 읽으며 배우는 게 아주 많습니다. 게다가 알라딘에는 따뜻함이 있습니다. 누가 속상하다고 하면 위로나 격려가 줄을 잇고, 잘된 일에는 수많은 축하가 따릅니다... 속에 있는 얘기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지요.
기자: 서평을 쓰실 때 특별히 유의하시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나: 소설의 경우 줄거리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는 거죠. 줄거리 빼고 뭘 써야 하는지 난감했는데요.... 책과 관련된 경험이랄지, 책에서 느낀 점 등을 쓰고 있어요. 에세이나 인문사회과학 서적 같은 경우는 인상깊은 구절을 인용해서 거기에 대한 제 소견을 쓰기도 하구요. 참고로 전 알라딘에서 서평을 잘 못쓰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있답니다. 
기자: 서평 블로그의 활성화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한다면?
나: 제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너무도 좋은 분들을 알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지요. 그곳이 아니었다면 제가 어디서 그런 분들과 무더기로 친구가 될 수 있었겠어요? 기자님도 해보시면 아마 푹 빠지실 걸요
기자: 기사에 선생님의 본명을 써도 되는지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나: 제가 맨날 알라딘에서 글쓰는 거 들키면 안되니, 본명보다는 그냥 닉네임인 마태우스를 써주시면 안될까요?

일도 잘하면서 알라딘을 평정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 말을 하면서 느낀 생각이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연엉가 2004-06-05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님의 맴이 굉장히 따시다는 것을 느낀다.^^^

비로그인 2004-06-05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쫙쫙쫙!! 마태우스님도 좋은분이예요~ ^^(아직 잠이 덜깼나~^^::)

로렌초의시종 2004-06-05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쓰한 마태우스님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그런데 정작 술 드신 이야기는 거의 없네요???

진/우맘 2004-06-05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마태님....이심전심....
마지막의 그 이메일 인터뷰는 저도 했거든요? 그런데, 기자님이 우리의 메일을 받아 보시고는 심각한 표절의혹(?)에 고민하셨을 듯...어쩜 그리 저랑 똑같은 말씀을 하셨담??^^

갈대 2004-06-05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같은 질문을 던진 기자의 책임이 크죠^^;

*^^*에너 2004-06-0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하고 배려심 깊은 분일꺼 같아요. ^^

마냐 2004-06-0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언젠간 저두 마태우스님 인터뷰를 해보고 싶어요. 넘 재밌을 거 같구...인터뷰에 취해서 술도 거나하게...ㅋㅋㅋ

플라시보 2004-06-0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근데요. 님 주변 사람들은 전부 마태우스라는 별명을 알고있지 않을까요? 마태우스하면 서민. 서민하면 마태우스 이런식으로..^^

호랑녀 2004-06-0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딴지일보 총수가 방송진행을 한다던데, 방송에는 안 나가시나요? 혹시 나가시게 되면, 꼭 미리 말씀해주세요 ^^

panda78 2004-06-0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마태우스님, 마태우스라는 닉네임은 어디서 나온 거에요? @.@
물만두님이 궁금해 하히던데.. 혹시 물만두님의 추측대로 "테리우스라고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

chaire 2004-06-0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 님의 마태우스 님 인터뷰 찬성!^^ 그리고 판다 님, 마태우스 : 마침내 태어난 우리들의 스타, 라는 뜻의 줄임말이구요, 아마 대학교 때 조교장 하던 시절에 붙은 별명이라지요..^^

아영엄마 2004-06-0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인터뷰도 줄줄이 하시는군요.. 음... 혜영이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서재에 영 안들리시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아셨대요? ^^;; 병원갔더니 급체(소화불량)인 것 같다니 음식 조심하면서 수분 보충에 신경써 주면 될 것 같다네요.

마태우스 2004-06-0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어머나, 제가 님 서재에 얼마나 자주 가는데요!! 그리 말씀하심 섭하죠^^
카이레님/대신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같은 고수가 그런 일을 하시니 제가 너무 황망합니다.
panda78님/전 저를 잘 알기 때문에 테리우스라고 자신을 주장하는 망발은 결코 하지 않습니다. 자꾸 그러심 판다님을 '전지현이다'라고 해버릴 겁니다!!
호랑녀/호호, 사실은 나가고 있지만, 절대 말 안하겠습니다. 워낙 못해서 언제 잘릴지 모르거든요.
플라시보님/님의 격려는 언제나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마냐님/님과 술을 마실 수 있다면, 제 영광이겠죠. 하지만 님은 이미 은퇴하시지 않았나요?
에너님/제가 서재에서 만드는 이미지에 속지 마옵소서. 사실은 그리 좋은 놈이 아니랍니다. 에너님이야말로 깜찍하고 착한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갈대님/제게 인터뷰하는 사람 중 진짜 궁금해하는 걸 묻는 분이 없더군요. "일 하나도 안하면서 안잘리는 비결이 뭐유?"
진우맘님/우리 생각이 같다는 건, 다른 알라디너 분들도 다 마찬가지라는 소리구, 높은 충성도를 입증하는 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로렌초의 시종님/술일기는 술을 통해 사회를 보는 겁니다. 음하하하. 딴지 인터뷰 때문에 술을 마셨다는 얘기죠. 호호.
폭스바겐님/님이야말로 정말 좋은 분이죠!! 적이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는 마태우스.
책울타리님/님의 코멘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형님!

클리오 2004-06-05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데없이 출현입니다만, 가끔씩 님들의 글만 훔쳐보는 저로서도, 옆 사람과 알라딘의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 이라든가 '책 읽는 사람들의 품성' 등에 대해 이야기한답니다. 다들 그런 비슷한 마음이 있기에, 알라딘 따뜻한 사람들만 모이는거겠지요.. 다른 게시판들은 들어가기가 두렵답니다. ^^

nugool 2004-06-0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겁나게 취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이죠? 그뒤에 어떤 인터뷰가 더 있었는지는... 음... ^^;; 친구들이 와서 한잔하고 우르르 몰려가고 남은 술 끌어 모아 마시면서 이제 서재 순방입니다..ㅋㅋㅋ 음.. 이거 마태우스님께 나날이 애정이 생겨가는데요? ^^;;;

마태우스 2004-06-0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lio님/원래 제가 인터넷에서 쌈질만 하는 전사였는데요, 여기서 살다보니 화초로 변했어요.
nugool님/저두 너굴님께 나날이 애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