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젤리나 졸리와 배두나,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두 배우는 하지만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의 밑바닥을 기는 것. 난 그 이유를 시나리오의 부재로 돌리고 싶다. 즉, 자신에게 맞는 시나리오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그래서 난 두 배우에 대해 약간의 분석을 하면서, 그에 걸맞는 시나리오를 하나씩 써주고자 한다.
1. 배두나
밤늦게 케이블 TV를 켰더니 배두나가 나온 영화가 상영 중이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였는데,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기에 잠깐 봤다. 여기서 배두나는 하나도 안이쁜 애로 나온다. 자기 주변을 맴도는 남자가 있지만, '나같은 것을 좋아하겠냐'고 생각하며, 자기보다 이쁜 현지란 친구를 좋하해서 그러는 걸로 착각한다. 두꺼운 안경을 뒤집어쓰고 화장기 없는 얼굴을 선보이지만, 그래도 내 눈엔 이쁘다. 판박이같은 연예인들이 홍수를 이루는 작금의 현실에서, 배두나처럼 개성적이고 이쁜 배우는 반갑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그가 맡는 역할은 언제나 안생긴 역이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도 그저 마음만 따뜻한 여자였고, <플란더즈의 개>에서도 별로 이쁘지 않은 여자 역을 연기했다. <굳세어라 금순아>에서는 남편을 찾아나선 억척스러운 전직 배구선수. 그렇게 이쁜 애가 안이쁜 역만 해대니, 보는 사람은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이건 아니다. 배두나는, 이쁘면서 겁나게 발랄한 그런 역이 잘 어울린다. 다음 시나리오를 보자.
[배두나는 벤처회사에 근무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인데, 방송국 PD인 봉태규와 연인 사이다. 책을 주문하러 알라딘에 들어간 배두나는 알라딘에 서재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인기서재의 주인공 차승원의 글을 읽고 반한다. 직장에서는 무능한 사람으로 찍힌지 오래지만 알라딘 서재평정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진 차승원에게 배두나는 소재를 제공해 주거나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의 원조를 한다. 그러는 와중에 둘은 가까워지고, 배두나의 배신을 알게 된 봉태규는 보복을 위해 교봉에 블로그를 만든 뒤 교봉 최대의 인기 블로그로 성장시킨다. 둘간의 숨막히는 대결 속에 괴로워하는 배두나, 하지만 봉태규가 쓴 글들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글을 표절한 것임이 드러나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썰렁해지는데...제목은 '알라딘이 물고온 사랑']
이게 영화화될지는 모르겠다. 벌써부터 영화사에서 입질이 들어오지만, "배두나가 아니면 안된다"는 내 완강한 고집에 선뜻 계약을 꺼리는 상태다. 그렇다. 배두나는 이미 연기력은 인정받지만, 하지만 흥행과는 관계없는 그런 배우로 낙인찍혀 버린 것이다. 일이 잘 되어 배두나가 내가 쓴 시나리오로 대박을 터뜨리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병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한편만 뜨면 그다음부터는 고속도로다. 배두나의 개성과 연기력을 포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많이 생기길 빈다.
2. 안젤리나 졸리
사람들은 <툼 레이더> 1편은 그런대로 봐줄만 하지만, 2편은 좀 너무했다고 한다. 하지만 난 1, 2편 모두 개떡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쁜 여자가 도대체 왜 싸워야 하나? <오리지널 씬>에서는 관능미를 보였지만, 좀 약했다. 최근에 개봉한 <데스 맨 워킹>인가 하는 영화는 좌충우돌하는 형사로 나오던데, 그 영화는 내가 보다말고 나간 몇 안되는 영화 중 한편으로 기록되었다. 한숨만 나온다. 저렇게 훌륭한 배우를 왜 엉뚱한 곳에 쓰는 걸까. 줄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그런 시나리오를, 출근하는 기차 안에서 썼다.
[미국 국가대표 배영 선수인 안젤리나 졸리,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잠을 잘 때도 늘 공을 손에 쥐고 자는 박찬호처럼, 졸리 역시 평상시에 수영복을 입고 산다. 그 수영복은 공기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아디다스에서 개발한 헝겊 수영복, 말하자면 천 쪼가리다. 졸리는 그걸 입고 잠을 자고, 식사를 하며, 나머지 시간엔 하루종일 누워서 배영 연습만 한다.
한편 그녀와 올림픽 금메달을 다투는 라이벌 크리스틴 오토(기네스 펠트로 분)는 애인(트로이 찍고 할 일없는 브래드 피트 분)을 시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 졸리의 2층에 전세를 얻은 애인은 드릴로 구멍을 뚫고 그녀를 관찰하는데, 보다가 그만 좋아하게 된다. 모르고 흘린 침이 구멍을 통해 졸리의 이마에 맞는 바람에 그는 자신의 존재를 들키고, 둘은 그걸 계기로 사랑에 빠지고, 애인 덕분에 오토의 음모를 알게 된 졸리는 더욱 정진해 올림픽 3관왕이 된다. 제목을 굳이 붙이자면 '침흘리지 맙시다'?]
이 시나리오를 아직 졸리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졸리의 이메일 주소가 내가 모르는 사이 바뀌었는지, 자꾸만 되돌아온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본다면 매우 기뻐할 것임을 확신한다. 모름지기 배우는, 자신을 알아주는 시나리오 작가, 감독을 만나야 한다. 나같은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