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어스트라는 사람이 기차를 탔는데, 한 사람이 큰 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다.
"프링업니다...프로츠너에게 연락 되는대로 내게 전화 좀 달라고 전해줘요. 내 핸드폰 번호는 017-*****, 이름은 프링어, 중요한 일이니까 꼭 전해줘요!"
...그러나 프로츠너는 그 일의 중요성을 미처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지 전화를 걸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프링어는 한시간 동안 그에게만 무려 열여덟 번이나 접선을 시도한다.... 참다못한 호어스트는 카드 공중전화기로 가서 어느새 외워버린 프링어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나 프로츠너요! 프링어, 난 지금 베를린에 없소. xxxx 북부에서 사냥을 하고 있소...."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후, 숲에 놀러간 호어스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다.
"프로츠너! 이봐요, 어디 게세요? 프로츠너!"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중에서)]

때로는 휴대폰 배터리가 너무 오래 가는 게 불만스러울 때가 있다.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고속전철, 역방향이라고 투덜대는 심복을 위해 난 표를 바꿔줬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선택이라는 걸 기차에 타자마자 알았다. 한복을 입은 아주머니 하나가 연방 전화를 해댄다. 아무리 책에 집중을 하려고 해도 그녀의 목소리는 내게 파고들었고, 난 그녀가 오는 일요일에 금강사라는 절에서 모종의 파티를 준비 중이라는 것, 밴드비가 비싸서 고민 중이라는 것, 출장뷔페를 예약하려고 전화를 하고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기차는 동대구를 지났지만-시간상으로 한시간 10분-그녀의 전화는 그칠 줄을 모른다.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주세요. 번호는 011-845-****, 이름은 최순애"
웬만하면 그냥 해주지, 전화를 거는 출장뷔페마다 일요일엔 바쁘단다. 그 바람에 나를 비롯한 승객들은 그녀의 음성을 듣느라 신음해야 했다. 특히 그녀와 마주보는 좌석에 앉은 남자는 찡그린 표정으로 괴로워서 어쩔 줄 모른다.

그렇게 한시간 40분이 지났을 무렵-시간상으로 두시간쯤-내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난 여러번 들어 외워버린 그녀의 휴대폰에 발신자 제한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도무지 끊을 줄을 모른 채, 막무가내로 통화를 계속한다. 인사까지 하고 전화를 끊은 그녀가 옆에 앉은 동료에게 말한다.
"발신번호 제한으로 누가 미친 듯이 전화를 해대네?"
그리고는 다시금 전화를 거는 그녀, 아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인내심을 잃은 사람은 나만 있는 게 아니어서, 내 뒤에 앉은 사람은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승무원이 다가가 그녀를 제지했다. "나가서 해주시겠어요?"
그녀는 기차간으로 나가서 들어올 줄 몰랐다. 서울에 도착하기 20분 전, 그러니까 부산에서 기차가 떠난지 두시간 22분만에 그녀는 만족한 표정으로 들어와 앉았다. 맨 뒤에 있는 남자가 "전화받는 매너가 그게 뭡니까?"라며 연방 목소리를 높이긴 했지만, 그 아주머니의 내공에 비할 바는 못됐다.

난 다른 칸에 있는 심복을 불러냈다.
"야, 정말 자리 바꾸기 잘했어요. 세상에 어떤 아주머니가 얼마나 전화를 해대는지..."
심복의 말이다. "우리 칸에도 외국 사람 하나가 어찌나 큰소리로 전화를 하는지... 결국 대구 지나서 아이러브 유 하고 끊더라구요...아가씨 하나도 지금까지 계속 전화를 하는데 목소리가 장난이 아니어요" 그러니까 그런 현상은 우리칸에만 국한된 게 아닌, 보편적인 일이었다.

우리는 휴대폰에 적대적이다. 둘이 떠드는 건 제지를 안하지만, 누가 휴대폰을 하면 조용히 하자고 한다. 운전 중 담배를 피우는 건 괜찮지만, 휴대폰을 걸면 범칙금이 부과된다. 나 역시 그런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지라, 휴대폰을 거는 운전자가 천천히 감으로써 교통을 방해하면 초보운전자가 그러는 것보다 훨씬 더 짜증이 난다. 예전엔 몰랐지만, 지금은 왜 그리 휴대폰에 적대적인지 지금은 알 것 같다. 주변에서 자행되는 휴대폰 공해에 알게 모르게 시달리다보니,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게 된 게 아닐까. 휴대폰이 대중화된 지 벌써 7년, 이제 어느정도 휴대폰 예절이 정착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괴롭혀드린 그 아주머니가 모레 파티를 무사히 잘 치르기를 빈다.  그나저나 두시간 반을 견디는 그 휴대폰은 어느 회사 제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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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5-2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정말 짜증나는 일이군요. 기차 타면 그저 자는게 상책인데..^^;; 저는 전화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해서 휴대폰이고 집전화고 왠만하면 1-2분내로 끝내는 주의입니다. 남편이 전 직장 다닐 때 어쩔 수없이 계약한 휴대폰이 저에게로 넘어 왔는데 저는 받는 용으로 할려고 요금도 최소한의 것(한 달에 육천~칠천원선)으로 해 놓고 왠만해선 안 겁니다. 한 달에 두어 통.. 전화번호 아는 사람은 최소한으로 해놓아서 걸려오는 것도 별로 없고..

2004-05-28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4-05-28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님. 정말 공공장소에서 주위 시선은 아랑곳않고 큰 소리로 오래오래 전화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스트레스죠. 저도 일전에 친구가 술먹고 고속버스 안에서 저한테 전화를 했었는데 친구 목소리가 좀 큰것 같아서 끊자고 해도 이 친구가 술이 취해서 안끊고 버티더니만 결국 기사 아저씨한테 야단을 맞고서야 끊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나저나 두시간 반 동안 통화를 해도 베터리가 다 나가지 않는 휴대폰은 어느 회사 제품이래요? 하하^^

panda78 2004-05-28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시간 반 연속통화는 놀랍군요.. ^^;;
그런데 정말 왜 버스나 기차 안 등 공공장소에서 목.청.껏 전화질을 해대야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소리죽여 조용조용히 해도 다 들릴텐데... ㅡ..ㅡ
그리고 무음으로 안 하고 휴대폰으로 게임하는 사람들도 정말 짜증나더군요.

sweetmagic 2004-05-2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웬만한 핸드폰은 다 써봐서 해봐서 대충 아는데요....
대용량은 4시간도 가구요. 소용량은 두시간 에서 두시간 반은가요..
017 페밀리 무제한요금시절.....한 달 통화료가 50-60만원 나올정도로 통화했었거든요.무론 무료였구요..그때 쓴 폰은 L*였습니다~ 크크크 (참고로 전 공공장소에서는 통화 잘 안 합니다... 전화가 오는지 안 오는 지 거의 모르거든요 ^^::) 두 시간 지나면 핸드폰 엄청 뜨거워 지는데.....그 분도 참....

책읽는나무 2004-05-2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아줌마도 무제한 요금제인가봅니다......ㅎㅎㅎ....나도 예전에 무제한 요금제 엄청 써댔었는데....그래도 나는 공공장소에서는 안그랬는데........ㅡ.ㅡ;;

얼마전에 지하철에서 어떤 아저씨 아주 큰소리로 통화를 하여...나도 눈은 책에 있되....자꾸 귀로는 그아저씨 통화내용을 외우고 있더군요!!...다행히 통화는 빨리 끝냈지만.....옆에 있던 할아버지가....막 야단치셨거든요!!...큰소리로 통화한다고........ㅡ.ㅡ;;;
근데 그아저씨 왈....."안들려서 그런걸 어쩝니까??".........ㅠ.ㅠ
안들리면...잠깐 내려서 통화하고 다음차 타면 될껄~~~

작은위로 2004-05-28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신분..이라고 밖엔 못하겠어요. 뜨거운 휴대폰 들고 어떻게 통화하셨을까요? 난 30분만 지나도 귀아프고 싫던데.. 점점 뜨거워지는 핸드폰도 싫고... 왜, 전에 밤 12시 넘어서 택시를 타는데 무서워서리... 친구한테 전화해서 집에 도착할때까지 수다를 떨었었거든요.
근데 그아주머니 대단하시네요. 진짜...화아... 목은 안아프셨을까요? 귀는요? 헤에에...
참, 신기한 분들 많으시네요. 전요. 공공장소건 집이건 전화는 구찮아서..-_- 하긴 그러면서 저도 지하철에서 전화하기도 하는데. 민망해서 큰소리로 못하고 전철이야. 끊어 하는 편인데..
흠흠흠... 고생하셨네요. 거의 세시간동안...^^:;;;; 귀가 혹사하셔서 어째요...

가을산 2004-05-2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래도 KTX라 다행이네요. 새마을호였으면 4시간 반은 괴로우셨을텐데... ^^

*^^*에너 2004-05-2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전화비 장난 아니겠는데요.

마태우스 2004-05-2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너님/그러게 말입니다...
가을산님/그래도...배터리가 4시간 까지 가진 않겠죠^^
작은위로님/님의 글을 읽으니 큰 위로가 됩니다^^
책나무님/문제는 그런 아저씨가 한둘이 아니라는 게 아닐까요? 이 세상에서 살기에 저는 너무 착한 것 같아요!
sweetmagic님/소용량두 두시간이나 갑니까? 더이상 배터리가 발전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panda78님/맞아요. 시끄럽게 게임하는 애들 보면 정말 황당하죠...
아영엄마님/음...전 휴대폰을 끼고 사는 편이라...조심하려 해도 알게모르게 피해를 줬을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4-05-3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웠다던 전화번호 좀 갈쳐줘봐요. 제가 문자 넣을께요 "아줌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