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학교 퇴근버스는 의대 앞에서 출발해서 자연대, 사회대를 돌면서 사람을 태운다. 그러니까 나처럼 의대 주변에서 서성이는 사람은 빈 버스의 아무 자리나 앉을 수가 있는거다. 누군가 앉아있는 옆자리에 끼어드는 건 좀 미안한 일인지라, 그건 좋은 점인 것 같다. 처음 퇴근버스를 탔을 무렵, 난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대 사람들끼리는 서로 다 알지만, 결코 같이 앉지 않는다는 것. 만나면 가벼운 목례나 덕담을 주고받고는 다들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다.
잠을 자려고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아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 잠을 자 버리면 실례니까. 하지만 내릴 때까지 안자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 왜 그럴까?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과 같이 앉고픈 심리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나이가 좀 들고나서 알았다. 사람들은 적당히 아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것을. 아주 친한 사이라면 모르겠지만, 직장이 같다는 이유로 만난 사람끼리는 같이 나눌 공통의 화제가 별로 없다. 나도 한번 의대 사람과 앉아 봤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하다보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침묵---
나: 하시는 일은 잘 되세요?
그사람: 그렇죠 뭐...
--다시 침묵---
딱이 할말이 없어 말뚱말뚱 있어야 하는 그 썰렁함, 그 어색한 침묵이 사람들은 불편한 거다. 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내 방이 있는 4층까지 올라가는 것도 굉장히 긴 시간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사를 하자마자 다른 곳을 향해 서있는 것이리라. 엘리베이터도 그런데, 내릴 때까지 두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차 안에서 둘이 같이 있는다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 아니겠는가. 옆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면 책을 읽든 잠을 자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말이다. 나도 이젠 적당히 아는 사람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