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논쟁의 여지가 있는 글입니다. 반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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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벌건 대낮에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마주쳐 지나오는 남자가 내 엉덩이를 만졌던 드런 경험을 해야 했다. (오래 버스를 타고 통학해야 했던 어린 시절엔 그보다 더한 경험도 했으나 말하고 싶지 않아 생략하겠다. 그리고 그땐 어려서 그게 뭔지도 몰랐었다.) 출신 여학교 앞에서 '노출증' 환자를 맞닥뜨렸던 경험도 비일비재하다]
[저희 학교도 골목길에 노출증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왜 돌려차기나 우산으로 내려치기 뭐 이런걸 생각 못했나 아쉽습니다(이상 모 서재에서 퍼옴)]
이런 경험은 그리 드문 게 아닌지라, 내가 만난 여성들의 대부분이 변태를 만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내가 특별한 여자들을 만난 게 아니니-물론 내 주위엔 유난히 미인이 많긴 했다-이건 여성 대부분이 갖고 있는 경험으로 일반화시켜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소설가 하성란도 여고 때 통학 버스에서 비슷한 일을 수도 없이 당했다고 한다. 정말 궁금하다. 여자에게 자기 성기를 노출시키는 게 왜 기분이 좋은 걸까? 버스에서 욕먹어 가면서 남의 엉덩이를 만지면 과연 행복할까? 일곱 살밖에 안되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애를 희롱하고픈 마음이 드는 사람들은 어떤 인간일까.
언젠가 뉴스에 이런 기사가 나왔다. [30대 남자가 조깅을 하던 중 등교길의 여고생을 야산으로 끌고가 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혔다. 그 남자는 "한참 뛰는데 갑자기 음심이 발동해 그만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울먹였습니다] 세상에, 조깅 중에 그런 생각이 난단 말야?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호랑이를 우리에 가두어 놓는 것은 그가 자신의 공격성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 그렇다면 이 땅의 수많은 변태들이 자유롭게 길거리에서 활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호랑이와 비교할 때 지나친 특혜를 주는 게 아닐까.
딴지일보의 모 여기자(여기자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가 길 한복판에서 자위를 하는 남자를 디카로 찍었다. 그걸 보면서 "너무 불쾌했다"는 그녀는 동영상과 함께 딴지에 기사를 올렸다. 난리가 났다. "인권침해"라는 지적부터 시작해 "그사람 가족이 그걸 보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겠느냐"는 말, 그리고 그 여기자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수많은 답글들이 게시판에 깔렸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는 선동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하긴 했지만, 동의를 받은 건 아니니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가 그 동영상을 올린 건 뭇 여성들을 괴롭히는 변태의 실상을 알리고 대책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길거리에서 성기를 쥐고 흔드는 사람이 좀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행위가 보여진들 기분나빠할 것 같진 않지만, 거기 올라온 수많은 답글들 중 남자의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나무라는 글은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내 마누라 앞에서 그랬으면 반쯤 죽여 놓겠다"는 말만 있을 뿐, 남성들 대부분은 그 기자를 욕하기 바빴다.
"억울하면 너도 남자 앞에서 벗어라"고 하는 놈들까지 있는 걸 보면, 남자들 대부분은 변태로 인해 여성이 받는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전혀 모르나보다. 더 나쁜 것은 알려는 노력조차 없다는 것. 변태와 맞닥뜨린 경험은 어쩌면 그 여성에게 일생동안 지속될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행위에 대한 비판을 할라치면 남자들끼리 똘똘 뭉쳐 해당 여성을 공격하기 마련이다. 평소 인권에 대한 감각이 없던 사람들이 미성년자 성폭행자의 신상공개를 '인권침해'라고 비난하는 것도 그 여성이 겪은 상처를 너무 과소평가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어느 분의 말씀, "진화가 덜된 종족과 같이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물론 난 이분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역시 진화가 덜된 종족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