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5월 2일(일)
마신 양: 소주 한병+알파

* 그리 많이 마신 건 아니지만, 한병은 넘겼으니 술일기에 기록할 정도는 될 것 같다. 못마시면 꾸준하기라도 해야지 어쩌겠는가.

부제: 주사

엊그제 내가 안 새로운 사실이 있다. 서재 주인장 모임이 있던 날, 난 내가 멀쩡하게 있다가 사람들한테 인사도 잘하고 그러다 집에 간 걸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주님 말씀을 듣다보니 내가 실수를 퍽도 많이 했나보다. 내가 우주님한테 반말을 했으며, 묵찌빠를 하자고 졸라댔다나? 그거 말고도 실수한 게 많겠지만, 내가 너무 놀랄까봐 더 말을 못하셨을게다.

사실 난 주사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술먹고 난 다음날은 괜히 무섭고, 사람을 피하게 된다. 같이 마신 사람들이 "야, 너 어제..."라고 말하면 난 잽싸게 달려가 빈다. "아, 알았어. 제발 말하지 마!"(이유는 내가 너무 비참해질까봐) 그럼 그들은 대개 밥을 사줄 것을 요구하는데, 밥을 먹고나면 이렇게 말한다. "사실은 별일 없었는데...히히"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조교 때는 취하면 선생님들한테 "언니"라고 하는 버릇이 있었다. 선생님과 같이 택시를 타고 가다가 내가 먼저 내리면서 "나 간다. 나오지 마!"라고 한 적도 있단다. 한때는 술에 취하면 친구랑 씨름을 하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집에 도망간 적도 여러번이다.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별탈없이 술을 마셔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주사라는 게 그리 민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보니 술에 취하면 계산을 하는 버릇도 있었던 것 같다. 아, 무단횡단하는 버릇도 있었구나)

언젠가 만난 대학동창은 술에 취하니까 친구들을 주먹으로 때려 물의를 빚었고, 또다른 친구는 밑도 끝도 없이 오버이트를 해대 술집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그런 친구들이 술을 마시자면 아무래도 좀 꺼려지기 마련이지 않겠는가. 이것에 비하면 양반이긴 해도, 기억이 안나는 건 어찌되었건 위험한 일이다. 몇시간을 내가 아닌 상태로 활동하다니, <메멘토>도 아니고 그게 뭔가. '블랙아웃'이라고 불리는 기억의 단절은 의학계에서도 안좋다고 강조하는 일인데, 난 그런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지금까지 별일이 없었던 것은 사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이었을게다. 하지만 내 운명을 더 이상 운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 이젠 좀 정신을 차리자(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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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다양한 주사...귀여운 주사긴 하지만, 연보라빛우주님이 폭탄선언 하시기전에, 역시 밥으로 무마해야되는거 아녜요? ^^ 해가갈수록 심해지는 '블랙아웃'현상, 제발 경계하세요~~

진/우맘 2004-05-0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조교 때라구요? 그, "어머 언니~"하는 소리, 저도 분명히 들어봤는데요!!!
그리고, 치명적인 주사...우주님의 남자친구를 공유하자 했다던 그 망발은 어찌 살짝 감추시옵니까? ^0^

2004-05-03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5-0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그럼 지금도 제가....으아아악!!! 그리고 공유 발언은 심히 왜곡된 것입니다. 영화배우 공유를 닮았다고 한 것이 "공유하자"는 뜻으로 와전된 것일 뿐... 그 왜 있잖습니까. <그녀를 모르면 간첩>에 나온 영화배우 공유... 다른 분은 몰라도 님은 제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비로그인 2004-05-0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만 마시면 전봇대든 나무, 특히 평균보다 지붕 높은 차만 보면 기어올라가 잠을 자거나 뛰어내리고... 군대 외박 나왔다가 술 진탕 먹고 어딘가 담을 넘었는데 눈뜨니 부산이더라 ..그래서 탈영병도 되었다가..몰래 술 마시고 상관폭행으로 영창까지 갔다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술 안 취했을때는 정말 멀쩡합니다. 특유의 입심과 글심으로 모 시, ** 시장님께 우국충정의 글을 올려 친필 답장까지 받았다지요. 지금은 미 아이비,명문사립에서-우리들은 아직도 그 놈이 거기 갔을 리 없다고 우기지만-장학생으로 다닙니다. 거기서는 술 먹고 외국애들 한국말 가르치기 한다더군요....very; exceedingly; really = jolla, yolla...etc. 그 놈이 나중에 뭐가 될지 참 궁금합니다.

연우주 2004-05-0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이거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증인들이 있습니다. 증인들이!!!!!
마태우스, 사실을 실토하라, 실토하라!!!!!

panda78 2004-05-03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쿠쿠쿠 ^0^ 재밌다..

별족 2004-05-0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단횡단하는 사람이랑 술 같이 먹은 적 있었는데, 정말 무섭습니다. 전 술 거의 안 취했기 때문에, 팔차선 도로를 거진 새벽이 뛰어건너는 친구를 보는 것은 정말 무섭습니다요-_-;;;

마냐 2004-05-0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술에 취하면 계산을 하는 버릇도 있었던 것 같다"에만 눈길이 꽂힙니다.

메시지 2004-05-0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마신지 열흘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사람됐다고 하죠. 며칠동안 계속 마시고 싶은 술을 참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까지 내리는데. 서재에서는 자꾸 술 이야기만.... 견디기 힘듭니다.

panda78 2004-05-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수동  <구름과 한잔>

마태우스님께 드리고 싶은 그림이군요. ^^


마태우스 2004-05-0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nda78님/멋진 그림, 감사합니다. 술은 저런 자세로 먹어야겠군요^^
메시지님/하하, 그러신가요? 정 못참겠으면 조금만 드시는 게 어떠신지요?
마냐님/계산적이시군요, 하하!!!
별족님/앗, 처음 뵌 것 같은데.. 하여간 님 주위에도 무단횡단 하는 분이 있군요. 말려야 하는데, 술마신 사람들은 참 힘이 세더라구요. 저두 그렇대요.
sweetmagic님/님 주위에도 기인이 사시는군요^^
앤티크님/흐음...폭탄선언, 저도 궁금한걸요?
우주님/아이, 증인도 많은데 자꾸 왜 그러십니까? 나중에 진실을 가려 봅시다! 참고로 조선남자님의 증언을 확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