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오면서 차와 관련된 사고를 몇번 쳤다. 몇 개만 공개한다.
1. 여동생
여동생을 학교에 내려주고 출근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느 날처럼 '잘가'라고 한 뒤 차를 출발시켰는데, 그날 저녁 집에 온 여동생은 무릎과 팔꿈치가 까져 있었다. 웬일이냐고 묻자 나때문이란다. 여동생이 미처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떠나버린 것. 여동생은 곧바로 넘어져 한바퀴를 굴렀단다. 그래도 젊은 여동생이니까 다행이지, 남동생은 할머니를 모셔다 드린다면서 나와 같은 실수를 범해, 80세가 넘은 할머니가 길바닥에 구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바람에 응급실까지 가고 그랬는데, 남동생은 미안해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 내가 그랬다면 얼마나 죽고 싶었을까? 남동생 사건 이후, 난 다른 사람을 내려줄 때 완전히 내렸는지를 확인하고 차를 출발시킨다. 그 뒤로 그런 사고가 없었음은 물론이다.
2. 심복
내가 조교를 그만두고 군대에 갈 무렵, 난 학교에다 쌓아둔 내 짐들을 정리해야 했다. 그래도 4년간 있던 곳이라 잡동사니가 굉장히 많았다. 차를 가지고 와서 짐을 실어나르는 걸 고맙게도 심복이 도와줬다. 그 와중에 엄청난 실수가 있었는데, 심복이 트렁크에서 몸을 안뺀 상태에서 트렁크를 닫은 것. 심복은 콧잔등이 찍혔고, 피도 났다. 그당시에는 "괜찮아요"라고 하고선 계속 짐나르는 걸 도왔는데, 다음날 보니까 흉이 질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책임져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난 평소의 나답지 않게 그 상처를 전혀 책임지지 않았다. 미안한 맘에 그저 도망만 다녔을 뿐. 그래서 심복은 혼자 성형외과에 다녀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에 흉이 진 채로 살아가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결혼도 다른 남자랑 했다. 지금도 그 상처를 볼 때마다 미안해 죽겠다. 심복과 그녀의 부모님은 물론 남편에게도 말이다. 확인하지 않고 문이나 트렁크를 닫는 일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3. 오토바이
몇 년 전, 새벽마다 여의도에 벤지를 산책하러 나가곤 했었다. 때는 여름이라 여의도 선착장에는 밤을 새워 노는 애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는 매우 야하게 차려입은 처자도 꽤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들에게는 눈도 돌리지 않고 벤지만 산책시켰다. 그렇게 착한 나에게 시련이 있었으니, 산책을 다 시키고 차 있는 곳으로 가보니 내 차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이게 웬일인가 싶어서 달려갔다. 세상에, 선착장 내 도로에 세워놓은 내 차를 술에 취한 오토바이가 그대로 들이받은 것. 그때 얼마나 죽고 싶었는지. 다른 차도 많은데 왜 하필 내 차일까 하는 원망도 참 많이 했다. 트렁크는 찌그러지고, 유리는 다 깨졌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성치 않은 몸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응급실에서 도망을 쳤고, 보험료가 오를 것을 우려한 우리는 자비로 차를 고쳤다(180만원). 우리 과실이 아닐 때는 보험료가 안오른다는 걸 나중에야 알고 보험 청구를 해서 수리비 대부분을 돌려받았고(150만원), 그 사건이 잊혀질 무렵인 일년 뒤, 경찰에 붙잡힌 피해자가 130만원에 합의를 요청했다. 100만원 이득을 봤으니 좋긴 하지만, 오토바이 뒤에 타고있던 여자애는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해 마음이 아팠다.
4. 기타
언젠가는 새벽에 누굴 만나서 출발하는데, 그 인간이 늦게 왔다. 자다가 일어나 그인간을 태우고 출발을 하려는데, 우지직 소리가 났다. 내려보니까 주차방지 돌에 부딪혀 차 앞옆이 완전히 박살났다. 심란했었는데 '그 인간'의 권유에 따라 1만원에 찌그러진 곳을 펴주는 무허가 수리소에 갔다. 세상에나, 아주 잘 고쳐줬다. 너무 감쪽같아서 어머님은 거기가 박살났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신다. 사람들이 왜 그 수리소에 가지 말라는지 이해가 안갔다. 이거 말고도 사고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대개 다 경미한 것들이라 다행이다. 내 친구들 중에는 목숨을 잃을뻔한 적이 있었던 애들이 있다. 차가 미끄러져 뺑뺑 돌다가 중앙선을 넘었다느니, 나무에 정통으로 박았다느니, 논바닥에 굴러떨어졌다는 일 등등. 그 친구들은 하나같이 에어백이 터지는 경험을 했단다. 나도 에어백이 터지는 걸 한번 보고는 싶기는 하지만, 보면 뭐하나. 아직까지 그걸 보지 못한 걸 오히려 감사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 나만 조심한다고 다는 아니지만, 운전은 조심, 조심, 그리고 또 조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