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를 봤다. 난 대학로에서 절찬리에 공연된 연극을 봤었는데, 영화평들을 보니 "연극 본 사람들은 절대 보지 마세요"라고 되어 있다. 내 경우는, 연극을 봤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연극의 재미있던 장면이 떠올라 혼자 웃곤 했기 때문이다. 내가 연극을 그래도 좀 본 편인데, <라이어>만큼 많이 웃은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거의 십초마다 폭소가 터졌다. 영화를 보면서 그걸 볼 당시의 추억-남자랑 봐서 좀 찝찝하긴 하지만-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점 같다. 특히 "상구는 학교갔잖아!"란 말이 어찌나 웃기던지.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일 뿐, 다른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치마도 짧고 미인인 여인이 자기 남자친구에게 이런다. "에이, 돈아까워!" 그때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저렇게 늘씬하고 이쁜 여자가 영화값까지 냈나보지?" 다시금 남자를 봤지만, 외모는 나보다 그렇게 나은 게 없다. 아마 다른 뭔가가 있겠지, 라고 생각을 정리했다. 아무튼 <라이어>는 영화보다 연극이 훨씬 재미있다. 아니, 연극은 재미있는데 영화는 재미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사건의 주 무대가 집안이라, 굳이 영화적 스케일이 필요하지도 않고, 평소에 좋아하던 손현주는 오버만 한다. 냉정하게 따지면 영화가 연극보다 10분의 1 정도밖에 안되지만, 별점평균이 8.13(맥스무비, 4월 27일 현재)인 걸 보면 그 정도의 웃음에도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나보다. 공형진의 연기는 역시 수준급이고, 주진모는 잘생겼지만-걔는 해피엔드에서도 바람피우는 역으로 나오더니-글쎄다. 8점을 넘는 건 좀 후한 게 아닌가 싶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라이어>를 보는 이유는 달리 볼 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태극기>와 <실미도>의 열풍이 휘몰아친 다음이라 그런지, 지금 영화판은 좀 썰렁한 느낌이다. <아라한>과 <효자동 이발사>, <트로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 등이 개봉하는 5월이면 굳이 <라이어>까지 찾아서 볼 필요가 없을 것같다. 그러고보니 <라이어>를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보고싶었는데 못보고 미뤄둔 <송환>을 보는건데.

송선미에 대해서 한마디만 해보자.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는 별로 존재를 못느꼈고, <두사부일체>에서 그녀를 보고 "와, 이쁘다!"고 했었는데, 그 후에도 그녀는 이쁜 거 말고 다른 무엇을 보여준 적이 없는 것 같다. <목포는 항구다>에서도 그랬고, 이번 영화에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은장도>같은 영화에도 출연하고 그랬는데, 김희선이 나온 영화가 번번히 실패하는 것처럼, 영화는 연기력의 뒷받침이 없이는 안되는 장르니, TV에서 좀더 연기력을 쌓고 오는 게 나을 것 같다. '스타정보'를 보니 "신장-176Cm, 체중-53Kg, 33-24-35"라고 되어 있다. 176이면 나와 키가 똑같은데 그 키에 과연 53킬로가 가능할까 의문스럽다. 나보다 무려...27킬로가 덜나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