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 객관적이지 못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그런척해도 이 글에는 정치적 편향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점 양해해 주십시오. 제 편향보다는 글의 주를 이루고 있는 안타까움에 주목해 주시길. 매우 조심스럽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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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정치 이야기를 하면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난 절대 안싸울 자신 있어!"라고 자부하던 나였지만, 작년에 한시간 반동안 피터지게 쌈질을 하고나서부터 정치적 지향이 다른 친구가 과연 가능한가에 대해 회의적이 되었다.
내 주위를 보면, 보수-노무현과 이회창 둘다 보수지만, 편의상 진보와 보수로 부르겠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개 공세적이다. 내가 노빠인 걸 알면서도 말도 안되는 걸로 노무현을 욕하고, 그가 대통령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거품을 문다. 참다못해 한마디 하면 싸움이 될 게 뻔해, 대개의 경우 그냥 들어주고 만다. 우리 어머니도 모임에 가면 명계남이 빨갱이라느니, 노무현 탄핵은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식의 얘기만 듣고 오신단다. 물론 그건 보수 지지세력이 특별히 공세적이라 그런 게 아니라 수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즐겨가는 사이트에서는 탄핵반대가 주종을 이루어,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한명은 그 이후부터 출입을 안하고 있는 상태니까. 어떤 경우든 정치 얘기를 안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확실하다.
사실 정치적 지향이 다르다는 게 싸울 이유는 못된다. 특정 정파를 지지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고, 상대의 지지를 존중하는 태도만 있다면, 싸움으로 연결될 리는 없다. 문제는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풍토 탓인지, 우리는 자신의 입장을 상대에게 강요한다. 상대가 특정정파를 존중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로 돌린다. 무시당하고 기분좋을 사람은 없는 법, 한쪽이 반발하고, 결과는 싸움으로 이어진다.
노빠들은 지역감정 극복에 대한 노무현의 일관된 도전을 높이 평가한다. 민주당의 분당도 그런 선의로 해석한다. 그들로서는 이회창을 좋아하는 사람-창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좋게 봐도 이회창은 군사독재의 후신인 정당의 후보고, 양지에서만 산 기회주의자다. 귀족이면서 서민을 자처하고, 친미를 표방하다 갑자기 촛불시위에 참여하려 하는 등 최소한의 일관성도 찾아볼 수 없다. 노빠들에게 있어서 창빠는 왜곡언론의 표상인 조선일보에 세뇌된 결과물에 불과하고, 창빠를 "무식하다"고 비난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창빠가 이회창을 좋아하는 까닭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가문과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그의 이력을 높이 산다. 우리나라를 이만큼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주류들로서는 상고 출신의 대통령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조선일보의 영향 탓이지만, 노무현의 사상도 그리 건전한 것이 못되어 보이고, 그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째 광신도같은 인상을 받게된다. 창빠들이 노빠를 천박하게 보는 이유는 바로 그런 데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이 두 그룹이 화해할 수는 없는 노릇, 대선은 노무현의 승리로 끝났지만, 5년간 절치부심했던 창빠의 가슴엔 깊은 상처만 남게 되었다. 질 수 없는 선거를 진 그들로서는 노무현을 인정할 수 없었고, 술자리에서 노무현을 씹어대는 것으로 낙을 삼았다. 그런 그들에게 노무현의 탄핵은 그야말로 복음이며, 기립박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해법은 없을까? 그건 아니다. 일단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일단 공부를 좀 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의 말을 몽땅 사실로 믿으면서 제대로 된 토론이 가능할 리는 없다. 그 신문을 끊고 세상을 본다면, 그간 자신들이 노무현을 너무 부정했음을 알 수 있을게다. 언론 관련 책자들을 보라. 김영삼에 대한 언론의 태도와 노무현을 보는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 문민정부 때 우리 언론들이 노무현에게 하는 것처럼 말 한마디 한마디를 보도했다면, 집권 5년을 다 채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남녀간에 차별은 있어도 차이는 없어야 한다'는 말이나, '아름다운 지하자원과 풍부한 금수강산'이란 말을 버젓이 하고, 원고 순서가 바뀌어도 태연히 읽던 대통령을 모셨던 우리가, "깽판"이란 말을 쓰는 대통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노무현의 열린우리당 지지가 선거법 위반이라면,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하던 과거 정권들은 모조리 선거법 위반이어야 형평성에 맞다는 것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진보 쪽 사람들은 지적 우월감, 그러니까 독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정치란 선택의 문제고, 어느 것을 더 우선시하는가는 순전히 선택하는 사람 마음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같은 학벌사회에서 학력이 대통령을 고르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진보는 보수를 무식하고 편향된 정보만 받아들인다고 무시하지만, 자신들 역시 한겨레나 오마이처럼 한쪽에 치우친 언론들만 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선일보 같은 매체도 본다고 하겠지만, 비판을 하기 위해서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노무현에겐 비판할 만한 구석이 아주 많이 있고, 그런 비판에 대해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여선 안된다. 노무현이 자기 부모도 아닌데, 왜 모든 것을 감싸려고 하는 것일까? 노무현보다야 앞에 있는 친구가 자신에겐 더 중요한 게 아니겠는가?
이렇게 서로를 존중한다면, 그래서 부드럽게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면 좋겠다. 유감스럽게도 나역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노력 중이긴 하지만.